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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읽고, 쓰다/읽다

가이아의 정원 - 텃밭에서 뒷산까지 퍼머컬쳐 생태 디자인

by ▽_ 2019. 4. 11.

'가이아의 정원'이라.. 제목만 봐도 자연적인 느낌의 정원을 말한다는 느낌이 훅 느껴졌다. 가이아가 누구인가 대지의 여신 아닌가? 대지를 관장하는 여신의 정원이라니, 참 아름다운 제목이고 또 정원이라는 말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제목에서부터 그 정원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우며 생태적일지 기대가 되었다.

또 하나, 이 책에 손이 갔던 이유는 올 해 집 앞에 있는 1.5평의 텃밭을 가꾸기로 하면서 자연스레 정원, 텃밭 만드는 것에 관심이 갔기 때문이다. 작은 텃밭이지만 쓸모있고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가 컸다. 그래서 '텃밭 잘 가꾸기/농사 잘짓기'종류의 책이 아닌 이 책에 관심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작가 정보 

토비 헤맨웨이

포클랜드 주립 대학교 교육대학원 겸임 교수이자 퍼시픽 대학교 주재 연구원이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생태 디자인과 지속 가능한 문화를 다루는 정기 간행물인 [퍼머컬쳐액티비스트]의 편집자를 맡기도 했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퍼머컬쳐와 생태 디자인에 대한 강연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책 내용       

"가이아의 정원은 퍼머컬처 생태 조경에 관한 입문서이지 텃밭가꾸기 입문서가 아니다. "

라고 작가가 말을 했지만 나는 단순히 '자연주의적 텃밭 만들기 입문서' 정도로만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타겟팅한 독자가 아니였음을 분명히 밝힌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나의 생각이 완전히 변해 버렸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부터 올바른 생태계를 만들어 갈 수 있고 거기에 엄청난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수고로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참고로 이 책은 강경한 생태주의자가 자연주의로 돌아가자고 바득바득 우기는 책이 아니다)

1장 생태 정원이란?

현대 사회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은 대부분 한가지 목적만으로 재배 되고 있다. '먹거리'가 되거나 '볼거리'가 되는 것. 

하지만 작가는 다르게 말한다. 모든 식물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곤충을 비롯한 야생 동물을 부양하기도 하고 딱딱한 땅을 부드럽게 부수어 주기도 하며 토양에 양분을 주고 땅을 보호하는 등의 기능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생태정원은 바로 식물이 담당하는 많은 기능을 전제로 한다. 

"생태원리에 따라 디자인한 정원에서는 새나, 다른 동물들도 정원사와 똑같이 환영 받는다. 정원을 바람직하게 디자인하면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비료를 많이 주지 않아도 토양이 저절로 회복된다. 이 정원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디자인 된, 자연과 같은 풍요로움과 탄력성을 자랑하는 살아있는 생태계다." - 본문 56p

퍼머컬쳐란 무엇인가?

퍼머컬처는 '영속적인 문화'(permeanent culture)와 '영속적인 농업' (permenant agriculture)의 축약어이다. 처음에는 자연을 모델로 경관을 디자인하려는 수단으로 시작했지만 농업을 넘어선 삶의 전반적인 모습을 디자인 하는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부가적으로 설명하자면 아무리 지속가능하게 땅을 가꾸어 봤자 사회 자체가 지속 불가능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사회까지 포괄하는 생태 라이프 시스템으로 발전 된 것이랄까) 

작가가 정리한 퍼머컬쳐는 학문의 한 분야가 아니라 서로 다른 학문 분야와 전략, 기술을 연게하는 일종의 접근 방식인 것이다. 각 영역속에서 유기체들이 이루는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바꾸는 법을 연구하는 '연결' 학문인 셈이다. 다만 퍼머컬처는 자연계의 지혜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퍼머컬쳐의 범위를 '가정 조경'으로 제한하며 접근하고 있다. 

