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5월이 왔다. 5월이 되면 그동안 늦서리 걱정으로 심지 못했던 토마토, 오이등의 작물을 노지로 옮겨 심어 주어야 한다. 이날을 위해 토마토, 고추, 수세미, 오이의 씨를 뿌려 모종으로 키워 왔다. 그 중 토마토와 고추, 수세미는 싹을 틔웠는데 오이는 싹을 틔우자마자 죽어 버렸다. 발아했던 시기가 3월이라 오이가 자라기에는 아직 추운 시기였나보다. 다시 씨앗을 심으려고 보니 남은 오이 씨앗이 없어 5월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모종을 구매 해 주기로 했다. 5월의 화창한 어느날, 오이 모종을 사러 시장에 갔다가 줄줄이 (굳이 안사도 되는) 다른 모종들을 구입하였다. 곧 비소식이 있으니 집에 오자 마자 노지 정식을 해 주었다 .
모종 심는 날 / 모종 심기 좋은 시기 / 모종 구입할 때 주의 해야 할 점 / 텃밭에서 키우는 채소 추천
원래 목적이였던 오이. 백오이 모종 두개를 천원에 구입하였다. 역시 시장에서 사는게 싸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모종이 웃자란 느낌이 있었다. 실내에서 모종을 키우셨는지 모종들이 다 길쭉 길쭉 했다. 웃자랐다는 것은 식물의 마디 사이가 길다는 것이다. 식물에 필요한 광량이 부족할 때 웃자람이 심해 지는데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의 경우 웃자람이 많이 보인다. 식물이 웃자란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지만 웃자람이 심하면 줄기가 식물을 지지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때는 웃자란 마디까지 다시 흙에 심어 주거나 지지대를 설치 해 주고 가능한한 햇빛을 많이 받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처음 모종을 구입 할 때에는 마디 웃자라지 않은, 마디 사이의 간격이 짧은 모종을 구입 하는 것이 좋다. 이 오이는 앞으로 노지에서 키울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는 해 주지지 않았다.
모종을 구입 할 때 주의 해서 보아야 할 또 한가지, 바로 뿌리의 상태이다. 모종 포트에 심겨서 파는 모종은 손으로 살짝 들면 쉽게 포트에서 빠진다. 이때 뿌리 상태를 확인 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뿌리가 굵고 모종 포트 안쪽에 골고루 차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뿌리가 튼튼해야 새로운 환경에 심어도 적응을 잘하고 금방 활착하기 때문이다. 포트 안에 뿌리가 갈색으로 변해 있다면 뿌리가 상해 가고 있다는 것이니 이런 모종은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번에 구입한 오이 모종 두개는 전체적으로 뿌리가 튼튼하게 차 있었다.
오이 두개는 담벼락에 나란히 심어 주었다. 이로써 딜라이트 텃밭, 채소 ZONE의 3대장 - 오이, 고추, 토마토가 모두 정식 되었다. 보통 오이를 키울때 지지대를 많이 해 준다. 오이에 지지대를 해 주지 않는다면 땅을 덮으며 (기어가며) 자라게 되는데 이때 땅을 차지하는 면적이 넓기도 하고(가뜩이나 작은 밭인데!) 또 오이가 달렸을때 잎들에 가려 오이 열매를 찾기가 힘들어 진다. 한참 후에, 팔뚝만하게 자란 늙은 오이를 발견하게 되는 수가 있다. 텃밭이 크지 않다면 오이가 담장을 타고 자라게 해 주거나 지지대를 수직으로 설치 해주어 오이 덩굴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해 주는 것을 추천한다. 잎정리를 하거나 오이를 수확하기에도 편하고 자리를 많이 차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음, 분명 수세미 씨앗을 심어서 키우고 있는데 왜 수세미 모종 하나를 구입해 왔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더디 자라는 수세미를 향한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나의 수세미는 알고 있었을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리고 수세미를 많이 수확하고 싶었나보다. 오이와 함께 구입한 수세미 모종은 짧고 굵은 느낌이였다. 뿌리도 안에 튼튼하게 차 있어서 마음에 들었고 잎도 상하지 않고 튼튼해 보였다. 충동구매이지만 수세미 모종 구입은 성공적.
수세미는 해바라기와 옥수수를 심은 담벼락에 함께 심어 주었다. 일단 급한대로 자라면서 옆에 옥수수나 해바라기를 타고 올라가게 한 뒤 담장으로 넘길 계획이다. 수세미 팔이 옆에 해바라기를 잘 찾아서 잡아야 할텐데 말이다. 올해는 꼭 수세미를 키워보고 싶었다. 나름의 환경적인 이유도 있었다. 천연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기 위해서이다. 아크릴 수세미나 스펀지 수세미는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지만 다 쓰고 버렸을 때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썪지 않는 쓰레기랄까. 내가 쓴 아크릴 수세미는 내가 죽어서도 썩지 않고 땅속이나 바닷 속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바꿀 수 있는 부분이라도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내 마음을 수세미가 알아서 수세미 열매를 주렁 주렁 맺어 주었으면 좋겠다. 수세미 풍년이 된다면 내 블로그를 구독 해주시는 분 중 필요한 분에게도 나누어 드리고 싶다. 아직은 희망사항.
