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언제나 기회의 땅이고 시골은 언제나 벗어나야 할 곳인가? 시골에 사는 청년들은 열심히 스펙을 쌓아 도시에 있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일까?
나는 작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개 3마리를 키우게 되면서 (아파트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예전에 살던 시골의 주택으로 들어와 살고 있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개 때문에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는데 점점 그 생각이 바뀌고 있는 요즘이다. 책을 좀 읽고 싶어서 도서관에 갔는데 [시골 빈집에서 행복을 찾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어서 관심이 갔다. 뒷표지를 보니 '아직도 대도시에서 인생을 소모하고 있습니까?'라고 한다. 단번에 '이건 읽어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빌려왔다. 시골집에서 살고 있으면서 나도 나름대로 정답을 찾고 싶어서.
이케다 하야토
시골 예찬론자. <빅이슈 온라인(일본판)>의 편집장. 와세다 대학 정치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가 회사생활 3년차에 독립했다. 2015년 가족과 함께 도쿄에서 고치현의 한계 마을로 이주했다. 월간 페이지 뷰 300만을 자랑하는 <아직도 도쿄에서 인생을 소모하고 있습니까?>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프로 블로거이자 [신세대 노력론], [무기로서의 글쓰기 기술],[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등의 다수의 저서가 있다.
책 내용
"시골에는 일자리가 없잖아?'
"시골은 폐쇄적이라 현지인들에게 배척 당할거라고, 오래 버티지 못하고 돌아올 거야."
"시골에는 재미있는 일도, 사람도 없어."
"시골은 교육환경이 나빠서 아이를 키우는 데 적합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도시와 비교되는 시골 생활을 생각할때 떠오르는 말들 아닐까? 작가는 이 책에서 이러한 점들을 하나 하나 짚어가며 실제로 살면서 느꼈던 장점들을 매우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
1부 : 도쿄는 이제 희망이 없다.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어. 하지만 서울에 가면 좋은 일자리가 많다고'
'시골에 있는 한 평생을 보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서울로 가야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이런 환상을 품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는 천만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으며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지금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도 게속 증가하고 있어서 서울의 주요 장소는 중국, 대만, 일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이런 서울에서 살기만 하면 돈을 벌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내어 시골에서 보다 윤택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자연스럽지 않은가? 위의 내용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인데 다만 '도쿄'를 '서울'로 바꾸어 쓴 것이다. 도시의 이름만 바꾸었는데도 확 공감이 되었다.
1부에서는 도시살이 (책에서는 도쿄)에서 작가가 느꼈던 문제들을 나열 하였다. 생활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세, 24시간 중 2~3시간은 족히 잡아 먹는 출퇴근 시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등.
책에서 말하는 문제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연결 된다. 도시에 '내 집'이 있는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이 하루 중 2~3시간을 길 위에서 낭비하게 된다. 만약 오늘 죽는 다는 것을 안다면 길 위에 뿌리는 이 시간들을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어쨋든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이렇게 길 위에서 시간을 낭비하는데 이로 인해 얼마나 인생을 낭비하는지 깨달은 현명한 사람들은 '직장 근처'로 이사를 결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도심에 있고 그 근방에 있는 집은 전,월세 비용이 상당하다. 일부 사람들은 남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그 돈을 아끼기 위해 35년 장기 상환을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게 된다. 여기서 작가는 문제를 지적한다. 버리는 시간도, 질에 비해 턱없이 비싼 임대료도 문제지만 집 한채를 위해 인생의 35년을 저당 잡히는게 과연 현명한가? 하는 것이다.
작가의 질문
- 고작 집 한채를 위해 35년동안 계속 지금처럼 빚을 갚아 나가겠다는 것인가?
- 앞으로 35년동안 지금처럼 계속 돈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는가?
아무런 의심 없이 회사원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성실한 사람일수록 대출, 즉 빚에 인생을 속박당하기 쉽다. 오랜 기간 '갚아야 할 돈이 있다'는 압박감 속에 자신을 몰아 붙이며 죽어라 일한다. 그러나 내 집을 갖게 되었다는 안도감을 얻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잃고 있음을 깨닫지 못한다.
이렇게 1부에서는 집 문제를 시작으로 도시에 살면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하나 하나 문제를 제기한다.
2부 - 도쿄보다 시골에서 돈을 벌기가 훨씬 쉽다
'시골로 가면 수입이 줄어 드는 것이 문제'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에 대해 작가는 2부 전체를 걸쳐 반박하고 있다.
