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서야 꽃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부모님은 텃밭을 좋아하셨고 특히 엄마는 전부터 꽃을 좋아 하셨다. 그래서 다시 이 집으로 오게 되었을 때 전에 '백합 구근을 심었는데 보이지 않는다'며 계속 말씀하셨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 백합을 심었다고 추정되는 자리에서 꽃이 피었다. 작년에는 그냥 '음 분홍 백합인가보다. 예쁘네' 하고 넘겼지만 올해 본격적으로 식물에 관심을 갖다 보니 백합과 다른점이 보였다. 바로 잎이였다. 올해 구입한 백합들은 꽃 아래 빳빳한 잎들이 나 있으며 꽃이 진 후에도 여전히 잎이 남아 있는데 이 '백합'으로 추정되는 아이는 매끈하니 잎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백합이 개화하는 시기도 아니고 말이다. 궁금해서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더니 상사화란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여 이름 붙은 상사화말이다.
상사화 개화 / 8월에 피는 꽃 추천 / 상사화 키울 때 주의할 점 /
상사화 종류 / 정원에서 키우기 좋은 꽃
대문 밖에 심었던 상사화(구 백합)가 계속 땅속에 숨어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작년과 올해 존재를 드러 내었다. 이제는 이름도 제대로 알게 되었다. '상사화'. 꽃이 피는 바람에 그동안 구근을 어디에 심었는지 못찾다가 드디어 위치를 알게 되었다. 대문 밖에 있으면 관리를 할 수 없기에 이참에 흙을 조심스럽게 파내 마당 옆 텃밭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상사화 키우기 정보
- 수선화과 상사화 속 여러해살이 구근 식물
- 원산지 :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
- 햇빛 : 양지 (특히 잎이 나는 기간에 햇빛을 많이 봐야 꽃이 잘 핀다)
- 물 : 구근 식물이라 건조에 강하며 노지에 심었을 경우 극심한 가뭄이 아니라면 따로 물을 줄 필요가 없다.
- 6~7월 경 정식하면 8월 꽃을 피우기 시작하며 겨울에서 이듬해 봄까지 잎을 낸다. 잎과 꽃이 피는 시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서로 만나지 못해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원래 구근식물은 과습에 취약하지만 상사화는 원산지가 동아시아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장마에 잘 적응한 식물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구근 식물들 보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상사화는 잎이 나는 시기에 따라 춘계 출엽형(상사화, 진노랑 상사화, 백양꽃, 제주 상사화, 붉노랑 상사화, 위도상사화)와 추계 출엽형(석산)으로 나뉜다. 춘계잎출형의 경우 추위에 비교적 강해 고랭지를 제외한 남한 전지역에서 월동이 가능한 것에 비해 추계 출엽형의 경우 남부지방에서만 노지 월동이 가능하다.
상사화 옮겨 심기
상사화 키우기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다름아닌 옮겨 심기이다. 추위와 건조에 강해 키우기 까다롭지 않은 꽃이지만 의외로 옮겨 심는 시기가 한정 되어 있어 이점이 좀 까다롭다. 이식시기가 아닌 때에 옮겨 심으면 꽃이 몇년간 피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사화를 옮겨 심기 가장 좋은 시기는 잎이 말라 시들어 버린 직후이다.
그런데 나는 안전한 곳에 옮겨 심을 생각만 하느라 상사화 옮기기에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딱 사진의 상태일때, 꽃이 피어 있을때 상사화를 캐서 옮겼고 캐다 보니 주변에 구근이 더 있어 구근들도 함께 옮겼는데.. 내년에 꽃이 안피게 되는걸까? ㅜ
이미 활짝 핀 꽃도 있었지만 이렇게 이제 막 피어나려고 하는 꽃봉오리들도 있었다. 봉오리가 실한게 꽃이 풍성히 달리려나보다.
상사화의 번식
씨앗과 구근으로 번식이 가능하지만 씨앗으로 번식하려면 꽃을 보는데까지 7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구근으로 번식 시키는 것을 추천한다. 이번에 옮겨 심을때 구근도 함께 캐내었지만 사진을 찍지는 못했다. 일부는 줄기가 올라 온데 비해 일부 구근은 꽃대가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다. 아마 처음에 심을 때 너무 깊게 심어 그런 것 같다.
노지에 상사화 심기
상사화는 깊게 심는 다른 구근 식물들과 달리 구근으로 올려 심는 꽃이다. 깊게 심으면 개화를 하지 않고 번식만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지에 심을 떄는 구근 끝이 조금 보일 정도로 심어야 한다. 화분에 심을때는 조금 더 얕게 심는다.
이것도 알기 전에 이전의 지식(=구근은 깊게 심는다)만 가지고 상사화를 옮겨 심어 구근을 깊게 심어 버렸다.(이번 상사화를 캐 낼 때도 상당히 깊게 심어져 있었으며 그래서인지 구근들이 다 비대했다.) 전에 백합 심을 때는 상당히 얕게 심어 놓고 말이다. 내년의 상사화가 심히 걱정 되기는 한다. 지금이라도 조금 꺼내 심을까...?
한데 모아 심었더니 꽃이 무리 지어 피었다. 마치 정원에 꽃다발이 있는 듯 하다. 서양에서는 상사화를 Resurrection Lily(레저렉션 릴리) 혹은 Magic Lily(매직 릴리)라고 한다. 죽은 줄 알았던 백합(나리)이 소생해 피었다거나 백합이 요술을 부려 잎도 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이 되는 상상이다. 나도 처음에 보고 '백합인데 왜 잎이 없지?' 라고 생각 했으니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꽃잎 끝이 파랗게 물들고 있다. 시들어 과는 과정일까? 아니면 원래 그런것일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분홍색 꽃잎에 파란 물이 들어 신비로워 보인다. 상사화가 텃밭의 꽃 구역에 들어 오면서 제법 꽃밭의 식물이 다양해졌다. 수선화, 백합, 프리지아, 수국, 천일홍, 백일홍, 상사화, 코스모스. (물론 다른 꽃씨들도 열심히 심었지만 내가 다른 잡초와 구분을 하지 못해 자 뽑아 버렸는지 피지 않았다. 예를 들어 안개꽃이라던가 양귀비라던가, 수레국화라던가..) 계절마다 피는 꽃이 달라 지금은 백일홍과 천일홍 그리고 이제 막 옮겨 심은 상사화 꽃 밖에 보지 못하지만.
부모님은 내가 가꾼 텃밭을 보면서 '정글'같다고 말씀하신다. 가지런히 일렬로 심지 않고 풀이 같이 무성히 자라며 한 구역에 여러가지 식물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모습도 좋은 것 같다. 깔끔하지 못한 성격 탓도 있지만 왠지 더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는 느낌이랄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의 개성이 드러난 텃밭 정원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 모습이 너무 기대 된다. 물론 매우 작은 텃밭이며 매우 게으른 농부라는 점은 변함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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