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부터 내가 심은 적이 없는 이름 모를 풀이 자라고 있었다. 잎이 마치 콩잎 같기도 했고, 또 알아서 담장을 타고 잘 올라가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던 식물. 둥근 잎이 옥상 담장을 타고 올라가더니 기어코 옥상으로 넘어 오길래 옥상에 설치한 빨래줄까지 끈을 만들어 계속 타고 올라가도록 했다. 옥상 한켠으로 이 덩굴 식물이 그늘을 만들어 주면 왠지 근사할 것 같아서. 이 식물의 이름은 둥근잎 유홍초. 별다른 관리가 없이도 알아서 잘 자라더니 꽃을 피우면서 멋진 경관을 선물 해 주었다.
둥근잎 유홍초 꽃과 채종 / 담장에 키우기 좋은 식물 / 텃밭의 자연 발아식물
텃밭에서부터 올라온 둥근잎 유홍초는 옥상의 빨래줄까지 점령했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빨래를 널 수가 없다. 대신 꽤 멋진 경관을 만들어 주었다. 잎만 무성하게 있을 때에는 잘 몰랐지만 꽃이 피기 시작하니 장관이였다. 늦여름 부터 꽃이 피기 시작 하지만 유홍초 개화의 절정이 가을이라더니 역시 최고.
유홍초의 꽃은 낮에 활짝 피어 있고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질 무렵에는 꽃잎이 닫혀 있다. 낮에 본 꽃이 예뻐서 해 질녁에 다시 한번 보려고 올라갔더니 꽃이 다 얼굴을 감추고 있었다. 이때 보면 정말 초록색 무성한 잎 사이에 주황색 작은 막대기만 군데 군데 삐져 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유홍초의 꽃은 잎에 비해 매우 작기도 하고 또 생각보다 금방 지게 되어서 절화로도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생김새나 색상이 압화로 꽤 적당할 듯 하다.
현재 둥근잎 유홍초는 옥상 빨래줄(?)에 넓게 분포 되어 있다. 마치 타프를 사선으로 설치 한 것 같다. 그 아래 그늘이 은근히 시원하다. 여름에 한낮의 태양을 가리는 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에 상추를 심은 화분을 두고 상추를 키우고 있다. 덕분에 이 곳의 상추는 한여름이 지나도록 꽃대가 올라오지 않고 아직도 연녹색의 잎을 가지고 있다. 올해 어떻게 자라는지 확인 했으니 내년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게 해야겠다.
빨간색의 둥근잎 유홍초가 지고 난 자리에는 이렇게 동그란 씨방이 달린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말라서 땅으로 떨어진다. 꽃이 핀 만큼 씨방이 달리기에 일반 텃밭에 심는다면 이듬해 유홍초가 어마어마하게 올라올 것이다. 우리 집은 대부분의 꽃이 옥상 위로 올라온 줄기에서 피어서 다행이였지 아니였다면 내년에 다른 작물을 심을 수 없을 만큼 유홍초의 싹이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씨방이 많이 열리고 또 씨앗이 알아서 잘 떨어진다)
유홍초의 씨앗이 잘 익어서 땅에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실 이미 옥상 바닥에 떨어져 있는것도 상당했다. 만일 유홍초가 더 퍼지는 것이 싫다면 꽃이 달리기 전에 줄기를 잘라내거나 씨앗이 떨어져도 발아가 되지 않도록 시멘트 바닥 위의 화분에서 키울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한 식물 도감에서는 생태 교란종이라고 할 정도로 번식력이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나는 유홍초가 꽤 마음에 들기도 했고 옥상에 만들어진 그늘도 좋았기 때문에 계속 키우기로 하였다. 내년 봄에 줄기가 자라기 시작하면 어느정도 뽑아낼 요량으로 말이다. 내 텃밭에서는 알아서 자리 잡아 자라고 있으니 나눔용으로 씨앗을 채종 해 주기로 하였다.
둥근잎 유홍초의 씨방을 갈라보면 이렇게 한쪽에 2~3개씩 들어있다. 잘 마른 씨방을 손으로 비비면 껍질이 벗겨지기 때문에 쉽게 채종 할 수 있다. 채종 난이도는 별 하나⭐
땅에 떨어진 씨방과 잘라낸 씨방 6개에서 나온 씨앗의 양이다. 결코 적지 않은 양. 전원 주택에서 살았다면 담장을 둘러가며 이 씨앗을 쫙 뿌려 주었을텐데 아쉽다.
둥근잎 유홍초를 지켜보다가 발견한 사실. 둥근잎 유홍초는 다른 물체를 왼쪽으로 감아가며 자라는데 딱히 지지할 대상이 없으면 자기들끼리 서로 줄기를 꼬기 시작한다. 초록색이던 줄기도 서서히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 줄기는 나중에 한데 묶어 리스 틀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줄기가 조금 더 질겨지면(?) 시도해봐야겠다.
가을을 느끼게한 어느 날, 옥상에서 찍은 둥근잎 유홍초와 하늘이다. 이 모습이 내 눈에는 왜이렇게 예뻐보였을까. 다른 사람들은 이걸 보고 잡초더미라며 질색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식물들이 만들어 주는 이런 풍경이 소소하지만 정말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아니,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벌써 9월이다. 텃밭의 계절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아 아쉬움이 드는 시간. 가을의 텃밭이 보여주는 것들을 많이 담아 보고 누려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겨울을 준비하며, 그리고 한해의 텃밭 농사를 마무리 할 준비를 하며 가을을 즐겨야겠다.
[참고] 둥근잎 유홍초 관련 다른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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