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과실수를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에 샤인머스캣과 체리, 기둥사과 묘목을 구입했다. 여기가지만 들으면 무슨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있는 줄 알겠지만 실상은 정 반대, 옛날 주택이라 담벼락 옆에 좁게 있는 텃밭(세걸음쯤 되려나)이 ㅈ전부인 집에서 과실수를 키우겠다고 야심차게 묘목부터 구입하게 된것이다. 나무를 심을 마땅할 땅이 없어 천상 화분에서 과실수를 키워야 해서 부랴부랴 화분과 흙을 구입 해 주고 묘목을 옮겨 심어 주었다.
포도덩굴을 꿈꾸며 샤인 머스캣 키우기 / 화분에서 과실수 키우기 / 샤인 머스캣 결실주 구입
샤인머스캣 새잎이 나다 / 포도잎이 보이기 시작 /5월의 샤인머스캣 / 샤인머스캣 화분에서 키우기
화분에 옮겨 심고 약 한달이 지난 후의 샤인 머스캣. 2월 말 3월 초 까지는 이렇게 조그맣게 눈의 트기까지만 하였다. 신기한것은 마치 목화같이 잎눈에 솜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조금 뜯어 보니 솜이였다. 겨울동안 외부의 찬 바람으로 부터 잎눈을 보호하기 위해 솜으로 감싼건가? 직접 키우지 않았다면 '포도나무에 솜이 있다'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을텐데 직접 키우면서 발견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나름 쏠쏠하다.
3월이 되었지만 잎이 막 자라고 그런것은 아니였다. 보통 생각 할때에는 3월이면 막 새싹이 나고 파릇파릇 한 시기일것 같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3월은 식물에게 아직 추운 계절이라 추위에 강한 몇몇의 식물을 제외하고는 밖에서 싹을 틔울 준비까지만 한다. 샤인머스캣 역시 마찬가지였다. 3월이 다 가도록 초록색 잎을 내지는 않았지만 잎몽오리가 점점 커지며 새 잎을 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은 샤인머스캣에게 추운 날씨였는지 한창 잎을 내려고 준비 중일때도 여전히 솜덩어리처럼 뭔가 포근포근해 보이는 모습이였다. 내가 생각했던 포도 잎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는데 실제로 잎을 만져 보니 약간 두꺼운 천(?)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털이 느껴지고 잎의 색도 연한 연두색에 끝이 분홍색을 띄었기 때문에 과연 포도가 맞을까, 내가 생각했던 초록색의 포도잎이 날까 살짝 의심이 가는 시기였다.
사실 3월까지는 열심히 관찰하고 매일 들여다 보곤 했는데 4월에 접어 들어 일이 바빠지면서 제대로 샤인머스캣을 들여다 보지 못했다. 출퇴근하면서 눈으로 보는게 다였는데 어느새 털뭉치였던 잎은 내가 생각했던 포도잎으로 변해 있었다. '뭐지, 털뭉치 어디갔지?'
올해 3월과 4월 초는 유난히 따뜻해서 3월 말이면 볼수 있을줄 알았던 잎은 4월 중순이 지나서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식물은 자신만의 시계를 가지고 있는것 같다.
포도나무는 한번 잎을 내기 시작하면 폭풍 성장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지대나 포도 덩굴이 타고 올라갈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도 이제 슬슬 준비할 때인가보다. 가지 사이의 잎눈에서도 새 잎이 많이 났는데 특히 윗쪽의 성장새가 심상치 않다. 갈색의 줄기가 원래 구입할 때 있었던 가지이고 초록색이 올 봄 새로 난 가지인데 언제 저만큼 자라났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화분에서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잘 자랄까 걱정을 하긴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잘 자라주고 있는 것 같아서 안심이다.
