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한번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한번도 키우지 않았던 옥수수를 키워 보기로 하였다. 시중에서는 찰옥수수 종자를 많이 팔지만 나는 당도가 높은, 어릴때 먹은 샛노란 옥수수가 먹고 싶어 초당옥수수 씨앗을 구매 하였다. 아마 올해 돈주고 구입한 씨앗 중 초당 옥수수 씨앗이 가장 비싸지 않았나 싶다. 씨앗값이 이렇게 비싸다니. 어쨋든 봄부터 밭 한쪽에 야심차게 키우고 있던 초당 옥수수를 드디어 수확하게 되었다. 바로 어제까지 비가 계속와서 수확을 미루고 있다가 오랫만에 날이 개어 바로 수확 하기로 한 것인데 과연 옥수수가 잘 들어 찼을지, 과연 소문대로 생으로 먹어도 맛있는 옥수수인지 확인 해 보기로 하였다.
재배 정보
- 재배 작물 : 초당 옥수수
- 파종 일시 : 2020.03.06
- 발아 일시 : 2020.03.14
- 노지 정식 : 2020.03.28
- 옥수수 수염 나기 시작 : 2020.06.18
- 수확 일시 : 2020.07.15
초당 옥수수 수확 / 생으로 먹는 옥수수 / 초당 옥수수 파종부터 수확까지
+0 DAYS/ 초당 옥수수 파종 : 2020.03.06
3월이 되자마자 씨앗을 물에 불려 파종해 주었다. 초당옥수수의 경우에는 씨앗에 어느정도 수분이 있어야 발아를 하기 때문에 발아하기 전날 침종(물에 불리기) 해 주는 것이 좋다. 나는 약 하루 정도 침종을 해 준뒤 다음날 옥상으로 가지고 올라가 질석에 파종 해 주었다.
포트 하나당 2개의 씨앗을 넣어 주었는데 다른 옥수수보다 초당옥수수의 발아율이 떨어진다고 했기 때문이였다. 다른 옥수수가 100%의 발아율이라고 한다면 초당옥수수는 60%정도밖에 발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건 사실로 드러났다. 1차, 2차, 3차 파종을 포함해 지금까지 약 50여알은 심은것같은데 노지에 옮겨 심은 옥수수는 총 10개가 조금 넘는다. (나만 20%인가...)
파종 당시가 3월 초였기때문에 늦서리의 피해를 입지 말라고 파종 포트에 뚜껑도 덮어 주었다.
+8DAYS / 초당 옥수수 발아 : 2020.03.14
1차로 약 20개의 씨앗을 뿌렸는데 그중에서 4개 정도 싹이 나왔다. 약 7일에서 10일 사이에 발아 하였다. 깊게 묻지 않은 씨앗도 있었는데 그건 새가 먹어버린게 아닐까 생각하기로 했다. 다음에는 깊이 묻어 주겠다고 다짐하면서. 싹이 났지만 아직 노지에 옮겨 심을 시기가 아니기때문에 한동안 모종 포트에 그대로 두고 키워 주었다.
옥수수의 경우 발아 초기에 수분 공급이 중요하다고 한다. 올 봄에는 유난히 기온이 높고 건조 했음에도 나는 옥수수가 어느정도 자랄때까지 질석에 두고 저면 관수로 물을 주면서 관리 하였기 때문에 수분 부족의 피해를 겪지 않았다.
초당 옥수수의 발아율이 떨어지는 이유
초당옥수수는 다른 옥수수에 비해 배유(씨젓)이 적어서 씨앗을 건조 시킬 경우 쭈글거리는 모양을 갖게 되기 때문에 발아 세력과 발아율이 떨어진다. 게다가 다른 옥수수보다 환경에 예민하다보니 옥수수의 수확시기와 건조 방법에 따라 발아율이 많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초당 옥수수와 같이 전분량이 적은 종자는 발아율이 다소 떨어진다고 한다.
+22DAYS 초당 옥수수 노지 정식 : 2020.03.28
식물과 햇빛 - 일조량이 많이 필요한 식물들에 관하여
(옥수수, 해바라기, 목화, 호박, 수세미, 수박, 참외 등등)
발아 후 약 2주 뒤 어느정도 자란 옥수수 모종을 노지에 정식 해 주었다. 나름 햇빛을 많이 받는 곳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오전에만 해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였다. 1차로 파종 했던 옥수수는 모두 이곳에 심어 주었다.
