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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읽고, 쓰다/읽다

일하지 않을 권리- 데이비드 프레인

by ▽_ 2019. 2. 7.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라는 말을 권장하는 사회에서 도대체 일하지 않은 권리는 무엇일까? 그런 말이 가당키나 한가? 요즘 그 어느 때 보다 퇴사의 열풍이 불고 있는데 그 현상을 반영하듯 서점가에도 퇴사, 여행, 자유롭게 일하기 등의 주제를 다룬 도서들이 많아 지고 있다. 그런 책 들 한 가운데서 일을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말하는 책이 있어 읽어 보게 된 책이였다.

데이비드 프레인

프리랜서 사회학 연구자. 영국 카디프 대학의 비정규직 강사. 칼럼리스트

영국 가디언지에 2016년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선정



근대 생산 방식은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그 대신 우리가 선택한 것은 과로하는 소수와 굶주리는 다수를 만들어 내는 쪽이다. 

우리는 여태 기계가 등장하기 전과 다름없이 열심히 살아왔다. 

이렇게나 어리석었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어리석게 살라는 법은 없다.


이 책의 1장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글이다. 

많은 학자들이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 함에 따라 예전처럼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인간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많은 것들이 생산 될것이라고 예견했지만 상당 부분 기계화가 된 지금도 우리는 일을 한다. 

예전에는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야근과 추가 근무 등 많은 구실을 붙여 전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 

지금 시대에 노동은 매우 신성한 것으로 간주 된다.

'일을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매우 게으른 사람' 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여기서 말하는 일은 '일정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일정한 급여를 받는 것'을 전제한다. 만일 노동력과 시간을 들였지만 일정한 보수가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말이 안된다고? 한번 생각해보자. 

자원봉사자를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어느 정도 희생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여겨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사람은 자신의 가치 판단에 따라 일을 한다.(시간을 들이고 노동력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자신이 느끼는 보람일 뿐이다. 

아니면 글을 쓰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어떤 사람은 자신의 시간을 들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쏟아 부어 글을 쓴다. 하지만 등단하기 전까지, 혹은 구체화된 결과물(인쇄물)을 내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수입을 보장 받을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인가?

어떤 일 하세요? 라고 물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하고 있는 행위 자체 (자원봉사, 글쓰기) 가 아닌 일로 인해 갖게 되는 직업을 일 자체로 규정 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제대로된 직업이 없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 = 게으른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된다는것이다. 

일의 신성 불가침 시대에 작가는 다음의 질문을 한다. 

사회가 일자리를 계속 더 많이 만들어야 할 만큼 일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가?

생산성이 극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여전히 모두가 평생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만약 더이상 평생 일하며 살라는 강요를 당하지 않는다면 그 밖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일과 노동에 대한 혐오를 드러 내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생각하는 일,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일이란 자기가 가진 기술적, 미적, 사회적 기준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도록 허용하는 노동, 즉 다시 말해 효율성, 아름다움, 유용성을 자기 나름대로 정하고 그에 맞게 일하도록 허용하는 노동이다. 

이러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는가?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일에 대한 기존의 관념과 더불어 정시근무 노동(하루에 정해진 시간을 일의 성과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채워야 하는 것), 고용 가능성을 통해 생기는 권력 관계(갑, 을관계)등을 비판한다. 

과생산 - 과생산을 위한 과도한 노동력 제공 - 과도한 노동력 제공에 대한 보상(소비) - 과생산등의 싸이클을 현대사회가 반복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점점 일 중심 사회가 되어 가고 있음을 비판한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며 노동자는 삶을 유지 하기 위해 일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왜 삶을 유지하기 위해 일에 의존 할 수 밖에 없는가?

왜냐하면동자는 자신의 시간을 댓가로 주었기 때문에 정작 자신을 위해 활용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일을 하고 돌아와 정작 자신을 위해 음식을 준비할 시간과 기력이 없어 돈을 주고 음식을 사 먹는다.  여가를 위한 것에도 돈이 필요하다. 이전 시대에는 여가를 위한 돈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지금 시대는 모든 것이 돈이기 때문에, 이전에 집에서 생산할 수 있었던 것들도 모두 시장에 넘겼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에 의존하고 나아가 일에 집착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에 덜 집착하고 상품 의존성이 낮은 생활양식에서 기쁨을 발견 할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에서는 일 중심 사회에서 한발짝 물러나 다운시프트 라이프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들은 '내 삶을 더 낫게 만들어 줄 것같은 물건이 있어도 그 물건을 살 돈을 버느라 시간을 전부 다 써버려야 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들이 선택한 삶을 통해 얻는 기쁨과 현실적인 두려움도 가감없이 기록 하였다.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지만 나의 모든 시간과 기력을 쏟을 만큼 내 삶에 가치가 있는가에 대하여는 다시 생각 해 볼 문제이다. 



 총 평   

평생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일이 내 삶에서 신성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답게 살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라는 것이 회사에 출근해 일정 시간을 저당 잡히고 나의 에너지를 쏟아낸 후 보수를 받는 것이라고 정의 된다면 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점에서 작가가 바라보는 일의 관점과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떻게 하면 정시 근로자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생활에 필요한 돈을 벌면서 충분히 나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래서 노마드 워커가 되기 위해 노력중이고 회사라는 곳에 돌아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책은 일을 열심히 하는 근로자들을 바보라고 비판하는 책이 아니다. 일이 사회악이라고 말하는 책도 아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정의하고 바라 볼 필요가 있음을 이야기 하는 책이다. 

정시 출퇴근 고용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본주의 노동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매우 솔직하고 도발적인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대학 졸업을 앞둔 친구들이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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