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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읽고, 쓰다/읽다

타임푸어-브릿지 슐트

by ▽_ 2019. 2. 6.

푸어라는 말이 더이상 일부의 사람들만 지칭하는 말이 아님을 안다. 우리의 대부분은 타임푸어, 하우스푸어, 드림푸어, 카푸어 관계푸어 등 각종 푸어의 영역에 한 발을 담그고 있다. 청년들은 시간 뿐 아니라, 집, 관계, 돈 모든것이 부족하다.전방위적 푸어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대를 살고 있는 30대인 까닭에 제목을 보자 마자 책을 집어 들 수 밖에 없었다. 

브릿지 슐트

워싱턴 포스트의 유능한 기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

균형잡힌 삶을 모색하고자 직장과 가정, 여가 사이의 균형을 꾀하는 직장인, 사회운동가를 만나고 세상에서 가장 여유롭게 사는 나라인 덴마크를 찾아가 그 곳의 삶을 관찰함.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는 24시간으로 똑같다. 매우 공평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똑같은 시간속에서 모두가 똑같이 24시간의 여유를 누리는가는 또 다르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어린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졌지만 어린 아이는 하루가 길다 하고 또 어른들은 하루가 모자르다고 한다. 

일하는 엄마의 경우는 어떠한가?

모두가 그러지 않길 바라지만 일하는 엄마의 대부분은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을 훌륭히 해 내는 수퍼 우먼이길 은근히 강요 당하며 24시간 중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녀들에게서 여가시간을 굳이 찾아 내자면 퇴근하고 아주 잠시, 아이가 잠든 후 잠시, 집안일 한가지를 끝낸 후 다른 집안일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사이 시간 등 쪼개지고 잘라진 시간뿐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24시간은 다 어디가고 엄마로서, 유능한 기자로서의 삶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독박 육아까지는 아니지만 가사일을 '돕는' 남자들은 그래도 자신의 여가 시간이 있는데 왜 자신의 여가는 없는 것인가? 이렇게 정신없이 살아가기 위해 결혼을 하고 워킹맘이 된것은 아닌데 말이다. 

자신의 여가를 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떠나기 전 작가는 전문가를 찾았다. 그 전문가는 슐츠에게 '당신의 여가는 일주일에 30시간이나 됩니다.' 라고 말한다. 

도대체 어디가? 아이를 보면서 라디오를 들었던 것, (기자이기 때문에) 글을 읽고 뉴스를 들었던 것 등 자신이 '여가 시간'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은 것들이 그녀의 여가시간이였다고 말했다. 왜 자신의 여가 시간은 쪼개 져야 하는가? 또한 그렇게 주어진 여가시간을 왜 온전한 여가라고 느낄수 없는가?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슐츠는 인터뷰 여행을 떠난다. 

여러 사람을 인터뷰 하고 , 시간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슐츠는 현대인들이 왜 시간에 쫒길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이상적인 노동자, 이상적인 엄마가 되지 말 것:

현대인들이 시간에 쫒기는 이유중에 하나는 회사에서는 이상적인 노동자가 되려 하고 집에서는 이상적인 엄마가 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이상적인 이라는 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상적인' 노동자는 누구인가?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이상적인 노동자인가? 안타깝게도 많은 회사에서는 그런사람을 이상적인 노동자로 보지 않는다. 회사를 위해서 휴가도 기꺼이 반납할 줄 알아야 하고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 해야 하며 가정 중심적인 직원이 아닌 회사 중심적인 삶을 사는 슈퍼맨. 이 모습이 회사에서 바라는 이상적인 노동자이다. 

슐츠는 미국의 노동시장을 빗대어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우리 나라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부분에 공감을 할 수 있었다. 결혼하면 자연스레 남자가 아닌 여자가 퇴직하여 아이들을 양육하고 퇴근 30분전에 회의를 하려는 상사가 있으며 일을 하는 시간보다 상사와 얼굴 맞대는시간, 일명 face time 이 중요한 조직  - 너무 우리 나라와 비슷하지 않은가? 내가 생각했던 미국의 조직문화가 아니여서 놀라기도 했지만 노동자를 바라보는 회사, 사회의 시선이 너무도 유사하여 또 한번 놀랐다. 

쫒기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여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슐츠는 덴마크사람들의 삶의 양식을 통해 일 - 가사 - 휴식(놀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주고 있다. 일명 휘게 라이프.

휘게는 '지금 이순간' 이라는 말인데 지금 이순간을 즐기는 것보다는 지금 이순간에 집중하라는 의미가 더 맞는 듯하다. 멀티플레이어를 요구하는 사회 속에서 휘게는 한번에 한가지일에,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커피를 마시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그 행위에 집중하는 것.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면 그 사람과 무엇을 할지 고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 그래서 그 순간 순간의 의미와 기쁨을 누리는 것. 이것이 덴마크식 휘게 라이프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서 여가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 나은 삶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일과 가정과 휴식의 밸런스를 지켜 가야 하는지 450페이지를 넘겨가며 말해 주고 있다. 



총평

부지런히 일하는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부지런히 일하는 것'과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것은 다르다. 전혀 이상적이지 않은 패턴이 이상향으로 되어 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이상적인 노동자, 이상적인 엄마 등. 

사회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모습들은 모두 개인의 삶과 시간을 갈아 넣어 만들어낸 모습일 뿐이다. 사회가 바라보는 이상적인 노동자들로 인해 많은 나라는 GDP가 놀랍게 상승했지만 GDP가 높다고 해서 그 나라 사람들이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GDP에 대해 로버트 케네디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국민총생산(GDP)은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나 교육의 질이나 놀이의 기쁨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국민 총생산은 우라나라의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 국민들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의 토론이 얼마나 지적인지, 우리 공무원들이 얼마나 정직한지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국민 총생산은 우리의 재치나 용기를 측량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지혜와 교육수준을 측량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나 조국에 대한 헌신을 측량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량합니다. 

한 나라의 성장 지표로서 가장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는 GDP가 인생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것을 측량한다고 한다.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시대는 우리에게 끊임 없이 성장할것을 요구하고 끊임없이 바쁠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시대의 요구는 매우 당연하게 우리 삶속에 내제 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는 필연적으로 '타임 푸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좀 더 가치 있게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한 건가?'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이 그 고민에 대해 적잖은 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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