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키우게 된 유실수는 블루베리였다. 첫해에는 산성토양도 아닌 일반 토양에 심고 키워 제대로 자라지도 못했던 블루베리였는데(다행히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지난해 피트모스에 심어준 이후로는 잎이며 줄기며 사방으로 뻗어 나가 자라는 중이다. 특히 올해에는 꽃이 정말 많이 피었는데 다행히 수정이 잘 되어 열매를 주렁 주렁 단 블루베리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블루베리 수확 / 블루베리 시에라 꽃 / 블루베리 시에라 열매 / 블루베리 수확 시기
4월 초 - 블루베리 꽃망울 피기 시작
4월 초가 되니 블루베리에서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했다. 블루베리 꽃은 하얀 색이지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꽃망울은 약간 자주빛을 띈다. 만개 하기 전 이 상태의 모습도 꽤 예쁘다. 올해는 꽃망울이 정말 많이 열렸다. 꽃이 진 자리에 열매가 달리는데 이렇게 다닥 다닥 피어있는 꽃망울을 보고는 정말이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줄기에 달린 꽃망울이 도대체 몇개냐 싶어서!)
조금씩 꽃이 원통형으로 벌어지면서 붉은 색이 빠지고 하얀 색의 블루베리 꽃이 피기 시작한다. 블루베리 꽃은 마치 초롱 꽃처럼 생겼다. 신기한 점은 수정되지 않은 꽃은 위의 사진처럼 아래를 보고 있으며 수정 된 꽃은 위를 향하여 꽃을 피운다. 만약 실내에서 키워서 인공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느 꽃까지 수정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꽃이 어디를 향해 피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4월 말 : 꽃이 열매로 변하기 시작
4월 한달동안 하얗고 앙증맞은 꽃을 보여주었던 블루베리였는데 4월 말이 되기 시작하니 꽃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작년처럼 붓으로 수정해 주지 않았음에도 꽃이 열린 자리에 열매가 다 달렸다. 나 대신 열심히 일한 작은 일꾼들 덕분인것 같다. (마침 사진을 찍을 때도 무임금 일꾼이 일을 하고 있었다 - 좌측 상단)
열매는 보통 꽃이 수정된 후 2주일 정도가 지나면 달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푸르딩딩한 모습이지만 제법 블루베리 모양이 나타난다. 많은 꽃들이 개화 한 후 1~2주 정도의 짧은 기간만 볼 수 있는데 블루베리는 꽃들이 차례로 피기 때문에 거의 한달동안 꽃을 감상 할 수 있어서 좋았다.
5월 말 : 물들기 시작하는 블루베리
4월에서 5월까지 수정이 된 블루베리는 통통하게 여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이정도면 너무 작은데?' 싶은 크기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통통해지는게 눈으로 보인다. 물드는 색감도 너무 예쁘다. 한가지 식물에서 참 다채로운 색상을 감상 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보듯이 같은 줄기에 달린 블루베리여도 익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모두 파랗게 익는데 그때에도 줄기 채 수확하기 보다는 좀더 짙게 익은 순서대로 따 먹는 것이 좋다. (익은 후에 자세히 보면 색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물론 집에서 키울때 해당되는 말이다.
한 줄기를 보았는데 여기에 달린 블루베리는 햇빛이 드는 쪽부터 익어가는 모습이 명확하게 보였다. 통통하게 물이 올랐고 이제 물들기 시작하지 조만간 수확 할 수있다는 의미. 내가 키우는 블루베리는 시에라인데 이 품종은 6월 중순에 수확하는 품종이다. 이렇게 물드는 시기가 5월 말이었으니 약 2주 정도면 본격적으로 파란색의 블루베리를 먹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블루베리 수확 시기에 따른 구분
- 조생종 : 6월 중순 전후로 하여 수확하는 품종으로 대표적으로 얼리블루, 크로톤, 듀크, 콜린스가 있다.
- 중생종 : 6월 하순에서 7월 상순에 수확하는 품종으로 시에라, 스파르탄, 블루레이가 있다.
- 만생종 : 7월 중하순에 수확하는 품종으로 엘리자베스, 딕시, 레이트 블루가 있다.
[블루베리가 익어가는 모습]
5월 말에서 6월 중순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약 2주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언제 익어서 맛을 보나' 하는 마음에 안달이 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쯤 되면 열매가 무거워져 줄기가 아래로 처지기 시작한다. 화분의 높이가 낮다면 열매가 땅에 쓸리기도 하는 경우가 생길테니 주의해야 한다. 내가 심은 화분의 높이사 45~50cm 정도 되었는데 줄기 몇개가 땅에 거의 닿을락 말락 할 정도까지 쳐져 있었다.
블루베리 시에라
풍산성이 좋다. 이 말은 꽃눈이 잘 생기고 많이 피며 열매가 많이 맺힌다는 말이다. 또한 열매의 품질이 좋고 내한성도 있어서 노지에서 키우기에도 적합한 품종이다. 작년까지는 실감을 못했는데 올해 꽃이 피는 걸 보니 왜 풍산성이 좋다고 했는지 알것 같다. 당도는 그리 높은 편은 아니며 약간의 산미가 있다. 굉장히 단 블루베리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품종이지만 직접 먹어봤을때에는 적당한 당도와 적당한 산도가 있는것이 오히려 더 좋았다.
6월 중순 : 블루베리 수확
조금 늦게 수확할 줄 알았는데 딱 중생종 수확 시기 수확을 하기 시작했다. 한번에 모두 수확하지는 않았고(어차피 익지 않은 열매가 있어서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 작은 컵에 잘 익은 블루베리만 몇개 수확하였다. 이정도면 마트에서 100g에 5,000원 정도에 파는 양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수확해서 먹으니 왠지 마트에서 사먹는게 비싸다고 여겨질 정도이다. 역시 직접 키워먹는 보람과 재미!
블루베리를 따서 먹기 위해 자리에 앉으니 벌써 앞에 다소곳하게 자리잡은 아이. 자기 간식인줄 아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나눠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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