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채소 말고는 허브같이 노지월동 되는 식물이 아니면 왠만해선 다른 식물을 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한게 올 봄인데 그 다짐은 마치 쿠크다스같아서 어느새 무너지고 지금 텃밭과 거실 화분에는 실내 월동을 해야 하는 식물, 관상용 식물등이 몇개 자리 잡고 있다. 연약한 인간의 의지여.
미니장미도 처음에 그렇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꽃을 봤는데 너무 예뻐서. 그것도 두번이나 구입했다. 첫번째는 노지 정식 후 물관리를 못해 고사 시킨 뒤 '역시 장미는 못키우겠어!' 라고 다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한 노란 꽃이 너무 예쁜 미니 장미를 들여 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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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구입 해 올 때 꽃이 핀 것을 가져 왔기 때문에 그 꽃을 보고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이 시들어 꽃대를 잘라 주었다. 내년쯤에나 꽃을 다시 보려나 싶었는데 무더위가 가실 기미를 보이자 다시 꽃봉오리들이 올라 오기 시작했다. 역시 미니장미의 다른 이름이 사계 장미라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미니 장미는 연중 꽃을 피우기에 그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직접 키우면서 본 결과 사계장미이지만 너무 뜨거운 여름에는 개화하지 않는다.
장미는 직광 혹은 밝은 양지에서 자라는 식물로 일조량이 좋아야 새순도 잘 나오고 줄기도 굵어 진다. 장미를 삽목하기 좋은 시기는 장마철과 날이 선선해 지는 초가을이다. 이곳에도 이번주에 비 소식이 있는데 가지 정리 겸 삽목을 해 주어야겠다. 내년에는 화단에 장미도 풍성하길 바라니까. 식물은 마치 마법같다. 작은 줄기 하나였는데 하나 둘 삽목 하다 보면 어느새 화분 가득 차 있다. 올해가 아니라 작년에만이라도 식물에 관심 가졌더라면 아마 지금쯤 풍성한 화단과 텃밭을 감상하고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올해라도 시작 했으니 내년 , 내 후년에는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텃밭과 화단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날을 위해 조만간 장미 삽목 도전!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 되었다. 내가 사온 장미는 노란색이 매력적인 장미였는데 그 꽃이 다 지고 한 여름을 이겨낸 후 피어난 장미는 연분홍색이다. 이제 다시 노란 꽃은 피우지 않는건가? 물론 지금 피는 꽃의 색도 너무 예쁘다. 과하지 않고 수수한 분홍색. 하지만 연한 노란색의 꽃도 다시 한번 피어 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둘다 잘 타협해서 노란색은 봄에, 분홍색은 가을에 피어도 좋고.
그냥 미니 장미라고만 알고 구입 했는데 참 여러모로 특이하다. 일단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꽃 색이 변했다. 물론 꽃 색은 온도에 따라, 흙의 산성도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고 하니 넘어가기로 한다. 두번째는 가시가 없다. 장미=가시라고 굳게 알고 있던 내 고정관념이 부끄러워 질 정도로 줄기가 매끈하다. 덕분에 관리하는 것은 더 쉬워졌다. 전에는 장갑을 끼고도 가끔 가시에 찔렸는데 맨손으로 장미를 다듬을 수 있는게 너무 좋다. 가을까지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키도 별로 크지 않는데 꽃과 향은 여전히 장미 그대로이다. 그야말로 장미의 장점만 모아 놓은 듯 하다.
첫번째로 텃밭에 심었던 장미는 초봄의 추위까지 무사히 이겨냈으나 나의 부주의(물을 많이 안줌)로 인해 고사 하였다. 그 장미의 희생 덕분에 장미는 빛과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장미를 심은 곳은 오후가 되면 그늘이 지는 자리이며 함께 자라는 수국 때문에 물을 매일 주는 자리이다. 그래서인지 장미가 한여름에 잎이 처지지도 않고 잘 자랐으며 여기 저기 꽃 봉오리를 내고 있다. 장미는 건조하게 키워야 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였다. 장미는 물을 생각보다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꽃 색이 정말 오묘해서 아름답다. 원래의 노란 빛이 약간 도는 것 같기도 하다. 장미는 화려한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키와 색감 때문인지 함께 자리 잡은 천일홍, 백일홍에 비해 수수해 보인 정도이다. 장미를 감상하는 김에 이제 막 피기 시작한 작은 봉오리를 하나 꺽어와 꽃 말리는 곳에 매달아 보았다. 이 꽃은 어떤 색으로 말라갈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꽃이 조금 더 많이 피면 몇 줄기 더 꺾어와 병에 꽂아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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