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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읽고, 쓰다/대만 여행 에세이

29. 자전거 키오스크 앞의 그 청년

by ▽_ 2019. 1. 28.

하루종일 대만 시내를 걸었던 날이 있었다. 가는 김에 들를 수 있는 곳 몇군데만 정하고  숙소에서 출발해 타이베이 시내를 걸어 다녔는데 빡빡하게 일정을 짜서 갈 떄 보다 오히려 많은 곳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걸어서 발견한 곳은 뒤에 소개하기로 하고 넘어간다. 

지도 한번 보고, 길 한번 보고, 지도 한번 보고, 길 한번 보고 가기를 반복하다가 길가에 쭉 늘어서 있는 자전거를 발견했다. 주황색과 노랑색이 세상 상큼한 느낌을 주었다. 

인상적인 것은 우리나라처럼 무료(라서 막 가져 가게 한 후 결국 다 잃어 버리는,,)가 아닌 일정 금액을 내고 빌리는 공영 자전거였다. 금액을 지불해서 그런지 시설도 깔끔하고 자전거를 빌릴 때 사용하는 키오스크도 깨끗했다. 

어차피 걸어 다닐 것이기에 빌릴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어떻게 사용 할 수 있는지 천천히 읽어 보고 있었다. 번체라서 읽는 속도는 정말 느리게. 

그런데 이 모습이 전형적인 '길을 헤매다 힘들어 자전러를 타려는 외국인'의 모습으로 보였나보다. 어디선가 젊은 청년이 나타나서 갑자기 자전거를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었다. 자전거 대여하는 곳 직원인가 싶다가도 그러기엔 주변에 뭐가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이 도와주려고 왔나보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자전거를 타려고 하는거에요? 

-아니요 그냥 읽어 보는거에요

-이거 핸드폰만 있으면 바로 이용할 수 있어요

-저는 외국인이라 대만 핸드폰이 없어요

-아, 그럼 visa카드로도 결제가 가능해요. 시간당 계산헤도 되고 하루를 대여해도 되고...(중간 생략)... 꼭 이곳이 아니여도 다른 곳에 있는 자전거 대여소에 반납을 하면 되는데 장소는 앱에 나와있고...(중간 생략)

라고 하며 자기 카드로 결제 하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아니라고! 

나는 정말 이거 한번 읽어 보려고 한거라며 손사래를 친 후에야 그 청년은 내가 정말 자전거를 타려는게 아님을 알게 되었고 다음에 꼭 이용해 보라며 쿨하게 퇴장했다. 

물론 나는 아니였지만 누군가가 정말 자전거를 타려고 했다면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보고 오지랖이라고 하기도 하고 과잉 친절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나는 낯선 땅에 있던 외국인 입장에서 이러한 친절과 관심이 고마웠다. 우리나라에서 길을 헤매는 외국인이 있다면, 더욱이 외국어를 하지 못한다면 선뜻 도와주려 나서지 못할텐데 그 청년은 선뜻 용기를 내서 도와 주려고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아닐까? 

이렇게 또 한명의 친절한 대만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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