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든 텃밭 기록은 작년에서 부터 시작한다. 본격적으로 텃밭을 가꿔 보리라 다짐 한 후 씨앗을 많이 구매 하기도 했고 여기 저기서 많이 얻기도 했다. 그 중 밤호박은 거의 처음에 얻은 씨앗으로 풍선처럼 생긴 씨방을 갖는 꽈리를 요청했다가 함께 받은 것이였다. 정작 메인이였던 꽈리는 열매를 보지 못했는데 덤으로 얻은 밤호박은 수확에 채종까지 하게 되었다. 밤호박이라 그런지 맛도 좋아서 채종한 씨앗을 다시 심어 보았다.
미니 밤호박 키우기 / 미니밤호박 파종 / 미니 밤호박 발아 / 집에서 키우기 좋은 호박 /
작년에 키워서 수확까지 했던 밤호박. 워낙 단호박을 좋아해 기대하며 키웠었는데 역시나 실망 시키지 않았다. 그냥 쪄서 먹어도 맛있고 호박죽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었던 밤호박. 그냥 단호박이 아니라 '미니밤단호박' 이였다. 채종한 씨앗은 딱 1립만 남겨 두고 여기 저기 나눠 주었다. 1립만 남긴 이유는 일단 새로 이사 한 곳의 텃밭이 너무 작기 때문에 발아가 되면 키우지만 발아가 되지 않으면 올해는 '어쩔 수 없지' 하고 넘어가려는 이유에서였다. 일단 작년 한해 키우고 채종한 씨앗을 다시 심은 것이니 밤호박 2세대가 되겠다.
[참고]미니밤호박 수확 / 애호박 수확 / 미니밤호박 파종부터 수확까지 / 미니 밤호박 파종 후 3개월 경과
'자라면 좋고 아니면 말고' 라고 생각 하며 질석에 파종 해 두었는데 파종한 지 일주일도 안되서 잎이 나려는 모습이 보였다. 작년에는 4월 초에 심어 5월에 발아 하였다. 딱 한달 정도가 소요 된것 같은데 올해는 발아 일수가 빠르다. 작년에 채종한 싱싱한 씨앗이라 그런지 발아율이 좋은건지 아니면 작년보다 날이 따뜻해진건지. 1개 심어 1개가 발아 하였으니 일단 발아율은 100%이다. (응?) 밤호박은 습하지 않은 토양이면 어디서나 재배가 가능하다. 습할 경우 웃자라기 쉽기 때문에 가물지 않을 정도로 물 관리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여러 날 동안 해가 잘 들자 매일 매일 조금씩 잎이 위로 올라오는게 보인다. 올해는 지주를 타고 올라가게 키워서 열매가 땅이 닿지 않도록 해서 키워 볼 예정이다. 열매가 흙에 닿지 않으면 품질이 더 좋아 진다고 한다. 아무래도 흙 위에 바로 있으면 젖은 흙에 열매가 물러지고 상처나면 벌레가 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그런것인가보다. 지금 옥수수를 심어 둔 곳 에 함께 심어 동반식물 재배의 전형적인 포메이션인 '세자매 농법'을 시행해 봐야지.
세자매 농법이란 아메리카 인디언들이 농사 지을 때 사용하던 방법으로 퍼머컬쳐에서 기본 예시가 되는 농법 중에 하나이다. 옥수수, 콩, 호박을 함께 심어 서로 상생하며 자라도록 하는 것인데 옥수수는 콩의 지지대가 되어주고 호박에 적절한 그늘을 제공한다. 호박의 잎이 땅을 덮어 옥수수와 콩이 자라는 땅(겉흙)이 쉽게 마르지 않도록 하며 콩은 이들 식물에게 질소를 공급 해 준다. 실제로 이 세개를 함께 심으면 수확략이 좋다고 하는 사례가 많이 있다. 작년에는 옥수수와 콩이 없어 도전 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이 세개를 함께 심어 본격적인 퍼머컬쳐를 해 볼 예정이다. 비록 바로 붙어 있는 이웃집의 밭은 농약을 치며 농사를 짓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ㅜㅜ
싹이 올라오고 나서도 꽤 한참동안 저 상태로 있다면 잎을 살짝 들어 올려 껍질을 살살 벗겨 주는 것이 좋다. 콩이나 해바라기 같이 씨앗 껍질이 두꺼운 경우 발아를 했지만 껍질을 한참동안 벗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스스로 벗는게 좋겠지'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기다리다 결국 껍질을 벗지 못한 부분이 광합성을 하지 못해 그 부분만 노랗게 된 적이 있었다. 물론 떡잎이라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잎을 노랗게 띄울 바에야 다소 인공적이더라도 손으로 껍질을 살살 벗겨서 전제척으로 광합성이 잘 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발아 하였음에도 3~4일 이상 껍질을 스스로 벗겨 내지 못하면 직접 손으로 잡아 껍질을 벗겨 주고 있다.
미니 밤호박은 일반 단호박보다 사이즈가 조금 더 작다. 처음에는 일반 단호박 사이즈로 자라는 줄 알고 다 자란 밤호박을 보면서 '아직 덜 자랐네?'하고 수확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크기가 작아서 '이거 먹을거나 있을까?' 싶기는 한데 일단 맛이 너무 좋다. 당도가 15브릭스 이상이 나오며 밤호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소한 밤맛도 살짝 난다. 껍질도 두껍지 않아 껍질 채 먹어도 되는 밤호박이다. 생각보다 작았던 열매 크기에 열매를 수확 한 후 속을 파 씨앗을 제거하고 찐 다음 조각 조각 아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일찍 순지르기를 해 줘서 곁가지를 많이 내어 작년보다 많이 수확 해야겠다. 맛있으니까.
씨앗 껍질을 늦게 벗은 부분이 노란색으로 변해 있다. 다행히 아직 무르지 않아서 햇빛을 받으면 점점 초록색으로 변할 것이다. 호박은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이라 싹이 나면서부터는 충분히 햇빛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노지로 옮겨 심어 땅의 힘을 받고 햇빛도 충분히 받게 하고 싶은데 아직은 4월 초라 늦서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5월 초에 토마토, 오이와 함께 텃밭으로 내보낼 계획이다. 토마토는 쌈채소가 있는 곳으로, 밤호박은 옥수수가 있는 곳으로 .
미니 밤호박을 파는 곳에 가면 한통에 2천원 - 3천원 가량 한다. 아는 분 중에서는 '그렇게 키우는 것보다 그냥 마트 가서 사먹는게 낫지' 라고 말씀하신 분도 있다. 맞다. 키워서 먹는 것보다 마트에 가서 사 먹는 것이 훨씬 저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직접 키워서 먹는 재미와 보람,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라는 타이틀은 마트의 것과 비교 할 수 없다. (물론 그 분들도 정성으로 키우시는 것이겠지만) 담벼락을 따라 있는 약 1평 남짓 한 밭이여도 이 안에서 먹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소소하게 키워가는 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뭐 이런게 다품종 극소량 생산하는 텃밭러의 매력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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