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에 심었던 관하 딸기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3월 중순까지도 이렇다할 성장새 없이 심었던 그대로 있었는데 3월 말부터 조금씩 잎을 펴기 시작하더니 런너도 쭉쭉 내고 무엇보다 꽃도 피었다. 역시 내가 혼자 조급해 한다고 식물이 크는게 아니라 다 자기의 시간에 맞게 성장한다. 이렇게 꽃 피기 시작한 딸기에서 4월부터 열매가 열릴 조짐을 보이더니 금새 빨간 딸기가 되어 수확까지 할 수 있었다.
딸기 열매 열리다/ 집에서 딸기 키우기 / 관하딸기 꽃, 열매, 크기, 맛
관하딸기를 선택한 이유
텃밭을 덮을 지피 식물로 딸기를 선택했을 때 많이 키우는 킹스베리나 다른 딸기가 아닌 관하 딸기를 선택한 이유는 꽃이 사계절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일반 딸기는 봄철에 잠깐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 그 뒤로는 런너를 내서 번식한다. 하지만 나는 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해서 곤충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종류를 원했고 그게 바로 관하 딸기였다. 지금은 유명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많이 찾는 품종이 아니어서 찾기가 쉽지 않았고 관하딸기에 관한 정보도 많이 없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관하딸기는 농촌진흥청에서 로열티 경감을 목적으로 2013년 개발한 품종이기 때문에 정보가 많지 않은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아직 채 10년이 안되었으니.
관하 딸기의 꽃
보통 딸기는 흰색의 꽃을 피운다. 전에 키웠던 다이소 딸기 역시 하얀색 꽃을 피웠다. 그런데 관하딸기는 분홍색 꽃을 피우는게 특징이다. 5~6장의 꽃잎이 피고 가운데 노란 부분이 수정되면 이곳에 딸기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화면에 보이는 색보다 조금 더 진한색의 꽃이 필 때도 있다. 이는 꽃이 필때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데 보통 저온일때 더 진한색의 꽃을 피운다고 한다(저온일때 열매의 크기도 더 크다고...). 한여름 노지는 온도가 너무 높이 올라가지 중간에 런너를 한줄기 받아서 실내에서 키우면서 비교 해봐야겠다.
꽃 모양이 왠지 벌이 좋아하게 생겼다 싶었는데 마침 옆 포기 관하 딸기에 벌이 찾아왔다. 지금은 텃밭에 꽃이라고는 딸기밖에 피어있지 않지만 여름에 오이, 토마토와 같은 작물에 꽃이 피면 이 아이들이 열심히 수정을 해 줄 것이다. 이 관하딸기(사계딸기)는 그런 곤충을 유인할 목적으로 심은 것이다. 첫번째는 피복, 두번째는 수정곤충 유인, 세번째가 열매인데 ..(텃밭에서는 중요도가 세번째이지만 나에게는 열매도 중요하다..!)
예전에 다이소에서 파는 딸기 씨앗을 심어 키웠을때에는 이렇게 꽃이 많이 피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관하딸기는 한포기에 꽃이 굉장히 많이 핀다. 역시 관상용으로 개량된 품종이라 그런가 싶기도 하다. 꽃이 많이 피면 예쁘기도 하지만 열매도 많이 달린다는 말이 된다.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달리게 되니 말이다. 물론 이는 수정이 잘 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곤충들이 수정시켜주는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딸기를 키울 경우에는 붓으로 꽃 가운데 노란 부분을 문지른 뒤 다른 꽃을 다시 문질러 주면서 하나 하나 수정 시켜 주면 된다.
관하딸기의 잎
관하딸기는 잎이 굉장히 크게 자란다. 해가 잘드는 곳에서 클 수록 잎의 크기가 커진다. 이번에 관하딸기를 세구역에 나누어 심었는데 하나는 노지에 해가 굉장히 잘 드는 곳(여름철 땡볕), 두번째는 노지이지만 오전에만 해가 들고 오후에는 그늘이 지는 곳, 세번째는 마당 화분이어서 해가 좀 늦게 들어 오는 곳이다. 이 중에서는 단연 첫번째 장소에서 키우는 딸기 잎이 제일 크고 꽃도 제일 빨리 피었다. 잎의 길이가 손가락 길이보다도 길다.
세잎 클로버같이 줄기 끝에 세장의 잎이 달리는데 가장자리가 동글동글한 톱니 모양이다. 잎맥이 꽤 선명하고 줄기에는 솜털이 나 있다. 딸기의 잎은 진한 녹색이다.
관하딸기 잎이 생각보다 커서 '이 잎으로 쌈 싸먹을 수 없나?' 생각하며 찾아 보았는데 딸기 잎은 식용이 가능하고 차나 장아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올해는 딸기잎 장아찌와 딸기잎 차에 도전해봐야지.
