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대파는 심으려고 했던 것이 아니였다.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냉장고가 없었을 때, 마트에서 사온 대파를 보관하려고 먹을 만큼 파를 빼놓은 후 나머지를 모두 텃밭에 심어 주었다. 그 후로 대파가 씨앗을 맺을 때 까지 파를 구매한 적이 없다. 텃밭에 심은 대파는 굵게 잘 자라주었고 잘라서 더이상 먹을 게 없을 것 같은 대파에서도 어느새 보면 새로운 싹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대파는 먹다가 먹다가 결국 씨앗을 맺었고 채종하게 되었다. 파 꽃 4송이에서만 채종해도 충분히 많은 씨앗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그냥 밭에 방치 해 두었다. 길어진 장마 기간동안 모두 물에 녹아버리긴 했지만.
대파 키우기 / 채종씨앗으로 파종한 대파 / 대파 옮겨심기
7월 초에 채종한 대파 씨앗 중 몇개를 다시 파종 해 주었다. 늦가을까지 크게 자라지는 않더라도 쪽파 크기 정도만 자라도 이것 저것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갓 채종한 싱싱한 씨앗(?)이라 그런지 발아는 모두 성공 하였다.
대파 키우기 정보
- 백합과 여러해살이
- 물빠짐이 좋은 곳에서 잘 자란다.
- 꽃대를 그냥 두면 나중에 익은 씨앗이 땅에 떨어져 자연발아한다.
- 대파는 의외로 뿌리가 넓게 자라고 양분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작은 화분에서 키우다 보면 한두번 잘라 먹은 후 점점 대파가 시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 줄기를 자꾸 자르다 보면 생존에 위협을 느낀 대파는 꽃 봉오리를 올려 버린다 >계속 대파를 수확하고 싶다면 꽃봉오리를 잘라준다.
- 씨앗을 채종하고 싶다면 올라온 꽃 봉오리를 그대로 두고 갈색으로 마를때까지 기다린다.
파종한 후 한달정도가 지나니 제법 파 티가 나기 시작한다. 텃밭에 옮겨 심어 주고 싶은데 4주 연속 비가 오고 있다. 맑은 날을 기다리며 대파 모종은 점점 상태가 안좋아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대파는 의외로(?) 뿌리가 잘 발달하는 식물이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식물인데 저 작은 모종판에서 세월아 네월아 하며 자라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래서 장마가 완전히 지나간 다음에 옮겨 심을 예정이였던 대파를 중간에 잠시 비가 오지 않을 때 텃밭에 옮겨 심어 주기로 했다.
시간을 더 지체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줄기가 달랑 두개 남았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까지는 푸릇푸릇하고 튼튼하게 자라던 대파였는데 특정 시점 이후로는 그나마 잘 자라던 잎도 점점 시들어 가기 시작했다. 어서 어서 대파를 옮겨 심어 주어야 한다. 사실 처음부터 큰 곳에서 키웠으면 별 문제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똑같은 날 파종한 대파의 일부는 조금 큰 포트에 파종했는데 그건 잎이 마르지도 않고 잘 자라고 있었다. 그 대파는 조금 더 키운 후 줄기가 더 굵어 졌을 때 텃밭에 옮겨 심어 줄 예정이다.
텃밭에 옮겨 심으면서 대파를 심었던 계란판 포트도 함께 묻어 주었다. 식물을 옮겨 심을 때 따로 빼 낼 필요가 없어 뿌리가 상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 좋았다. 실제 사용 해본 후 느낀 단점은 물 조절이 어렵다는 점. 물을 너무 적게 주면 금새 마르고 물을 많이 주면 특히 요즘같은 날씨에 쉽게 곰팡이가 핀다. 발아용 포트로 사용하기엔 물관리과 쉽지 않다. 차라리 물파종이나 솜파종을 해서 발아한 씨앗을 옮겨 심거나 다육이 삽목을 하기에 적당한 것 같다.
[참고]계란판 활용한 모종 판 만들기 / 자원 재활용 / 미니 모종 포트 만들기
텃밭에 대파를 옮겨 심어 주었다. 옮겨 심긴 했는데 계속해서 안좋은 날씨가 예보되어 있어서 조금 불안하긴 하다. 파는 물빠짐이 좋은 곳에서 키워야 하는데 일단 우리집 텃밭이 물빠짐이 탁월하게 좋지는 않은 곳이고 둘째로 물빠짐이 아무리 좋아도 계속해서 비가 내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장마 기간 텃밭에서 꿋꿋히 버티고 있던 대파들이 스르르륵 녹아버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나마 이번주 부터는 중간 중간 개인 날씨가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겠다.
얼마 전 기사에서 본 것이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도 식량난이 올 수 있다는 것. 대부분의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각자의 집에서라도 조금씩 먹거리를 키우다 보면 그래도 덜 타격 받지 않을까? 식물을 아예 재배할 수 없는 날씨가 되기 전에 말이다. (극단적..!)
시골에 살다 보면 어느 시기에 무엇을 심고 무엇을 수확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동네 어르신들이 부지런히 심고 가꾸시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 옆집의 할머니는 얼마전 당근을 심었다. 그리고 또다른 밭에서는 한창 깻잎이 자라고 있다. 계속 보다 보면 나도 조금씩 배워가게 되지 않을까? 지금은 대부분 내 맘대로 심고 싶을 때 심지만 말이다. 내가 먹는 것의 단 20%라도 스스로 키워보고 싶다. 100%까지는 무리더라도 최소한 노력은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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