해가 많이 들지 않는곳이라서, 혹은 뿌리가 내릴 땅의 깊이기 깊지 않아서 그런가 대문 가까이 심어준 2그루의 옥수수를 제외하고 나머지 옥수수는 비실비실 자랐다. 사실 맨 앞에 옥수수 2그루가 있는 자리가 그나마 오후까지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장소라서 그런 것 같다. 전체적으로 옥수수 뿐 아니라 이 구역에 심은 모든 식물(해바라기, 호박 포함) 작고 비실비실하게 자랐다. 유일하게 앞의 두자리 (옥수수 두그루, 그리고 그 앞뒤로 심은 애플민트와 레몬밤-여기를 1번 구역이라 하겠다) 만 제 키대로, 무성하게 자랐다.
내년엔 이곳에는 반그늘에서 자라는 식물 위주로 심어 주어야겠다. 처음에 해를 많이 받는 곳인줄 알고 햇빛 요구량이 높은 식물들 위주(해바라기, 옥수수, 호박, 수세미, 참외, 수박, 목화)로 심어주었는데 망했다. 해바라기는 대부분 무릎 높이까지만 자랐고 4월에 정식해 준 목화는 아직도 손가락 높이까지밖에 자라지 않았다. 수박, 참외, 수세미를 제외하고 모두 작년에 키워 봤던 식물들이라 햇빛이 부족한 곳에서 많은 일조량이 필요한 식물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비교해볼 수 있게 되었다.
+84 DAYS / 옥수수가 어느정도 자람 : 2020.05.29
햇빛이 부족한 척박한 환경에서도 불구하고 그나마 해가 많이 들던 1번 구역의 초당 옥수수는 꽤 튼튼하게 자라났다. 물결무늬의 잎이 뭔가 우아해보이기도 하였다. 총 2그루의 옥수수가 이 구역에서 자라고 있었다.
원래 옥수수 농가에서는 상품성이 있는 크고 튼실한 옥수수를 키우기 위해 원줄기를 제외한 곁줄기를 모두 잘라준다. 그래야 뿌리가 흡수한 영양분이 흩어지지 않고 원줄기에 달린 옥수수 열매에 온전히 모아지기 때문이다. 곁순이 많고 거기에 옥수수도 달리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공급되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팔릴만한' 옥수수가 나오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전문 농가도 아니고 곁순을 제거하나 하지 않으나 크게 차이는 없다고 한 자료를 보았기 때문에 곁순에도 옥수수가 달리도록 하였다. 달랑 2개 잘 자라고 있는데 곁순의 옥수수도 다 제거 해버리면 최대 2개, 중간에 상하면 그 이하의 옥수수를 수확하기 때문에 작아도 2개 이상의 옥수수를 수확하고 싶어서였다.
+104DAYS / 옥수수 수염 나기 시작 : 2020.06.18
물을 주는 것 외에 따로 손 갈일이 없었던 옥수수였다. 알아서 잘 자라고 알아서 꽃(옥수수 수염)도 피운다. 옥수수 수염이 달리기 전까지는 그냥 자라나는 옥수수 줄기를 보는 낙으로 키웠다. 비가 온 다음날 쑥 자라고 해가 좋은날이 계속되면 더 잘자라는 옥수수를 보면서 어느정도의 만족을 느끼고 있었는데 6월 중순부터 원줄기 꼭대기에 옥수수 꽃(수꽃)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옥수수가 달리지도 않았는데 수꽃이 먼저 올라오나 싶어 이번 농사는 망했다 싶었는데 얼마 뒤 옥수수가 달릴법하게 생긴 자루에서 암꽃(옥수수 수염)이 나기 시작했다. 옥수수꽃은 바람에 의해 수정이 되는 풍매화이다. 내가 일일이 붓을 들고 다니며 수정 해줄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옥수수 열매를 수확하기 전까지 진짜 따로 품이 든게 없었다.
