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잎 유홍초를 심지 않았는데 텃밭 한쪽에서 자라고 있었다. 동네를 돌아다녀 보니 곳곳의 빈터에서 둥근 잎 유홍초들이 자라고 있던 것을 발견했는데 그 씨앗이 우리 집 담벼락에도 떨어져 아마 내가 이사 오기 전에도 매년 잡초처럼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유홍초인 줄 모르고 콩잎인가 싶어서 계속 키우고 있었던 것인데 늦여름부터 하나 둘 꽃이 피기 시작했고 그 꽃을 보고서 그제야 이게 둥근 잎 유홍초인 줄 알 수 있었다.
둥근 잎 유홍초 줄기 활용하기 / 잡초로 리스 틀 만들기 / 텃밭의 둥근 잎 유홍초
둥근잎 유홍초
둥근잎 유홍초는 키가 3m까지 자란다. 담장 아래에서 조금씩 올라오더니 지주 끈을 묶어주니 그걸 타고 옥상까지 올라왔다. 원래 둥근 잎 유홍초는 번식력이 강하고 씨앗도 굉장히 많이 맺기 때문에 성가신 잡초 취급을 받기도 하고 더러는 생태교란종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는데 나는 유홍초를 키워 보고 싶기도 했고 꽃이 많이 피고 오래 핀다길래 감상할 겸 계속 두고 키우는 중이었다.
개화 시기는 6월부터 9월사이인데 이 전까지는 드문 드문 피기 시작하더니 9월이 되자 한꺼번에 개화를 시작했다. 아직 푸른 잎들과 파란 하늘, 그리고 진홍색의 유홍초 색이 퍽 잘 어울려 한동안은 매일매일 옥상을 올려다보기 바빴다. 지주대만 잘해준다면 덩굴을 잘 유인해 그늘막으로도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생태 교란종이라고 했을까.
둥근 잎 유홍초 정보
- 메꽃과의 한해살이 덩굴식물
- 원산지: 열대 아메리카이지만 현재는 귀화 식물
- 매년 자연발아가 잘 되는 식물이다.
- 덩굴이 3m이상 자라며 주변에 있는 것들을 왼쪽에서 감아 올라간다.
- 개화의 절정기는 9월이다.
- 척박한 환경에서도 알아서 잘 자라기 때문에 특별히 관리가 필요 없다.
유홍초는 왜 잡초 취급을 당할까?
그 이유는 꽃이 진 뒤에 알 수 있었다. 꽃이 지자 그 자리에 작은 갈색의 씨방이 맺혔는데 그게 한두개가 아니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저 갈색 동그라미가 모두 씨방이다. 저기에 씨앗이 하나씩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고 두 개씩 들어있다. 또 저게 굳이 채종 하지 않더라도 마르면 씨방이 툭 터지면서 그냥 땅으로 씨앗이 떨어진다. 한번 유홍초가 자랐던 자리에 매년 다시 싹이 나는 이유가 있었다. 내년에도 조금 심어 볼까 싶어서 씨앗을 미리 채종 하긴 했지만 왠지 괜한 노력을 했다 싶을 정도였다. 채종을 하려고 노력했다는 게 조금 민망할 정도.
[참고] 둥근 잎 유홍초 꽃과 채종 / 담장에 키우기 좋은 식물 / 텃밭의 자연 발아식물
둥근잎 유홍초 정리하기
더 있다가는 저 씨앗이 몽땅 땅에 떨어질 것 같기도 하고 꽃도 이미 졌기 때문에 유홍초를 정리해 주기로 하였다. 여름에는 유홍초가 옥상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지만 이제는 그늘보다도 햇빛이 더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니 겸사겸사 정리하는 것이다. 이미 낙엽이 지고 있는 마당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만일 둥근 잎 유홍초가 무분별하게 자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꽃이 피기 전에 미리 베어 주는 것이 좋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여기 저리 씨앗이 달리기 때문이다.
