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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1. 첫번째 텃밭(~2019)

[퍼머컬쳐 가드닝 적용하기] 밭 만들기

by ▽_ 2019. 3. 13.

집 앞에 작은 텃밭이 있다.

여느 텃밭과 같이 봄에 이것 저것 심고

여름에 잡초와 전쟁을 하고

여름-가을에 수확하는 기쁨을 잠시 누린 뒤 

겨울에는 방치하는 밭


 

겨울 내내 쌓아 두기만 한 밭. 

작년 겨울 배추 심은 것도 거두지 않고

그냥 두었고

화목난로를 떼고 나온 재들도 

계속 밭에 쌓아 두고 

나무 자르고 나온 톱밥이 있으면

톱밥도 밭에 쌓아 두었다.


 

하지만 텃밭을 가꾼 사람은 알 것이다.

잡초와 벌레와 전쟁 하는 것이 얼마나 짜증 나는 일인지. 

덕분에 텃밭에 별로 흥미가 뚝뚝 떨어졌다.

알아서 자라주면 고맙고

안되면 어쩔 수 없고

 

그러던 중 책 한권을 읽게 되었다.

가이아의 정원

이 책을 통해 밭과 정원을 가꾸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다시 봄은 오는데 이전처럼 밭을 관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토양을 회복시키고

자연이 질서를 잡으며

최소한의 관리로 더욱 풍성한 정원(밭)을 만들고 싶어 졌다.

 

퍼머컬쳐 가드닝의 개념을 내 밭에 도입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겨울 동안

어떤 씨를 뿌릴지, 밭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만 하고 있어도 신이 났다.

그래서 땅이 녹기만을 기다리다 

3월 초 삽으로 흙을 쿡쿡 찔러보니 땅이 녹은 것 같아 

얼른 밭을 정리 했다.

부모님은 아직 이르다고, 4월이 되고 비 한번 온다음에 

땅을 갈자고 하셨지만 

나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사실 부모님이 도와주시면 내가 밭에 퍼머컬쳐 실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퍼머컬쳐 가드닝에서 땅을 가는 것은 대부분 한 번. 

처음에 밭 모양을 잡아 두둑을 올릴 때이다.

매년 밭을 갈아 집약적으로 토지 생산성을 끌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작물의 순환으로, 흙속에 사는 다양한 생물들의

조합으로 흙의 힘을 살리고 

그것으로 작물을 경작하는 것이기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밭을 갈아 없지 않을 생각으로 

신중하게 두둑의 모양을 결정하고 밭을 정리 하였다.


 

정원이 조금 더 예뻤으면 했기에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 울타리를 만들었다.

굵은 가지를 잘라 말뚝을 만들고 

얇고 긴 가지들을 말뚝 사이 사이로 엮어 

굉장히 시골스러운 나무 울타리로 태어나길.


 

 

얼추 모양이 나왔다.

이렇게 하면 통로와 밭이 구분 되어 

이동에도 좋고 미관상으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통로와 구분되는 모습

통로는 너무 좁지 않게, 편하게 지나다니며

수확물을 가지고 왔다 갔다 해도 

주변 작물을 건드리지 않을 만큼 넉넉하게

하지만 너무 넓지 않게 적당히 간격을 잡아 만들었다

 

통로로 만들 부분의 흙을 퍼서

밭으로 될 부분에 흙을 쌓으니 

자연적으로 통로는 더 낮게, 둑은 더 높게 만들어 졌다.


 

나무가지로 삼각형 지주를 세운 곳은 

매년 호박이 자라는 자리이다.

너무 게으른 탓에 자라나는 호박을 

수확하지 않고 밭에 그대로 나뒀더니 

언젠가부터 해마다 심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싹이 나고 있다.

올해는 언덕을 타고 올라가지 말고 

한쪽에서만 자라라고 지주를 설치 해 주었다.


 

앞으로 씨를 심고 발아가 될 동안 흙이 마르지 말라고 

멀칭을 해 주었다.

재료는 작년 밭을 뒤덮었던 잡초들.

잡초를 뽑아 한쪽에 쌓아 두었는데 이렇게 잘 쓰인다.

제초제를 뿌리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퍼머컬쳐 가드닝의 개념에선 

잡초가 없고 해충이 없다.

작년에는 그렇게 싫어하던 잡초였는데 

올해 흙을 덮어 줄 멀칭재료로 쓰이니 또 고맙다.

이렇게 퍼머컬쳐의 개념을 하나씩 배워간다.

 

덕분에 올 봄에 만들 정원이 너무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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