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네모필라'라는 꽃씨를 나눔 받았다. 함게 나눔 받은 다른 꽃씨들은 그래도 익숙한 이름이였는데 네모필라라는 이름은 정말 생소했다. 흔하지 않은 꽃씨여서 이 씨앗을 바로 심어 주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심어 두고 네모필라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매력적인 꽃이 필 줄이야. 역시 꽃의 세계는 다양하고 하나같이 모두 아름답다.
작물 정보
- 재배 작물 : 네모필라
- 파종 일시 : 2020.03.08
- 파종 형태 : 포트 파종(질석파종)
- 발아 일시 : 2020.03.24
- 옮겨 심기 : 2020.05.21
네모필라 파종부터 개화까지 / 질석 파종의 장점 / 화단에 심기 좋은 꽃 / 4월-5월에 피는 꽃 추천
3월은 파종의 계절이다. 물론 2월부터 파종을 조금씩 하긴 했지만 2월과 3월은 확연히 다르다. 발아 속도도 다르고 무엇보다 파종하는 내 마음이 굉장히 안정적이다. 2월 파종의 경우에는 '기온이 낮은데 잘 발아할까? 실패하면 씨앗을 다시 사야하나?'싶은 마음이 있는데 3월 이후 부터는 그런 마음이 싹 사라지기 시작한다. 뭘해도 따뜻한 햇빛이 다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 파종은 꽤 신이 난다. 네모필라 역시 3월에 파종을 해 주었다. 이번에는 질석에 파종을 해 주었는데 매번 상토로만 파종 하다가 올해 질석을 처음 이용하여 파종 하였다. 질석에 파종하니 나름대로 장점이 꽤 있다. 일단 물이 금방 마르지 않는다. 저면관수용 포트에 질석을 넣을 경우 발아 할때까지 물만 잘 채워 준다면 물을 말리지 않을 수 있다. 파종에서 발아 할때 까지는 씨앗이 마르지 않도록 흙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질석은 그런 면에서 참 좋다. 그리고 이끼가 끼지 않는다. 상토의 경우 흙이 항상 젖어 있으면 초록색의 이끼가 끼곤 했는데 질석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느낌상 발아율도 더 좋은 것 같다. 앞으로 모종에 파종 할 때에는 질석을 사용 할 예정이다.
질석 파종의 장점
- 물을 말리지 않고 항상 촉촉하게 유지 할 수 있다 - 촉촉함을 유지하는 것은 발아에 매우 중요
- 항상 흙이 젖어 있음에도 이끼나 곰팡이가 끼지 않는다.
- 입자가 크기 때문에 뿌리에 통풍이 잘되도록 한다.
- 한번 사용 후 말려서 재사용이 가능하다.
파종한 지 약 보름이 지나니 네모필라의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꽃인지 몰라 한포트 당 1~2립의 씨앗만 파종 해 주었는데 다행히도 모두 발아 하였다. 네모필라의 떡잎은 전형적인 새싹모양이다. 동그랗게 양 팔 벌린 모습의 떡잎 말이다. 떡잎이 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본잎도 나오려는 것이 보였다. 처음 키우는 작물이 이렇게 자라고 있는걸 보면 항상 신기하다. 내가 무엇을 해주는 것이 아니고 사실은 햇빛과 바람과 물이 다 해주는 것인데 내가 마냥 훌륭한 가드너(?)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식물은 사람의 자존감을 높혀 주는 것 같다. 혹시나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식물 키우기를 추천한다. 식물은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네모필라는 '베이비 블루 아이'라고도 불리는 꽃이다. 이름에서 네모필라는 푸른 계열의 꽃을 피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에서는 작게 무리지어 꽃이 핀다. 일년초로 옆으로 뻗어 가며 자라는 꽃이다. 본잎은 뚱뚱한 깃털 모양으로 나며 봄(4월 - 6월)사이 꽃을 피운다. 남부지방에서는 노지 월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곳은 중부 지방이라 그냥 해마다 씨를 뿌려 키우는 일년초로 키워야 할 것 같다. 네모필라의 일반적인 꽃은 꽃잎 가장자리가 연하늘색이고 안쪽이 흰색인 종류이다. 사실 이때 알았어야 했다. 네모필라는 키가 많이 크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네모필라(Baby blue eyes) 정보
- 학명 :Nemophila menziesii)
- 북아메리카 원산의 1년초
- 햇빛 : 반양지 - 반그늘
- 가뭄에 잘 견딘다
- 높이 : 20~30cm
- 꽃 크기 : 2~3cm
- 보통 화단의 빈 곳을 채우는데 많이 사용하며 일본 히다티 해변 공원에 네모필라를 식재하여 경관을 조성한 것이 유명하다
- 밀원 식물로 나비와 꿀을 유인한다
다른 채소들과 같이 심어서였는지 '더 큰 다음에 정식 해 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잎은 꽤 나왔지만 옮겨 심기에는 굉장히 작았기 때문이다. 검지 손가락 만큼 자랐으려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키가 작다는 이유로 옮겨심지 않고 모종판에서 키우고 있었는데 5월의 어느날, 갑자기 꽃이 피었다. 모종판에서 꽃을 피우다니.. 조금 당황하여 자료를 찾아 보니 네모필라는 크게 자라는 꽃이 아니고 마치 꽃잔디처럼 낮게 깔리며 자라는 식물이였던 것이다. 때문에 저렇게 1~2립씩 심어 줄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많이 심어 주어 화단의 경관을 조성하는게 더 어울리는 꽃이였다.
