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무슨 욕심이 있었는지 4월부터 거의 6월까지 주말마다 화훼단지를 다녀왔다. 주 목적은 나무를 사기 위함이었는데 오는 길엔 항상 꽃이나 허브, 심지어 클로버류까지 차 뒷자석에 싣고 왔다. 올해 새로 키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많은데 오히려 그 아이들이 자라는걸 기록하지 못했다. 밀린 일기 쓰듯이 지금부터 사진첩을 뒤져 하나씩 써 보려고 한다. 지금 쓰려는 아이는 분홍 꽃이 너무 매력적인 엔젤 아이즈 오렌지 제라늄(사실은 펠라고늄)이라는 식물이다.
엔젤아이즈 오렌지/ 제라늄의 겨울 보내기 / 펠라고늄 엔젤 아이즈 오렌지 키우기
원래 제라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아이는 그냥 꽃만 보고 구매를 해 버렸다. 구문초초럼 시원한 향이 나는것도 아니고 제라늄 특유의 그 냄새도 없는 식물, 그래서 처음 얼핏 봤을때에는 제라늄이 아닌 줄 알았다. 이 꽃은 눈으로 보이는 것 외에 다른 특이점이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해 보는데 구매처에서 알려주는 대로 '랜디 제라늄' 이라고 쳤더니 꽃 색이 다른 식물이 나왔다. 중간 중간 '랜디 제라늄'이라는 말과 '엔젤 아이즈 오렌지'라는 말이 섞여 있어 '엔젤 아이즈 오렌지'라는 검색어로 다시 찾아 보았더니 그제야 내가 원하던, 이 사진과 똑같은 모습을 건 정보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외국 사이트에서 randy geranium으로 검색 했을때에는 꽃 색이 다른(보랏빛을 띄는) 제라늄 정보만 나왔고 angel eyes orange라고 치니 비로소 선분홍색을 띄는 이 제라늄 정보들을 찾을 수 있었다. 제라늄 종류가 많다보니 처음에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잘못 혼용을 한 모양이다.
결론 : 이 꽃을 피우는 제라늄을 찾으려면 '엔젤 아이즈 오렌지 (angel eyes orange)라고 해야 한다.
햇볕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 잠시 내려두었더니 강아지가 어느새 와서 코를 가져다댄다. 나는 맡을 수 없지만 강아지들은 맡은 수 있는 그런 향이 있나보다.
엔젤 아이즈 오렌지(angel eyes orange) 정보
- 오렌지 핑크빛 꽃을 피우는 다년생 식물
- 물주기 : 다른 제라늄을 키울 때와 마찬가지로 약간 건조한듯이 키우면 된다. 겉흙이 마른 뒤 물을 주면 된다.
- 햇빛 : 양지 / 반양지
- 배수가 잘 되는 토양에 심어 키운다.
- 더위에는 조금 강한 식물로 40도의 온도까지는 견딜 수 있다.
- 추위에는 약하기 때문에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곳이라면 실내로 들여 두는 것이 좋다.
-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꽃을 피운다.
- 덥고 건조하며 밤에는 선선한 환경에서 잘 자란다.
- 겨울이 온난한 지역의 경우 사계절 내내 야외 재배가 가능하다.