꽃에서 열매로 변해가는 중인 관하딸기
꽃이 핀 뒤 열매가 달리는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일반 농가에서 딸기를 키울때에는 열매가 땅에 닿지 않도록 비닐 멀칭을 한뒤 키우는데 나는 지난 겨울 왕겨와 낙엽을 꽤 깔아 두었기 때문에 비닐을 씌우지 않아도 땅에 바로 닿지는 않는다. 중간 중간 바로 흙에 닿을 것 같은 딸기는 딸기 잎 위에 올려 두어 흙에 바로 닿지 않게 해 주었다.
관하딸기는 열매가 많이 열리는데 시중에서 파는 딸기처럼 큰 딸기를 원한다면 한 줄기에 열리는 딸기 화방을 몇개씩 제거해 주면 된다. 물론 나는 열매가 크건 작건 상관 없기때문에 그냥 두기로 하였다.
보기만 해도 뿌듯한 느낌이 이런걸까. 중간 중간 붉게 익은 열매도 있고 그 아래로 아직 익지는 않았지만 정말 말 그대로 주렁 주렁 딸기가 달려 있어서 머잖아 많이 수확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시중에서 사 먹는 딸기는 유통의 과정에서 상하거나 뭉게지지 않게 하기 위해 70%정도만 익은 딸기를 수확해서 유통 과정에서 후숙시킨다.(이래서 미쳐 다 익지 않아 꼭지가 하얀 부분이 많은 것이다. ) 반면 집에서 키우는 딸기는 바로 밭에서 따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후숙을 시킬 필요가 없고 밭에서 충분히 익은 맛있는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게 바로 텃밭의 매력!
딸기 수확 그리고 경쟁자
처음 수확은 달랑 3개였다. 좀더 많은 딸기가 익으면 한꺼번에 많이 수확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텃밭에 경쟁자가 너무 많아 일단 세개만 먼저 수확을 해 주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딸기를 수확하려고 보면 벌써 누군가가 한입 한 흔적이 있다. 대부분 현장 검거시 보면 민달팽이가 범인이다. 그런데 양심은 있는지 먼저 한입 먹은 딸기들만 계속 파 먹는다. 10개정도 익은 딸기가 있으면 그 중에 1~2개는 텃밭의 생물들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그 아이들도 먹고 살아야 내 작은 텃밭 생태계가 더 풍성해 질테니까. 다만 이번에 민달팽이처럼 먹던 것만 끝까지 먹어주면 더 바랄것이 없겠지만.
관하 딸기의 맛과 크기
첫번째 수확은 한 뒤로 며칠에 한번 한웅큼씩 수확한다. 아마 점점 갯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처음에 관하딸기를 심으면서 알아보았을 때에는 관하딸기가 관상용 딸기라서 크기도 작고 맛도 시중의 딸기보다 덜하다는 정보가 있었다. 그래서 사실 맛에서는 별로 기대를 하지 않았다. 너무 맛이 없으면 잼으로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충분히 익은 딸기를 바로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말이다. 기대를 안해서 그런가 내 입맛에는 충분히 달고 맛있다. 오히려 후숙해서 파는 시중 딸기보다 맛있다고 느껴지는데 왜 맛없다고 했을까.
크기는 좀 작지만 그렇다고 손톱만큼 작은 것도 아니고 요즘 킹스베리가 나오기 전까지 먹던 일반 딸기들보다 조금 작은 정도이다. 처음 수확 했을때는 손가락 한마디정도의 크기도 있었는데 수확할 수록 점점 큰 딸기들이 간간이 나오는 중이다.
딸기, 수확, 성공적.
이렇게 예쁘고 영롱한 딸기를 키우다니. 사실 내가 키웠다기 보다는 알아서 잘 자라 주었다는 말이 정확하지만 말이다. 지난번 수확한 딸기를 잘라서 강아지들에게 주었더니 밖에서 딸기를 수확해 오면 또 자기들 주는줄 알고 졸졸 따라다닌다. 이번에는 나만 먹을껀데..
작은 텃밭이라서 왠만하면 여러가지 역할을 하는 식물을 키우고 싶다. 이번에 키운 관하 딸기가 그렇다. 지피식물로 토양을 피복 해주고 계속 꽃을 피우면서 벌같은 곤충들을 유인하며 먹을 수 있는 열매도 준다. 생태 텃밭에 관심이 없었다면 이렇게 만능캐인줄도 모르고 그냥 키웠을텐데. 요즘에는 아침마다 '오늘은 딸기를 몇개 수확할수 있을까, 얼마나 익었을까' 생각하며 텃밭을 나가는 재미가 있다. 이 재미를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느껴 봤으면 좋겠다. ( 식물 키우세요:) )
참고: 딸기 관련 포스팅
- 다이소 천원짜리 딸기 키우기(2018.06.14)
- 딸기 옮겨심기(2018.07.08)_다이소 딸기가 쑥쑥 자람
- 다이소 딸기 열매 맺다/다이소 딸기 키우기/다이소 딸기 파종부터 열매까지 / 천연 비료 만드는 법
- 관하 딸기 모종 심기 / 사계절 딸기 / 관상용 딸기 / 집에서 키우는 먹거리 식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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