가뭄에 잘 견디는 꽃
모래질의 척박한 토양에서 자랄 수 있는 꽃은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꽃은 비옥한 토양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히 배수가 잘되고 척박하지 않은 토양에서 잘 자라는데 네모필라는 생김새와 달리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그래서 공터나 도로 주변 등 척박한땅에 경관 조성용으로 심기도 한다. 초봄이 되면 연하늘색의 꽃 양탄자가 깔린 경관을 볼 수 있다. 이런 경관으로 일본의 히타지 해변 공원이 꽤 유명한데 우리 나라에도 이런 경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멀리 일본까지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충분히 예쁜 경관을 볼수 있으면 좋을 테니까.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면 내땅에 심어서 이런 경관을 조성해보고 싶기도 하다)
이식을 싫어 하는 꽃
네모필라는 발아율이 좋아 씨앗으로 파종하여 키우는데 이식하는 것은 싫어 한다. 이 말은 바꿔 말하면 옮겨 심을 경우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는 뜻이다. 이식을 싫어 하는 식물로 대표적인것이 유칼립투스가 있다. 이런 식물들은 발아가 잘 되기 때문에 왠만하면 키울 화분/화단에 직접 씨를 뿌리는 것이 좋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역시 옮겨 심을 수 밖에 없다. 이식을 싫어한다는 뜻이 옮겨 심을 경우 몸살을 많이 앓는다는 뜻이지 아예 옮겨 심는것 자체가 안된다는 말은 아니다. 옴겨 심을 때 뿌리 부분이 다치치 않도록 조심히 꺼내고 되도록이면 뿌리에 흙이 붙어 있는 채로 새 흙에 옮겨 주면 당장은 몸살을 앓겠지만 그래도 이내 적응하고 다시 잘 자란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유칼립투스보다 네모필라가 더 몸살을 앓았던 것 같다. 옮겨 심은 날에는 하루 종일 마치 시들 듯이 줄기가 휘어져 있었는데 그 다음날 가서 보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몸을 빳빳하게 일으켜 세웠다.
꽃이 피려고 하는 네모필라의 모습. 네모필라는 씨앗 상태에서 발아 할 때까지는 씨앗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하지만 발아 후 본잎이 나기 시작하면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되는 식물이다. 네모필라는 원래 가뭄이 흔한 지역(?)에서 자랐기 때문에 가뭄에 견디는 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선인장처럼 키우면 안되고 흙이 바싹 마르기 전 물을 주는 것이 좋다. 한여름에는 직광으로 인해 식물이 죽을 수도 있으므로 정오의 뜨거운 햇빛이 가려지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 가뭄/건조에 잘 견딘다는 것과 뜨거운 햇빛에 잘 견딘다는 말은 다르다.
함께 심은 수세미, 고추와 크기를 비교해 봐도 많이 크지 않다. 비교 대상이 되는 수세미와 고추는 아직 떡잎 크기인데도 말이다. 실내에서는 잘 기르지 않지만 만약 실내에서 네모필라를 키울 경우 직광을 받지 않는 곳에서 키워야 한다. 또한 물을 줄때에는 잎에 물이 직접 닿지 않도록 주는 것이 좋다. 몇몇 식물의 경우 잎에 물이 닿으면 시들기도 하고 물이 닿은 곳에 햇빛이 비치면 물방울이 볼록거울 역할을 해 잎을 태우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식물에 물을 줄 때 내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저면관수이다. 화분 아래 그릇을 받쳐두고 그릇에 물을 채우는 것이다. 그렇게 물을 주면 흙이 골고루 적셔 지기도 하며 뿌리가 충분히 물을 흡수 할 수 있다.