오이와 함께 공유하는 유인줄을 타고 올라왔기 때문에 담벼락에 있는 부분은 정리하지 않고 일단 옥상 위에 있는 유홍초만 정리 해 주었다. 유홍초는 물체를 감고 올라가긴 하지만 그 식물이 고사할 정도로 꽉 조이면서 자라진 않는 것 같다. 손으로 잡아당기면 감긴 것이 스르륵 풀린다. 손으로 당겨 가며, 조금 억 센 곳은 가위로 잘라가며 했더니 어렵지 않게 줄기를 거둘 수 있었다.
둥근 잎 유홍초를 거두다가 줄기를 보니 나름 탄성이 있고 쉽게 부러지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쓸모의 발견. 서로 줄기를 꼬아가며 자란 부분을 보니 이 둥근 잎 유홍초 줄기로 리스 틀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가끔씩 텃밭에 심은 꽃들이나 허브들을 이용하여 리스를 만들었는데 기본이 되는 틀 없이 그저 식물끼리만 엮었기 때문에 조금 아쉬움이 있었던 차였다.
그래서 긴 줄기들은 잎과 씨방을 따로 정리해서 한쪽에 모아 두고 그 외에 부산물은 텃밭 한쪽 - 베어낸 풀들을 말리는 장소-에 던져 두었다. 이곳에 쌓인 풀들은 일부는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될 것이고 일부는 햇빛에 잘 건조시킨 뒤 잘게 잘라 밭을 피복하는 재료로 사용하거나 조금 태워 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둥근 잎 유홍초 줄기로 리스 만들기
한쪽에 잘 모아 둔 둥근잎 유홍초의 줄기들이다. 딱 봐도 활용도가 있을 것 같은 모습. 내가 새끼 꼬는 법만 배웠어도 왠지 한동안 쓸 수 있는 쟁반이라도 만들어 봤을 텐데. (유홍초 줄기가 바싹 마르면 과연 얼마나 튼튼한지 이참에 실험해봐야겠다)
이 줄기로는 리스의 기본 틀만 만들 예정이기 때문에 줄기에 붙어 있던 잎이나 씨방들은 모두 떼어 주었다. 원래 리스는 14세기 경 유럽에서 신부가 마른 볏짚을 둥글게 묶고 거기에 레이스 실크 리본 등을 달았었기 때문에 볏짚 대신 둥근 잎 유홍초의 줄기를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만드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원래 자기들끼리 둘둘 말려 있던 줄기들을 그대로 활용하여 리스의 크기를 잡아 주었고 그 중에 한두 줄기를 빼서 리스가 견고해질 수 있도록 감아 주었다. 이번에는 노끈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식물 줄기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망가지거나 부서져도 부담 없이 밭에 잘라 버려도 된다. 유홍초 줄기를 이용해서 메인 틀을 감고 난 후 끝에 약 5cm 정도는 틀 사이사이에 집어넣어 풀리지 않도록 해 주었다.
거두어 낸 둥근잎 유홍초 줄기로 리스 틀을 두 개 만들어 주었다. 하나는 대중없이 크게 만든 것. 하나는 보통의 리스 사이즈로 적당하게 만든 것. 아직 어떤 꽃을 장식할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틀만 만들었고 지금은 옥상에서 건조 중에 있다. 서리가 내리기 전 텃밭에 있는 백일홍과 천일홍을 꽂아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리스를 만들어 볼 수도 있겠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유칼립투스나 밖에서 솔방울을 주워와 크리스마스 분위기 나는 리스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잡초가 될 수 있었는데 나름의 쓸모를 부여하니 나에게 귀한 식물이 되었다. 내년에도 리스를 만들기 위해 일부를 키워야겠다. 뭐, 이미 내가 마음 먹기도 전에 알아서 씨앗을 땅에 떨어뜨렸겠지만.
참고 : 텃밭 식물로 만드는 리스
- 봄꽃 리스 만들기 / 내손으로 만드는 정원소품 / 봄 꽃 활용하기
- 여름철 텃밭의 선물 - 로맨틱한 여름꽃 리스 만들기/캐모마일 리스/여름꽃 화관 / 텃밭의 꽃들 활용하기 / 여름철 인테리어 소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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