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구입 한 묘목 중 샤인 머스캣이 있다. 야심차게, 집에서도 이제 과일을 키울꺼라며 한껏 기대하면서 결실주를 구입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올해 샤인 머스캣이 열리지 않았다. 포도 꽃이 피우길 기다리며 포도 봉지도 사고 뭐도 하고, 뭐도 해야지 하며 나름 열심히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년에는 열리려나.. 어쨋든 결실을 보지 못한 채 무심하게 잎만 열리는 샤인머스캣을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포도나무 주위에 심을 것 / 샤인머스캣에서 보이는 벌레 - 박각시나방 애벌레/ 박각시나방 애벌레 천적
한참 잎을 내고 있을 여름 무렵부터 이전에 보이지 않던 벌레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만화에서 본듯한 크고 통통하고 뿔이 달린 벌레 말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이 벌레는 박각시 나방의 애벌레였다. 샤인머스캣 나무 아래에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뿔달린 애벌레 같이 생긴, 박각시 나방 애벌레가 종종 떨어진다.
박각시 나방
나방의 일종으로 꽃의 꿀을 빨아 먹을 수 있도록 긴 주둥이가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성충은 대부분 꿀을 빨아 먹으며 몸집이 곤충 치고는 꽤 큰 편에 속한다. 큰 몸집 덕분에 곤충계의 벌새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부는 낮에도 활동 하지만 주로 밤에 활동 하는 야행성이기 때문에 달맞이 꽃처럼 밤에 피는 꽃들의 수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성충은 잎을 갉아 먹지 않으면서 오히려 꽃들의 수분을 돕기 때문에 익충으로 분류 될 수 있다.
박각시 나방의 애벌레
연두색에서 초록색을 띄는 박각시나방 애벌레는 손가락보다 굵으면서 크기도 크다. 뿔모양의 돌기가 있어 언뜻 생각하면 귀엽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문제는 이 애벌레가 잎을 엄청 갉아 먹는다는데 있다. 성충은 수분하는데 도움이라도 되지만 애벌리는 잎만 갉아 먹기 때문에 해충으로 분류 되기도 한다.
잎을 갉아 먹는 애벌레를 죽이자고 보일때마다 살충제를 뿌려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몇번은 장갑 낀 손으로 잡아 멀리 던져 주었는데 이 방법도 한계가 있었다. (멀리 던지면서 '살려 주었으니 자라서 은혜를 갚아라' 라고 말했는데 언제쯤 은혜에 보답 하려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화학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죽이지 않고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지 찾아 보았다.
박각시 나방 애벌레의 천적
무당벌레, 사마귀, 꽃등에, 노린재는 나방과 나비의 애벌레를 잡아 먹는다. 이런 포식성 곤충들은 애벌레 뿐 아니라 진딧물도 먹이로 삼기 때문에 텃밭에서는 없어선 안될 소중한 존재들이다. 나는 작은 텃밭이지만 내 텃밭에 이러한 곤충들이 많아 졌으면 한다.
천적들을 유인하기
쉽게 볼 수 있는 벌레들이기도 하지만 내 텃밭에 이들이 언제라도 머무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들을 붙잡아 둘만한 식물을 여기 저기 심어야 한다. 올해는 얼마 심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채소 작물을 심은 텃밭두둑과 포도나무를 심은 화분에 이런 익충들을 유인하는 식물들을 심어 줄 예정이다.
니코티아나 아테뉴아타(꽃담배)
- 미국 중서부에서 자라던 야생담배의 일종인데 현재는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우고 있는 식물이다. 이 야생담배는 베르가모틴이라는 특별한 물질을 분비하는데 낮에는 잎에서, 밤에는 꽃에서 이 물질을 분비한다. 모든 것에는 계획이 있는 법. 이 야생담배가 이렇게 시간에 따라 다른 곳에서 동일한 물질을 분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 밤에는 꽃에서 베르가모틴을 분비해 박각시나방(성충)을 끌여 들여 수분을 돕게 한다. 그럼 꿀을 먹으러 온 박각시 나방이 종종 이 야생담배에 알을 낳게 되는데 박각시나방의 애벌레는 또 잎을 갉아 먹는다. 그래서 애벌레가 활동하는 낮에는 잎에서 베르가모틴을 분비하여 천적인 노린재를 유인하는 것이다. 씨앗이나 모종을 구할 수 있다면 내년에 꼭 키워보고 싶은 식물이다.