내가 키우는 꽃은 Fivespot이라고도 불리는 네모필라 마쿨라타이다. 가장 유명한 네모필라는 가운데가 흰색이고 가장자리로 갈 수록 연하늘색을 띄는 꽃인데 네모필라 믹스라고 했지만 이번에 핀 꽃을 보니 전부 마쿨라타이다. 네모필라 마쿨라타도 굉장히 예쁘게 생겼다. 흰색 바탕의 꽃잎에 Fivespot이라는 이름 그대로 다섯개의 진한 점이 있고 마치 정맥과 같이 보라색의 진한 무늬가 나 있다. 꼭 보라색 수채화 물감으로 점을 찍어 두고 거기서 물감이 번져 나가는 것 같은 모양이다.
네모필라는 벌과 나비를 유인하는 밀원 식물이다. 식물의 키도 크지 않기 때문에 채소밭에 피복 작물로 심어 두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는 쌈채소 밭에 크림슨클로버와 함께 네모필라를 심어 봐야지. 채소 밭에 벌이 날아 다니면 좋은점이 꽤 많다. 우선 수분이 잘되기 때문에 열매가 많이 맺힌다. 그리고 벌은 진딧물을 잡아 먹기 때문에 해충의 피해가 의외로 많이 줄어 든다. 농약을 뿌리지 않고도 건강한 채소들을 수확할 수 있다. 물론 봄 작물의 경우 쌈채소의 피해(나비 애벌레...)가 조금 있지만 충분히 감수할 만하고 여름 이후 부터는 일부 텃작물을 제외 하고는 피해가 거의 없다. 올해에도 내 작은 밭에 채소를 심으면서 주변에 금잔화부터 해서 이런 저런 꽃들을 많이 심었다. 눈도 즐겁고 실제로 다양한 식물이 심어져 있어 식물들에게도 좋다. 내년에는 여기에 네모필라도 추가.
네모필라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답게 커버 작물로 심을 뿐 아니라 돌틈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전원 주책의 경우 돌을 많이 가져다 두는데 그 사이 사이에 일일초나 꽃잔디 뿐 아니라 이런 푸른색 계열의 꽃을 가진 네모 필라를 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연에 푸른색 꽃이 드물기 때문에 정원의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가진 꽃은 보라색/흰색의 조합이지만 말이다.
저녁이 되면 꽃을 닫는 네모필라
저녁에 모종판을 둔 옥상에 올라갔다가 신기한 것을 발견 했다. 낮에는 그렇게 활짝 피어 있던 네모필라였는데 오후가 되어 해가 기울어 가니 꽃잎이 닫혀 있다. 네모필라도 잘 시간인가보다. 서로 잎이 엉키지 않게 순서대로 잘도 포개져 있다. 꽃이 저녁에 꽃을 오므리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로는 열 발산을 막기 위해서인데 저녁이 되면 낮에 받았던 열기가 모두 날아가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열을 축적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둘째로는 벌레의 침입을 막고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꽃은 식물체에서 씨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영양분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초식동물들이 꽃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저녁에 꽃잎을 닫음으로써 초식동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 한다는 것이다. 과연 네모필라가 안먹힐 지는 모르겠지만 사유하지 않는 식물이 자신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저렇게 한다는 것이 정말로 신기하다. 식물 키우기는 정말 신기함의 연속이다.
네모필라는 꽃이 질 때쯤 꽃대를 따서 말려 두면 씨앗 채종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은 꽃을 더 감상하고 싶기에 사진에는 없지만 조금 더 큰 화분에 옮겨 심기만 해 주었다. 조금 더 있다가 꽃이 시들어 갈때쯤 꽃잎을 따서 잘 말려 두어야지. 남아 있는 씨앗은 혹시 다른 꽃을 피울까? 네모필라 mix라고 적혀 있었으니 다른 꽃을 피우는 종류도 들어 있지 않을까? 내일 모레 비 소식이 있으니 때 맞추어 나머지 씨앗도 파종하고 싶은데 5월이면 좀 늦은감이 있어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 반쯤만 털어서 심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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