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마늘을 심기에는 다소 늦은 시기이지만 그럼에도 '내가 먹을건데 어때, 겨울동안 밭을 비게 하는 것보다 뭐라도 자라고 있는게 낫지' 싶어 시장에서 중간 크기의 의성마늘 한주먹을 구입해 밭에 심어 주었다. 마늘은 왠지 오랫동안 텃밭을 가꾸는 어른들이나 전문 농부만 심는 작물이라는 막연한 느낌이 있었는데 내가 마늘을 심게 되다니 참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겨울이 올 무렵 밭에 심었던 마늘들은 다행히 무사히 자라서 어엿한 마늘 모양(?)이 되어 수확까지 할 수 있었다.
재배 작물 정보
- 재배 작물 : 의성 마늘(한지형 마늘)
- 파종 일시 : 2020.11.16 (씨마늘 구입 후 심음)
- 발아 일시 : 2021.2.13(마늘싹 확인)
- 수확 일시 : 2021.06.19
하지(夏至), 마늘을 수확해야 할 때 / 작은 텃밭에서 마늘 키우기 /마늘 주아 보관 /주아, 통마늘, 쪽마늘, 씨마늘
겨울에 마늘을 심을 때 나름 생각을 하며 심어 주었다.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심어 봄과 여름 사이에 마늘이 자라면 그 간격 사이 사이로 다른 작물을 심어 주려 한 것이다. 마늘이 일종의 작물간 경계선이 되어 준달까. 또한 마늘은 그 강한 향이 해충을 쫒아 내는 효과가 있어 봄철 벌레에게 잎을 많이 뜯기는 잎채소의 피해도 줄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줄맞춰 심고 남은 마늘은 마당에서 키우는 유실수 아래 심어 주었다.
마늘의 씨 : 마늘 주아
마늘 주아는 마늘쫑 끝에 달리는 것으로 주아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4월에 마늘쫑을 일부 남겨 두어야 한다. 마늘 주아를 심으면 이듬해 통마늘(작은 마늘)이 나온다. 이 통마늘을 심은 뒤에야 우리가 시장에서 보는 육쪽 마늘이 나온다. 주아에서 쪽마늘까지 2년이 걸리는 셈이다. (주아 생산부터 시작하면 3년).
그럼 시장에서 육쪽 마늘을 사서 심으면 1년이면 마늘을 수확하는데 굳이 주아를 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우량 개체 생산을 위해서이다. 씨마늘만 심게 되면 종자 구입 비용(씨마늘 구입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씨마늘이 점차 퇴화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새로운 주아를 심어 튼튼한 마늘을 생산 해 주는 것이 좋다. 주아를 심은 첫 해에만 수확이 없을 뿐 이듬해 부터는 주아 - 통마늘 - 쪽마늘 이 싸이클이 돌아가므로 매년 쪽마늘을 수확할 수 있다. (첫해부터 쪽마늘을 수확하고 싶다면 2년 동안에는 씨마늘을 구입해 심어 주면 된다)
- 씨마늘 : 쪽마늘(보통 시중에서 볼수 있는 마늘 - ex. 육쪽마늘)을 하나 하나 쪼갠 것.
- 주아 : 씨마늘, 통마늘 등을 심은 이듬해 봄에 나오는 마늘쫑 끝에 달리는 씨앗
- 통마늘 : 주아를 심으면 이듬해 수확할 수 있는 마늘. 구조는 쪽마늘과 비슷하지만 크기가 밤톨만큼 작고 둥글 둥글하다.
- 쪽마늘 : 통마늘을 심은 이듬해 수확할 수 있는 마늘로 시중에서 보는 육쪽 마늘 등이 대표적이다.
