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자급자족 사회를 위한 農이야기이다. 완전한 자급자족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자급 자족 라이프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말할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그냥 농사 짓는 이야기, 농사 지으면서 그것을 활용하는 삶의 이야기라고 생각 했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내용들도 들어 있었다.
[본문 내용]
책의 처음은 인간이 태어나면서 죽을 떄까지 기업에 의해 잠식당한 삶을 이야기 하면서 시작한다. 예전 전통 사회에서는 집에서 아이를 받고 공동체에서 함께 키우며 집에서 장례까지 치뤘는데 지금은 어떤가? 앞에서 이야기 한 것들 중에서 뭐 하나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크고 작은 기업들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태어나 그들이 생산(유통)하는 것을 먹고, 입으며 자라다가 한 기업에 종속 되어 일을 하고 말년에는 기업이 운영하는 장례식장에서 삶을 마감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기업 없이 '스스로' 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스스로' 살아 볼 것을 권유한다. 100% 자급 자족 할 수는 없겠지만 당장 먹을 거리의 일부라도 스스로 공급해서 먹어보는 것 부터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토종 종자에 관한 부분이였다. 올해 일년 텃밭을 가꾸면서 사실 별 생각을 하지 않고 씨앗을 구매하고 또 신기해 보이는 씨앗이 있으면 구하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구해 심는 씨앗의 상당 수가 외국 종자 기업의 상품이라는 것. 보통 나같은 취미 텃밭러는 '한번 구매 하여 다음해 채종해서 계속 심으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종자 회사에서는 매년 씨앗을 팔기 위해 이듬해 채종한 씨앗에서는 결실이 잘 맺히지 않도록 유전자 변형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F1(처음 구매한 씨앗)을 심었을 때 병충해도 강하고 열매도 잘 맺던 아이가 F2(F1에서 채종한 다음세대 종자)에 가서는 병충해도 상당하고 열매도 제대로 맺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매년 씨앗을 다시 구매 해야 하고 그 로얄티는 고스란히 외국의 종자 기업에게로 돌아간다. 문제는 거대한 종자 기업 몇몇이 세계 대부분의 종자를 점유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이 되는 시장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소비자는 기업이 조절하는 가격과 출하량에 맞춰 소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우리가 뿌리는 이 작은 씨앗 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씨앗은 작지만 전 세계적으로 곡물 생산량을 보면 이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토종 씨앗 보존'과 그 씨앗을 나누는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토종 씨앗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다. 토종 씨앗보다는 개량된 씨앗들이 보기에도 예쁘고 열매도, 꽃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구매하는 씨앗에는 종자 기업에 내는 로열티가 포함 되어 있다. 하지만 토종 종자는 그렇지 않다. 한해동안 잘 키우고 그것을 채종하여 이듬해 또 심을 수 있다. 로열티도 없고 인위적인 변위도 없고 무엇보다 무료이다. 종자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온전히 독립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도 텃밭을 계속해서 가꾸고 싶기 때문에 많은 씨앗들을 모아 두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토종 씨앗들을 점차 더 많이 모아 밭에 심어야겠다. 우리의 종도 지키고 미약하나마 주체적인 삶(농사)를 짓고 싶으니까.
[추천 대상]
텃밭 정원에 관심 있고 집에 여러가지 식물들을 키워 볼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 우선 추천한다. 또한 소박하지만 작은 영역부터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 하려는 사람들도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책의 모든 부분, 저자의 모든 의견에 공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이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가'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래의 책과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 보람따위는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 - 히노 에이타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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