옥수수 수염이 나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옥수수를 부지런히 관찰 해야 한다. 옥수수가 수정이 잘 되었는지의 여부는 암꽃을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연한색의 수염인데 제대로 수정이 된 암꽃은 갈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암꽃이 착색 되고 나서 약 25일 후에 옥수수를 수확한다. 너무 이른때에 수확하면 알이 다 들어 차있지 않고 또 너무 늦게 수확하면 옥수수가 딱딱해져 맛이 없게 된다. 그래서 나는 옥수수 수염이 착색 된것을 보고 수확 예정일을 달력에 적어 두었다. 맛있는 옥수수를 꼭 먹어 보고 싶으니까.
+131 DAYS / 초당 옥수수 수확 : 2020.07.15
옥수수 수염이 착색 된 지 27일 만에 수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는 25일 되는 날일때 해줄 예정이였으나 마침 그전날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연달아 3일 정도 내리더니 드디어 오늘 날이 개였다. 비가 많이 와서 수확기가 된 옥수수가 피해 보지 않았을까 걱정을 하였는데 막상 보니 그리 큰 피해는 입지 않은 것 같다. 옥수수 대가 전체적으로 조금 기울어 진것 외에는 특별한 피해가 없었다.
1번 구역의 옥수수 2대에서 수확을 시작하였다. 원래 달린 옥수수는 약 7개 정도 였으나 1개는 비오는 시기에 본 결과 벌레가 먹어 완전 상해서 떼어내 버렸고 나머지 2개는 곁가지에서 이제 막 크기 시작한 옥수수여서 이번 수확에서 제외하였다. 이로서 실제적으로 수확 할 수 있는 옥수수는 총 4개가 되었다.
원줄기만 남겨 키웠다면 최대 2개의 옥수수만 수확 할 수 있었을텐데 곁가지를 남긴것이 신의 한수였음이 증명 되었다. 원래 예상 최대 수확량의 2배를 수확할 수 있었다! 튼실하게 자란것 3개와 곁가지에서 그나마 조금 자란, 하지만 바로 수확해야 할 것처럼 마른 것 한개까지 총 4개의 옥수수를 수확 해 주었다.
옥수수를 수확할때에는 다른 기구 필요 없이 옥수수를 잡고 확 꺾어 주면 깨끗하게 잘린다. 수확한 자리에서 겉껍질 일부를 벗겨 주고 나머지는 가지고 들어와 손질 해 주기로 하였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한개는 작아서 그렇다쳐도 저 큰 3가지 옥수수도 막상 껍질을 까보면 알이 작다던지, 중간 중간 알이 잘 맺히지 않았다던지 할까봐서였다. 중간에 껍질을 뜯어 확인을 해 본것도 아니라서 더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옥수수는 따 왔고 더 늦게 딴다고 해서 알이 더 차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과감하게 껍질 벗기기를 시작 하였다.
기대와는 달리 너무 충실한 비주얼에 감동했다. 초당 옥수수는 일반 옥수수에 비해 크기가 조금 작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였다. 크고, 알이 꽉 찬 옥수수를 수확하게 되었다. 앞서 벌레먹은 옥수수를 보며 얼마나 긴장 했던지... 그 긴장이 무색하게 너무 예쁜 옥수수가 나왔다. 혹시 속에 벌레가 들어 있진 않을까 했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초당 옥수수는 종류에 따라 찰옥수수와 같은 흰색 옥수수, 노란 옥수수, 그리고 흰색과 노란색이 섞인 옥수수가 있는데 내것은 노란색만 알알이 박힌 초당 옥수수였다. 초당옥수수를 많이 수확하다 보면 끝까지 알이 차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초당 옥수수가 다른 옥수수와 다르게 끝까지 수정이 어렵기 떄문에 종종 그렇게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달랑 4개 수확한 나는 제일 작아서 덜자란 옥수수를 제외하고는 끝까지 알이 꽉 찬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었다.
역시나 작았던 초당 옥수수는 알이 다 들어 차지 않았다. 마치 누가 몰래 먼저 먹은 것 같은 비주얼이다. 속껍질을 1~2장씩만 남겨두고 모두 벗겨 주었고 옥수수 수염도 갈색 부분만 달라낸 뒤 한 곳에 모아 주었다. 잘 말렸다가 옥수수 수염차를 끓여 볼 예정이다.