마늘의 뿌리
밭에서 마늘을 수확해 주었다. 처음에 손으로만 뽑으니 줄기 부분만 잘리길래 호미를 가져와 땅을 파면서 뽑아 주었다. 마늘을 뽑아본 이후에, 왜 손으로 당기기만 했을때 잘 빠지지 알았는지 알게 되었다. 마늘 뿌리가 의외로 곧게, 많이 자랐기 때문이다. 마늘로 먹는 부분 자체가 뿌리라고 생각 해 땅 속으로 뻗는 뿌리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 했었는데 말이다. 굵고 곧은 뿌리들이 여러 갈래 나와 있었는데 상상했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참고로 마늘을 너무 늦게 캐도 줄기가 잘 끊긴다.
수확하다 보니 마늘 줄기 하나만 곧게 자란 것이 있고 이 아이처럼 각각의 마늘편에서 줄기가 올라온 것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왜 마늘 줄기가 갈라지지?' 싶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번에 처음 수확한 마늘을 보면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통도 작고 줄기도 조금 비실 비실 한것 같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텃밭은 역시 자기 만족.
마늘을 수확하는 시기
마늘을 심어 두고도 언제 수확해야 하나 감이 잘 오지 않았다. 토마토, 오이 등의 여름 작물이 있기 때문에 늦어도 6월까지는 수확 해야지 싶었는데 막연하기만 했언 것이다. 그래서 역시 마늘을 심은 옆집 할머니에게 물어 봤더니 마늘은 하지에 수확하는 거라고 하신다. 옛날 사람들은 농사를 24절기에 맞춰 했다고 하는데 지금에서도 어느정도 맞는 것 같다. 다른 자료에서도 보면 마늘의 수확 시기는 태풍이 오기 전 수확하는데 이 시기가 절기상 하지와 엇비슷하다. 나는 마늘 수확 후 말리는 것도 생각 해야 하기에 하지 전 주말에 수확하기로 결정 하였다.
4월 중순에서 5월 초 마늘 잎 사이로 마늘 쫑이 길게 나오는데 이 중 일부는 잘라내어 반찬으로 해 먹고 일부는 남겨 두었다. 일부러 남긴 것은 아니고 마늘쫑을 자를 시기에 미처 다 자라지 않아 잘라내지 않은 줄기에서 주아가 생긴 것이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이왕 주아가 생겼으니 올 하반기에는 주아를 심어 마늘 키우기에 도전해 봐야겠다.
마늘의 줄기가 여러 갈래인 것도 있고 한 줄기 끝에 쪽 마늘이 달린 것도 있고 정말 각양 각색의 마늘을 수확 했다. 땅이 딱딱한 부분에서 뽑을 때나 줄기가 많이 마른 마늘을 뽑을 때에는 마늘이 다 나오기도 전에 줄기가 끊겨 호미로 그곳을 파 가며 수확을 해 주었다. 덕분에 몇 개의 마늘에는 호미 자국이 남아 버렸다.
애초에 심은게 얼마 되지 않아 바구니 가득 수확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먹을만큼의 양은 수확 할 수 있었다. 올해 주아+씨마늘을 혼합해 심고 나면 내년부터는 매년 더 많은 마늘을 수확 할 수 있을 것이다. (꿈은 크게 갖는다_)
마늘을 심는 것부터 시작해서 수확까지 한 사이클을 했지만 이제 주아부터 시작해서 마늘을 키우면 마늘 재배에 대한 이해가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흙에 심어두고 수확할때까지 지켜 보는 것이겠지만.
[마늘 키우기 관련 다른 포스팅 참조]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처음에 마늘 수확 했을때에는 줄기를 잘 엮어 말리고 싶었는데 제대로 엮어 지지가 않아 그냥 다 잘라 주었다. 주아는 주아대로, 마늘쫑은 마늘쫑대로, 마늘은 마늘대로. 수확 후 이틀 정도를 옥상에 두고 말려 주었다. 원래 강한 햇빛에서 말리는 것이 아니고 어느정도 차광을 해 주어야 하는데 날이 조금 흐려서 그냥 옥상에 널어 두고 말린 것이다. 주아는 조금 더 말린 뒤 가을에 심어주고 마늘쫑은 바로 먹고 마늘은 쫑 대를 조금 더 짧게 자른 뒤 양파망에 넣어서 말려 주어야겠다. 첫번째 마늘 농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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