시골로 이주하자 수입이 세배가 되었다/시골에는 일자리가 없다라는 새빨간 거짓말 / 지방에서는 조용한 환경에서 집중하며 일할 수 있다./순풍처럼 불어 온 정부 차원의 이주 추진 / 도쿄의 수동적인 회사원은 앞으로 먹고 살수 없다 등의 목차로 구성 되어 있는데 이 부분에서는 일부 동의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이주를 결정했다 해도 시골에서 과연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의 문제, 즉 경제적인 계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고치현으로 이주한 나의 경험에 따르면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시골에 일자리가 없다'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골에는 '고용'은 없지만 '일자리'는 산더미처럼 많다. 어떤 한가지 일을 해서 수만 엔 정도를 벌수 있는 '작은 일거리'들이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우선 수입 문제에 관해서, 작가는 프로 블로거(우리 나라로 말하면 파워블로거)이다. 노마드워커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블로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책에서 말하는 시골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아르바이트의 개념이다. 도시처럼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한다(현재 시골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고용'이 없는 '작은 일거리' 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도 직원을 구하는 곳(있긴 있지만 예상대로 월급이 적다) 보다 주변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통해 할 수 있는 작지만 단가가 좋은 일거리들이 생각보다 많다(예를 들어 봄철 배밭 화접하기 알바 등). 그리고 정부의 정책. 일본은 시골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프로그램이 많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갈등 없이 무사히 시골에 안착할 수 있다고 한다. 뭐 이부분은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적극적인 이주 정책이 없으니까 공감을 못하겠다는 의미이긴 하다.
어쨋든 이러한 몇 가지 점을 제외하고는 '그래! 시골로 이주해도 먹고 살 수는 있겠어!'라고 생각을 하게 할 만큼 다양한 수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3부 - 한계마을로 이주한 뒤 이렇게 행복해졌다.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들어갈 지 눈에 보이는 내용이다. 작가가 시골에 살면서 얻은 긍정적인 점들을 최대한 많이 묘사 하였다. 3부에서는 '시골에 살면 이런게 좋겠지'라고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들, 예를 들어 풍요로운 인생, 도시에서보다 현저히 낮은 임대료로 훨씬 질 높은 주거 환경을 얻을 수 있는 점, 시골에서 느끼는 의외의 편리함, 인파 스트레스로 부터의 해방, 신선한 먹거리, 서로 돕고 사는 시골의 따듯함, 시골 생활을 하면서 얻은 건강 등.
사실 '너무 과장하는거 아니야?'라고 반박할 수 없었다. 일단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이기도 하고 현재 시골에서 살면서 내가 느껴가고 있는 좋은 점이기도 하니 말이다.
잠시라도 좋으니 비정상적인 도쿄(도시)를 떠나 인간으로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지방에서 살아보기를 바란다. 실천에 옮겨 보면 이 책에서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환경의 차이를 하나 둘 씩 느끼다 보면 도쿄(도시)에 들러 붙어 있을 이유가 없음을 몸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3부의 끝에서도 말하지만 이는 책을 읽어서가 아닌 직접 실천하고 살면서 느낄 수 있는 점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공감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가 시골에 살면서 그곳에 애착을 가져야만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다. 나의 경우도 보면 시골 집으로 다시 들어 온지는 3년 정도 되었지만 그 전에는 집은 시골이고 직장은 도시에 있어서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였기 때문에 행복함 보다는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 하지만 요즘 소소하게 텃밭을 가꾸면서 이곳에 애착이 생기다 보니 소위 말하는 '시골 생활의 행복함'을 이제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똑같은 시골, 똑같은 집에 살고 있어도 생각의 변화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르다는 이야기)
4부 - 없는 것 투성이기에 더더욱 기회의 땅인 지방
4부에서는 시골에 살면서 '어떻게 먹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케다 하야토(작가)식 비지니스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빈 집을 민박으로 만들어 활용 한다든지 바이오화장실을 만들어 유기농 와인을 제조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작가는 산에서 살고 있기에 가능함) 시골에서 살면서 사업을 구상해보려는 사람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5부 - 이주에 실패하지 않기 위한 다섯단계와 알아둬야 할 제도
무턱대고 '귀농해야지'라고 한다면 아마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로 도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작가도 이 점을 염려하여 단계별 시골 이주 방법과 이 과정에서 활용 할 수 있는 정부 정책, 시민연대 등을 소개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참고만 하고 한국 정부의 지원 정책을 따로 찾아 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듯 하다.
결론(이 책을 읽고 얻은 것, 실천 할 것, 추천 하고 싶은 대상 등)
2016년 이 책이 발행 될 때 즈음 일본에서는 '시골 이주'가 화제라고 작가는 말했다. 앞으로 몇년 후 우리나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시로 가고 싶은 사람 못지 않게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삶을 사는 방식에 정답은 없지만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그 방법을 '시골에서의 삶'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작가가 시골 예찬론자이기 때문에 도시예찬론자의 책을 찾아 같이 읽어 보면 자신의 삶을 어느 방향으로 정할지 상당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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