작은 옥수수는 삶지 않고 그 자리에서 맛을 보았다. 생으로 먹어도 될만큼 단 옥수수라고 명성이 자자한데 과연 실제로 그런지 직접 확인 해 보려고 말이다. 한알을 떼어내어 먹었는데 진짜 단맛이 돈다. 맛은 꼭 당도가 높은 생고구마 맛이랄까? 알이 딱딱하지 않고 탱글탱글 해서 오히려 생고구마보다 먹기 좋았다.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에게 생 옥수수 몇알을 주었는데 강아지들도 입맛에 맞았는지 계속 달라고 하여 결국 남은 옥수수알은 강아지 간식이 되었다.
[옥수수 손질법]
- 껍질을 모두 벗긴 후 속껍질만 남긴 후 밑둥을 잘라낸다. 속껍질을 남기는 이유는 수분 손실을 줄이기 위함인데 개인에 따라 비린내가 난다거나 조리 후 다시 껍질을 벗겨먹는것이 성가시기 때문에 속껍질까지 벗기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이 좋은 대로 하면 좋을 것 같다.
- 옥수수 수염은 한번에 당겨 제거 하고 갈색으로 변한 부분만 가위로 잘라낸 후 나머지 부분을 말려 옥수수 수염차로활용하면 된다.
- 손질한 옥수수는 흐르는 물에 껍질채 세척해 준다. 초당옥수수는 삶는게 아니라 쪄서 먹어야 한다. 물에 삶으면 당도가 다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 쪄서 냉동 보관하는 것이 단맛이 유지되거 변질되지 않는다. 익혀서 냉동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초당 옥수수는 생으로 보관하는 것 보다 한번 쪄논 뒤 냉장보관(3일) 혹은 냉동보관(3개월) 해 두는 것이 단맛 손실이 적다고 한다. 남은 3개의 옥수수는 모두 쪄서 냉장고에 넣었다. 몇십개는 되어야 냉동 보관을 할 텐데 달랑 3개밖에 안되어 3일 안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초당 옥수수는 약 10분만 쪄도 된다
찐 옥수수를 하나 먹어 보았다. 쪘는데도 불구하고 알이 탱탱하였고 단맛도 높았다. 그동안 무맛 옥수수때문에 한동안 옥수수를 먹지 않았는데 어릴때 먹던 단 옥수수를 다시 먹는 기분 이였다. 물론 그때는 설탕 넣고 삶은 것이겠지만. 지금 3차로 파종한 초당 옥수수 3그루가 자라는 중이다. 파종한 만큼 발아가 안된다는 점만 제외하면 키우기 힘들지 않은 식물을 또 하나 발견한 느낌이다. 가을에는 최소 6개정도 수확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디 가을까지 이 아이들도 무사히 자라 주었으면 한다. 가을에 수확하는 옥수수는 하나정도 종자 용으로 남겨 두어야겠다.
[참고] 초당 옥수수 관련 포스팅
- 초당 옥수수 발아 / 질석에서 옥수수 싹 틔우기 / 옥수수 새싹
- 초당옥수수 노지 정식/ 초당 옥수수 특징 / 초당 옥수수 노지 정식 두달 경과 / 옥수수 곁가지
- 초당옥수수 키우기 / 옥수수 수염 나다 / 노지 정식 약 70일 경과
-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었다면 공감 "꾹" 눌러 주세요. 포스팅 하는데 힘이 됩니다 :)
- 도움이 되는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 달아 주세요.
- 더욱 양질의 포스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 부탁 드립니다.
[이 블로그 추천 글]
'가드닝 > #2. 두번째 텃밭(2020~2024.08)'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설탕 방울 토마토 꽃 피다 / 덜 익은 토마토 열매가 떨어졌을 때 / 토마토 원줄기가 부러졌을 때(feat. 폭풍) (2) | 2020.07.23 |
---|---|
[갑조네 모종시장] 1회차 랜덤박스 구매 후기 (식물 포장, 상품 구성 등) (4) | 2020.07.22 |
계란판 활용한 모종 판 만들기 / 자원 재활용 / 미니 모종 포트 만들기 (3) | 2020.07.16 |
드디어 블루베리 수확 / 블루베리 시에라 / 블루베리 자가수정품종 (2) | 2020.07.15 |
풍선초 개화 / 작고 사랑스러운 하얀 꽃 / 덩굴 식물 키우기 (0) | 2020.07.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