가만히 꽃을 찍다보니 엔젤 아이즈 오렌지의 특이한 꽃술이 눈에 띄었다. 짙은 붉은색의 꽃술 다섯개가 마치 꽃잎처럼 다섯 방향으로 갈라져 말려 있었다. 꼭 누가 일부러 모양을 낸 것처럼 말이다. 신은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는데 그 말이 갑자기 생각 나는 순간이다. 만약 내가 신이었다면 아무리 심미안이 있더라도 ' 이 꽃의 꽃술은 이렇게 말아 두어야겠다' 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대충 꽃들을 비슷비슷하게 만들고 꽃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조금 큰 화분에서 얼마간 키우던 엔젤 아이즈 오렌지를 새로 만든 꽃 화단에 옮겨 심어 주었다. 겨울동안 실내에서 자랐던 꽃들, 화원에서 새로 사온 꽃들과 함께 심어 주었었는데 다른 봄꽃들이 지는 6월부터는 엔젤 아이즈 오렌지 혼자 선분홍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더위에서 잘 견딘다더니 여름의 땡볕에도 은근 잘 버티고 있었고 여름이 끝날 무렵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다시 한번 꽃을 보여주었다. 확실히 실내가 아닌 야외에서 햇빛과 바람을 충분히 보고 자라서 그런지 처음보다 꽃잎도 시원 시원하게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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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고늄과 제라늄
이 꽃을 구매 할때 '제라늄 랜디'라고 붙어 있은 팻말을 보고 골랐지만 사실 이 아이의 이름은 '펠라고늄 엔젤 아이즈 오렌지'이다. 많은 사람들이 펠라고늄과 제라늄을 혼동한다. 그냥 대부분을 다 제라늄이라고 부는다고 하는것이 맞겠다. 진짜 펠라고늄(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제라늄)은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목질화가 되며 자란다. 반면 진짜 제라늄의 원산지는 북반구 국가들이고 모든 목질화 되어 자라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라늄을 대부분 실내에서 키운다. 춥고 건조한 우리나라 겨울 환경에서는 제라늄이 스스로 월동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키울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통풍이다. 겨울에는 열손실을 막기위해 환기를 덜 시키기 때문에 식물의 입장에서는 매우 답답할 수 밖에 없다. 대부분 식물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3요소가 햇빛, 바람(통풍), 물인데 겨울에는 아무래도 햇빛(이건 인위적으로 어쩔수 없음)과 통풍이 가장 문제가 된다. 일조량 자체가 적어지는 햇빛이라는 요소는 제외하고, 통풍만이라도 충분히 되면 해충이 생기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참고로 제라늄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해충에는 진딧물, 온실가루이, 응애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고 있는데도 계속 엔젤 아이즈 오렌지를 실외 화단에 심어 둔채 지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잘 견디고 있었고 (계속 방치한다면 결국 얼어 죽겠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꽃을 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꽃을 조금 더 감상한 뒤 실내 화분에 옮겨 심어 주어야지. 제라늄 종류는 그 식물들이 가진 특유의 냄새때문에 많이 좋아하진 않지만 의외로 꽃들은 정말 예뻐서 마음에 든다. 이 엔젤 아이즈 오렌지처럼 홑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고 마치 장미처럼 겹겹이 꽃을 피우는 종류도 있는데 나도 조금씩 종류를 늘려가며 키워 봐야겠다.
엔젤 아이즈 오렌지의 번식
- 파종(이른 봄) / 실내에서라면 사실 거의 상관 없음 , 삽목 (겨울을 제외한 모든계절)
엔젤아이즈 오렌지는 이른 봄 씨앗을 심어 키우거나 줄기를 꺾어 삽목해서 번신 시킬 수 있다. 예전에는 "파종은 봄, 삽목은 봄, 여름, 장마철" 등등 나름 기간을 정했지만 요즘에는 실내에서 많이 키우기 때문에 계절 상관없이 파종 및 삽목을 한다. 물론 제철에 해 주는 것만큼 성공률이 높지는 않지만 겨울철 낮은 기온과 광량은 난방과 LED등으로 보충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옮겨 줘야 하는데 계속해서 꽃 몽오리가 올라오고 있다. 욕심부리지 말고 더 추워지기 전에 옮겨 심어 줘야겠다. 엔젤아이즈 오렌지는 꽃잎이 지고 난 자리에 얼마간 꽃술만 남아 있는데 이것도 꼭 꽃이 피어 있는 모습같다. 다섯개의 꽃술이 꼭 작은 꽃을 피운것같이 보인다.
일단 겨울이 오기전 옮겨 심어 주고 다시 늦봄이 되면 화단에 옮겨 심어 줘야지. 내년 꽃 화단에는 또 뭘 함께 심어줄까 고민을 조금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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