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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읽고, 쓰다/대만 여행 에세이

18. 때론 실수도 약이 된다 - 타이베이 보태니컬 가든

by ▽_ 2019. 1. 26.

대만을 가면 이 곳을 꼭 가야지 하고 찾아 간 것은 아니였다. 심지어 있는지도 몰랐다. 낮에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 가다가 내리는 역을 착각하고 한정거장 전에 덜컥 내리게 되었다. 바로 전철을 다시 타면 되었겠지만 제대로 내린 줄 알았으므로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역 밖으로 나와 버렸다. 밖으로 나와서야 잘못 내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지만 다시 되돌아 가지는 않았다. '한정거장이면 근처 구경을 하면서 슬슬 걸어가야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서였다. 

현재 이곳은 어디인지, 내가 머무는 숙소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이정표를 봤는데 마침 잘못내렸던 역 근처에 국립 식물원이 있었다. 평소 식물원에 가서 걷고 쉬는 것을 좋아 하기에 숙소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냉큼 접고 목적지를 바꿔 식물원으로 향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기도 하고 패키지 여행이라면 절대 들러볼일 없는 곳이기에 왠지 나만의 비밀 동굴을 발견 한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타이베이 보태니컬 가든

  • MRT샤오난먼(XIAO ANA MEN)역 하자 - 3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 연중무휴 / 무료 입장

대만에서 도심 속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타이베이 보태니컬 가든은 사실 대만 사람들이 만든 것은 아니다. 1895년 식민지 시절 대만의 식물들을 연구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모종을 들여와 5만 평방미터의 대지에 심었는데 현재는 토지를 더 매입하여 8만 평방미터에 달하는 규모를 가지게 된식물원으로 대만의 첫번쨰 식물원이다. 이 곳에는 2000여종 이상의 식물들이 자라고 있으며 온대 식물부터 난대, 아열대 식물까지 다양하게 분포 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우리나라 식물원의 청량한 느낌 보다는 열대 우림같은, 습하면서 강렬한 나무냄새가 코로 훅 들어온다. 입구에서부터 빽뺵하게 나무가 들어서 있기 때문에 도심 속 작은 식물원이 아닌 깊은 숲 속에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데트로 정리 되어 있는 길을 천천히 걷기도 하고, 한참 걷다가 앉아서 나무를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시 걷고 멈춰서 숨 한번 들이 쉬기를 반복했다. 꽤 오랜 시간 머문줄 알았는데 시계를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흐르지 않았다. 자연이 보여주는 여유로움 보다 내 마음이 더 많이 분주 했기 때문에 그랬나보다. 

거대한 규모의 식물원은 아니였지만 빽뺵한 나무들이 들어 차 있기 때문이였는지 그 안에서 도시의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식물원 안 한적한 곳에서는 기 수련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악기를 배우는 사람들도 있었으며 다정하게 손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도 있었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서, 사람들로 꽉 차있는 풍경이 아니라서 더욱 좋았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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