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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읽고, 쓰다/대만 여행 에세이

30. 비가 쏟아지던 날, 우라이 꼬치집 아저씨

by ▽_ 2019. 1. 28.

대만은 비가 많이 오는 곳이다. 최근에 친구들과 대만을 다시 갔을 때도 여행 내내 비가 왔고 혼자 했던 여행의 마지막 날도 비가 왔다. 우라이를 돌아보던 날. 

우라이를 구경하고 온천도 마치고, 공식적인 모든 여행 일정을 끝내고 돌아가려는 참이였다. 그떄는 4월이였는데 비가 제법 왔다. 대만 여행 내내 조금씩 비가 오기는 했지만 대부분 미스트 같은 비였는데 마지막 날 내렸던 비는 정말 최고였다. 

온천을 하면서는 괜찮았다. 나는 실내에 있고 온천에 몸을 담그며 창밖에 비 내리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은 꽤나 멋진 일이니까. 온천을 두어시간 정도 할 테니 그때쯤이면 비가 그치겠지, 이는 지나가는 소나기겠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는 야속하게 온천이 끝나고 나서 더 세차게 내렸다. 정류장으로 내려 가다가 잠시 비를 피할 요량으로 마을 입구에 있는 포장마차 꼬치집에서 소시지를 하나 먹고 있었다. 소시지를 먹으며 비가 많이 온다고, 잠깐 걸어 가는데도 비를 다 맞겠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꼬치집 사장님이 곧 지나갈 비라고 하셨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느릿느릿 소시지를 먹었건만 비는 소시지가 사라질 떄 까지도 그치지 않았다. '에이 우산 있으니까 좀만 젖으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나라겨는데 주인아저씨가 곧 그칠테니 조금 기다리다가 비가 그치면 나가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아주 조금의 의심과 고마움이 뒤섞여 잠시 망설이고 있으니 나보고 걱정 말라고 하셨다. 소시지 더 안사먹어도 된다고, 그저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잠깐 있다가 약해지면 가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안쪽에 앉을 수 있게 자리도 하나 마련해 주셨다. 

나는 고맙다고 하면서 소시지를 하나 더 사먹었다. 비가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데 그냥 앉아 있기에는 너무 뻘쭘하기도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소시지가 맛있어서 이참에 하나 더 먹을 생각으로 말이다. 

소시지 포장마차(?)?가 큰 사이즈가 아니였고 가게 옆에 딸려있는 간이 가판대에 지붕을 댄 구조여서 넉넉한 공간은 아니였지만 충분히 비를 피할 수 있었다. 아저씨 뒤에 앉아서 비를 피하며 소시지 굽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다른 손님이 왔다. 그 역시 비도 피할 겸 출출한 배를 채울 겸 들른 것 같았다. 

-니하오!

나도 모르게 인사 멘트가 조용히 나왔다. 여기 소시지 맛있다고. 

어느새 사장님과 한 통속이 되어 뒤에 앉아서 모객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두번째 소시지를 아주 천천히 다 먹어 갈 떄 쯤 비가 서서히 그치기 시작했다. 

버스 시간도 있고 비도 그쳐가고 해서 주인 아저씨에게 인사를 드리고 가게를 나왔다. 낮선 사람인데 선뜻 안에 자리를 내어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그 마음 한가득 또 담고 우라이에서 타이베이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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