단호박 모종도 하나 구매 하였다. 올 봄 씨앗을 다 나눠 주었더니 단호박 씨앗이 단 하나가 남아있었다. 하나만 심기 좀 그래서 모종으로 하나 더 구매 한 것이다. 씨앗으로 키울때는 보람과 자부심이, 모종으로 키울때는 편리함과 안정감(?)이 있는데 사실 수확할 때 쯤 되면 이 둘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단호박 모종도 뿌리를 살펴 보니 튼튼하게 꽉 차 있었다. 모종이 전체적으로 (웃자람만 뺀다면) 괜찮은 가게를 발견 하게 되었다 ! 가격도 싸고 뿌리도 튼튼하고.
단호박 역시 수세미처럼 해바라기와 옥수수 사이에 심어 주었다. 이건 목적을 가지고 심었다. 바로 퍼머컬쳐의 전통적 농법중에 하나인 '세자매'농법을 시험 해 보기 위해서이다. '세자매'는 옥수수, 콩, 호박을 말한다. 이 작물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도우며 성장하고 더 풍성한 수확을 맺게 해주는 '동반 식물'이다. 옥수수와 호박을 심었으니 이제 콩만 심으면 된다. 6월에 심을 예정이니 지금부터 모종을 키워야겠다.
[참고]텃밭의 동반 식물 /바질+토마토 궁합 후기 / 생태텃밭 도전 후기 / 농약 없이 식물을 건강하게 재배하기 / 식물로 병충해 예방하기 / 퍼머컬쳐
오이와 단호박, 수세미를 사서 버스를 타기 위해 나왔는데 반대편에 다른 모종 가게도 보였다. 거기서 신선초를 구입했다. 신선초는 씨앗으로 계속 파종 했는데 재작년에는 잘 발아 하더니 작년과 올해에는 하나도 발아하지 않았다. 반쯤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다른 모종가게에서 신선초를 팔길래 하나만 구입 하였다. 신선초는 한약냄새가 나는데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다른 쌈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맛이 또 별미여서 키우려고 생각하던 식물이였다. (발아가 안되서 문제였지만..)
다른 곳에서 팔지 않아서 일단 구매하긴 했는데 모종의 상태가 별로다. 좋지 않은 모종의 예로 쓰면 좋겠다. 우선 잎이 많이 상했다. 모종을 구입할 때 사실 나는 잎의 상태를 가장 나중에 본다. 웃자람이 있는지, 수세가 약하지는 않은지, 뿌리 상태는 괜찮은지 확인 한 후 선별한 후보 중 잎이 가장 싱싱한 것을 고른다. 사실 한두장 상한 정도라면 떼어 버리면 그만이니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모종의 경우는 뿌리가 너무 꽉 차 있었다. 모종 포트에서 꽤 오래 있었나보다. 뿌리 아랫쪽이 말라서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뿌리가 꽉 찬데다가 아랫부분이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면 이는 분갈이나 노지 정식이 시급한 상태라는 것을 말한다. 아마 나에게 팔리지 않았으면 이 모종은 말라 죽었을 수도 있다. 뿌리 아랫 부분이 말라 가니 위에 잎도 영향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신선초는 일단 상추 옆에 심어 주었다. 상추를 심은 곳 앞쪽에는 꽃들을 심어 주었기 때문에 여름이 되면 어느정도 그늘이 생기게 될 것이다. 쌈채소는 땡볕 보다는 어느정도 그늘이 있는 곳에서 키워야 잎이 연해진다. 이번에 심은 신선초도 부드러운 새 잎을 내주길 바라며 그곳에 함께 심어 주었다.
신선초를 구입한 곳에서 다른 모종도 하나 구입했는데 바로 흑토마토였다. 씨앗으로 구매했다면 정확한 명칭을 알았을텐데 모종가게에서는 그냥 '흑토마토'라고만 말해서 어떤 품종인지는 자세히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흑토마토를 쿠마토라고 하기도 하고 아시아종묘, 아람종묘에서는 각각 블랙펄, 신흑수라는 이름으로 유통하고 있다. 일단 내가 키우고 있는 블랙 러시안 크림 역시 흑토마토의 일종인데 어떻게 다를지 궁금하기도 하다. 모종상 아저씨가 모종이 좀 비싸지만 맛있는 토마토라고 해서 사왔는데 왜 그때는 이미 내가 블랙 토마토를 키우고 있음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
흑토마토는 다른 토마토들을 심은 자리에 함께 심어 주었다. 모종으로 구매해서 그런지 현재 텃밭에 심은 토마토류 중에 가장 수세가 강하고 몸집도 크다. 조만간 가지 정리를 해 주어야겠다.
모종을 심기 가장 좋은 시기는 폭우를 제외한 비오기 전날이다. 충분히 물이 스며 들어야 뿌리가 새로운 흙에서 활착을 잘 할 수 있다. 다행히 모종을 구입 할 때 (당시에는 날이 맑고 더웠지만) 곧 비소식이 있어서 바로 심어 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식 한 다음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식 할 때만 하더라도 기온이 높아 새로 심은 작물들이 조금 흐느적 거렸었는데 비를 맞은 다음날 보니 원래 거기서 자랐던 식물들 처럼 잘 서있었다.
비록 충동 구매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필요했던 모종을 텃밭에 채울 수 있어서 뿌듯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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