윗부분에 새로 나고 있는 잎의 모습. 새로 나는 잎은 겨울에 달려 있던 잎 봉오리와 비슷하게 털의 느낌이 나고 구겨져(?)있다. 이 잎이 햇빛을 받고 자라면 쫙 펴지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포도 잎사귀 모양이 된다. 잎이 커지면서 잎 표면에 털(?)도 사라지는 듯 하다. 위에서 부터 순서대로 잎의 크기에 따라 털이 없어지는 느낌이 난다. 맨 위의 잎은 털이 잎 표면에 빽뺵하게 있는데 그 아래 잎은 그것보단 좀 덜하지만 털이 여전히 있고 맨 아래 잎은 털이 없는 생 잎이다. 자라면서 털은 어디로 가는걸까? 씻겨서 없어지는걸까?
원래 노지에서 키울때 포도는 약간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야 뿌리가 영양분을 찾기 위해 깊고 넓게 뻗어가 다양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분에서 키우면 뿌리가 충분히 뻗을 수 없어 조금 고민이 된다. 꼭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할텐데..(언젠가)
5월은 포도 잎이 무성해 지는 전엽기이다. 포도 덩굴이 가지를 감싸기 시작하는 시기라는데 아직 포도 넝쿨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슬슬 꽃이 피는 시기라고 하는데(6월까지) 아직 꽃눈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화분이라 성장이 느긴건가 싶기도 하고.
노지가 아니라 마당이기 때문에 벌레의 습격이 덜 할것 같았지만 예외없이 마당의 벌레는 아랫쪽에 있는 포도 잎사귀도 조금 뜯어 먹었다. 현재 가장 피해가 심한것은 체리나무와 월계수, 커피나무인데 새로 나는 잎들을 전부 시식한것에 비해 포도 나무는 아랫쪽 잎 조금만 먹었다. 딱 저정도 높이에 파먹은 모양을 보면 벌레가 아니라 우리집 강아지인가 싶기도 하다. 포도를 심은 화분 아래에는 살아있는 덮개로 쓰기 위해 물망초를 심어 두었는데 하나도 싹이 나지 않고 있다. 대신 죽어가는 고추 발아한 것을 옮겨 심었더니 조금씩 자라고 있는 모양새이다. 고추는 뿌리를 단단히 내리기 전에 본잎이 4장 정도되면 얼른 담벼락 아래로 옮겨 주어야겠다.
+잎을 뜯어 먹은 범인은 벌레가 아니라 우리집 강아지였음이 밝혀졌다.
포도 잎사귀의 정석. 아직은 손바닥 반도 안되는 크기이지만 점점 해가 강해지고 있으니까 잎도 커질 것이다. 원래는 진짜 쑥쑥 자라 마당 한쪽에 그늘을 드리워 주길 바랬는데 올해는 거기까지는 안될 것 같기도 하다. 워낙 잘 자란다는데 명성에 비해 자라는 속도가 더딘 것 같다. 아니면 이제 막 잎이 파릇해지고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봐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작아도 분명 결실주라고 했으니 올해 샤인 머스캣 맛을 볼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의심중이다.
해가 좋아 포도를 심은 화분 위에 작은 화분들을 몇개 올려 두었다. 같이 햇빛을 받고 잘 자라라는 의미에서. 노란색 작은 화분에 보이는 나뭇가지는 무화과인데 함께 삽목가지를 받은 다른 사람들은 진작에 잎이 나고 있는데 내것만 아직 나무막대기 상태이다. 처음에 받을 때 줄기가 제일 두꺼워서 '잎은.... 나겠지..?'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역시나 제일 느리다. 역시 식물 키우기는 기다림의 연속. 단순히 수확하는 열매만 생각하자면 그냥 사먹는게 훨씬 싸고 편한데 굳이 키워서 먹어 보겠다고 시간과 정성을 들이고 있다. 뭐, 그래도 직접 키우는 만큼 맛은 시중의 것들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ㅎ 오늘도 눈뜨자마자 작은 텃밭과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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