토끼풀과 같은 지피식물
- 이런 식물들은 토양을 피복하는 동시에 무당벌레나 벌과 같은 익충을 끌어들이는 꽃을 피우기 때문에 텃밭에 함께 심으면 좋다. 올 봄 텃밭에 크림슨클로버를 심어 두었고 수확한 뒤에 씨앗을 다시 뿌려 두었는데 과연 내년봄에 얼마나 다시 나올지 궁금하다. 저절로 나오지 않으면 다시 파종해서 키워야겠지만 말이다.
- [포스팅 참조]크림슨 클로버 꽃 / 경관작물 추천 /꽃이 예쁜 녹비작물 / 클로버 노지 정식 3달 경과
금계국
- 금계국은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노란 코스모스처럼 생겼다. 실제로 나의 텃밭에도 금계꾹이 있었는데 일부는 내가 심은 것이고 대부분은 저절로 난 것이다. 심지 않은 금계국이 많이 피었는데 알고보니 내가 사는 곳곳에 금계국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금계국은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이 피며 뒤엉벌, 기생파리, 주둥이 노린재 등의 익충을 유인한다.
- [포스팅 참조]큰금계국 키우기 / 큰금계국 파종부터 개화까지 / 봄에 피는 노란꽃
서양톱풀(야로우)
- 야로우는 잡초로 취급될 만큼 쉽게 키울 수 있는 허브(라는데 왜 내가 심은 씨앗에서는 발아가 되지 않는 것일까)인데 야로우 역시 여러가지 익충, 그중에서도 난방애꽃노린재를 텃밭으로 유인한다. 뿐만 아니라 야로우는 영양소 축적식물이기 때문에 텃밭 한쪽에 꼭 심어 두길 추천하는 식물이다.
- [포스팅 참조]야로우 노지 정식 / 영양소축적식물/샐러드용 허브/피복재용 식물
올 봄에는 건강한 텃밭을 가꾸겠다! 라고 다짐하면서 이것 저것 다양한 식물을 심으려 하다보니 식용 채소를 키우는 텃밭이 꽃밭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물론 여러가지 식물을 심고 여러 익충을 불러 모아 화학적 방제 방충이 없는 텃밭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막 '해충 박멸!'과 같은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다. (물론 해충이 '박멸'된다면_어떤 한 종이 싸그리 없어진다면 과연 그게 생태계에 좋을 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식물과 곤충들에게 내 텃밭의 일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내 일손이 훨씬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키우는 도충 식물이 말라 죽는다던가 벌레의 공격으로 열매를 수확하지 못한다거나 병으로 식물이 고사하는 경우는 없었다. 적어도 올해에는 말이다. 그래서 내년에도 자연이 일하는 텃밭을 만들어 가려고 한다. 올해보다 조금 더 다양하고 풍성한 식물들이 있는 텃밭 말이다. 때문에 올 겨울에는 내년 봄을 위한 준비로 조금 바쁠 예정이다. 흙을 덮을 왕겨와 낙엽도 모아야 하고 겨울동안 텃밭에서 자랄 식물들도 심어야 하고 내년 봄부터 자랄 지피식물들도 미리 자리잡게 해야하니 말이다. 겨울동안 하는 작업들 역시 꾸준히 기록 해 보아야겠다.
일단 오늘의 결심,
1. 꽃담배 씨앗을 구하자
2. 샤인머스캣 근처에 꽃담배나 금계국같은 천적 유인 식물을 심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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