2장. 정원사의 생태학

이 부분에서는 미성숙한 생태계(흔히 사람이 관리하거나 사람으로 인해 파괴된 곳 등)와 성숙한 생태계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 하며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에 집중한다. 단순히 사람손이 타고 안 타고의 문제가 아니라 식물들 사이에서 이루어지 유기적인 관계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한다.

3장. 생태정원 디자인

3장에서는 퍼머컬처 가드닝에서 기본적인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열쇠구멍 두둑과 기본적인 식물 배치를 샘플로 알려준다. 배나무 길드를 예로 들어 '배나무를 키우고 싶다'라고 해서 배나무만 달랑 키우는 것이 아닌 배나무가 자라는데 도움을 주고 또 배나무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식물들을 길드로 만들어 소개 해 주고 있다. 

1부를 구성하는 1장부터 3장까지는 퍼머컬쳐에 대한 개념과 예시를 들었다면 2부에서는 생태 정원을 이루는 요소에 대해 본격적으로 설명을 해 준다. 흙과 물, 식물(한 식물이 가지는 다양한 기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으며 생태 정원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동물들(벌, 새, 익충, 가금류)을 위한 식물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다.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생태 정원을 만드는 법을 소개 한다. 생태 정원에 알맞은 식물 군집 이라든지 먹거리 숲을 조성하는 방법이라든지 도시에서 퍼머컬처 정원을 가꾸는 방법 말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자연이 일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원을 가꾼다거나 작물을 재배할 때 생각 하는 것이 '인간의 노동력'이다. 사람이 부지런히 일을 하고 많은 노동을 들일 수록 정원과 농장이 풍요로워 진다는 것.(물론 그 과정에서 행해지는 환경 파괴는 덤이다). 하지만 자연의 숲을 생각해 보자. 사람이 심지도, 가꾸지도 않는데 해마다 새로운 식물들이 자라고 온화한 기후를 조성하며 좋은 공기를 만들어 주고 심지어 흙도 보송보송하니 건강하다. 사람이 '혼자'일하는 정원보다 훨씬 풍요롭지 않은가? 이는 그곳에 심긴 나무가 일하고 흙이 일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각종 동물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 법칙을 우리의 정원에도 적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입문서가 바로 가이아의 정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이론으로만 퍼머컬처 가드닝을 설명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흙을 만들고 밭을 조성하고 각 각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식물들을 배치하는 방법도 말해 주고 있다. 더군다나 적지 않은 페이지를 할애하여 각 식물이 할 수 있는 역할도 소개 하고 있다. (예. 클로버 : 질소 고정 및 피복 작용. 캐모마일 : 허브로 이용, 영양소 축적 및 곤충 유인)

물론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자라는 식물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자신의 밭에 100%똑같이 적용 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나의 작은 텃밭을 계획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자연이 일하는 정원이라니, 너무 멋진 일 아닌가?


결론(이 책을 읽고 얻은 것, 실천 할 것, 추천 하고 싶은 대상 등)         

지금의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원히 인간이 누리는 이 풍요로움이 지속되는 일도 더더욱 없을 것이다. 특히 환경적인 부분에서 인간은 지금의 풍요로움을 위해 미래의 유익을 끌어다가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앞에 작은 텃밭을 유지하는데도 터무니 없이 많은 농약을 사용하여 더 이상 생태계가 스스로 정상적인 순환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앞에서 저자가 밝혔지만 이 책은 텃밭 입문서가 아니다. 퍼머컬처는 농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모든 영역에 적용된다. 요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느리게 사는 삶' '미니멀라이프' '자연주의'등과도 연결 된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다른 목적으로 이 책을 읽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놀랐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지만 두고 두고 참고하며 읽고 싶어 전자책으로 구매 했을 정도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인간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다. 자연 속에서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자연과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해야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는 것 같다. 작은 텃밭에서부터 삶 전반에 이르기까지 영속적이며 지속 가능한 삶,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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