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 됬다. 올해는 유난히 봄비가 많이 내렸는데 장마때가 되니 오히려 내가 사는 곳은 비가 덜 내리는 모양이다. 내려도 밤새 내리고 낮에는 햇빛이 든다. 그래도 장마는 장마인지라 무덥고 습한데다가 텃밭의 풀들이 작물들과 함께 신나게 자라고 있다. 퇴근하고 문 앞에 있는 작은 텃밭을 보고 있는데 문득 떠올랐다. '와 장마 끝나면 할일이 산더미겠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할 지 남길 겸 사진을 찍어 장마가 지나 간 뒤 해야 할 일을 기록 하였다.
- 정리 및 수확 할것
- 옮겨 심을 것
- 상한 잎 정리
여름: 풀들이 자라는 시기 / 장마가 지난 뒤 텃밭 / 비가 내린 뒤 해야 할 일
정리 및 수확 할 것
1. 슈가 로프
모듬 치커리 씨앗을 받아서 이름도 모르고 심었던 아이인데 키우고 보니 생김새가 슈가로프이다. 치커리류는 쓴맛이 강해서 원래 잘 키우지 않는데 이번에는 콩과 함께 덤으로 받은 씨앗이라서 파종 한 것이다. (얻은 씨앗은 모두 조금씩이라도 심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 한다) 처음에는 잘 자라는 것 같지 않더니 지금은 텃밭에서 신선초 다음으로 제일 넓은 잎을 자랑하고 있다.
슈가로프는 일반 치커리보다 단 맛이 돈다고 해서 기대 했는데 먹어보니 어린이 입맛을 가진 나에게는 그냥 치커리의 쓴 맛 뿐이다. 도대체 어디서 단맛을 느낀 걸까.
어쨋든 장마가 지나가면 이 아이를 포기 수확 할 예정이다. 더이상 크면 잎이 뻣뻣해지기만 할 뿐이니 말이다. 따로 채종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꽃대를 올리기 전에 수확을 해야겠다.
2. 양귀비
이른 봄 부터 초여름까지 색색의 화려한 꽃을 보여주던 양귀비가 조금씩 지기 시작하더니 줄기가 마르고 씨방만 남아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장마 전에 걷었으면 좋았겠지만 꽃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남겨 두었었다. 이제 비가 그치면 이 아이들은 뽑아 주어야겠다.
꽃 양귀비 씨앗 채종하기
꽃 잎이 다 떨어지고 난 자리에는 씨방만 남는다. 줄기가 어느정도 마른 양귀비는 수확하여 채종 할 수 있는데 워낙 씨앗이 잘 떨어져 그 자리에 이듬해 다시 꽃이 피어나기도 한다. 씨앗을 따로 모으고 싶다면 수확한 양귀비 씨방을 거꾸로 들고 털어 주거나 씨방의 윗부분을 뚜껑 따듯이 손으로 뜯어 주면 안에 씨앗들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3. 잡풀
장마가 시작 되기 전까지도 분명 풀들을 틈틈이 잘라준 것 같은데 또 어느새 이렇게 무성하게 자랐다. 특히 비온 뒤에 보면 풀관리를 한게 허망할 정도로 다시 자란다. 편하게 약을 쳐서 풀을 시들게 할 수도 있지만 나는 뽑거나 베어 내어 말리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베어낸 풀을 그 자리에 다시 덮어 멀칭재로 사용하거나 풋거름으로 사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또 약을 치면 텃밭에서 제외해 버리고 싶은 풀 뿐 아니라 다른 작물, 그리고 텃밭 생태계를 이루는 다른 생물들도 죽이게 되니 말이다. 세상에 목표로 한 딱 한가지(식물이나 곤충)만 죽이는 농약, 살충제가 과연 존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참고] 잡초 관련 포스팅
4. 비누풀
비누풀을 처음 심을때에는 이름 그대로 과연 거품이 나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는데 꽃을 더 오래 보기 위해 밍기적 대다보니 어느새 씨방을 단 채 줄기까지 말라버렸다. 분홍색 꽃이 꽤 예쁘기 때문에 그냥 경관 식물로 심어 두어도 괜찮을 듯 하다. 이미 이렇게 마른 비누풀은 장마가 지나간 뒤 다시 물기를 말린 후 텃밭에서 아예 뽑고 채종을 할 생각이다.
5. 레몬 타임
이상하게 다른 민트류(페퍼민트, 애플민트)는 잘 자라는데 레몬 타임은 올때부터 '왠지 마를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모종을 가져 오자마자 포기 나누기를 하여 화분 안에 꽉 차 있던 뿌리를 두포트에 나눠 심었는데 결국은 이렇게 말라 버렸다. 제대로 키우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보내 버리다니. 장마라 끝나면 이 아이는 화분 정리를 해 주어야겠다. 개인적으로 아끼면서도 기대했던 아이었는데 좀 아깝긴 하다.
레몬 타임은 잎이 굉장히 작은데도 고유의 향이 있었다. 잎을 조금 뜯어 씹어 보았는데 상쾌하면서도 매운맛이 났다. 뭔가 씹을 수록 신기한 맛이었는데 이제 그 맛을 볼 수 없게 되어 아쉽다.
+++ 장마가 끝나기 전 화분을 정리 하려고 보니 아랫쪽에 새 잎이 나올 기미가 보인다. 그래서 아예 정리하지는 않고 마른 줄기만 싹 잘라 주었다.
옮겨 심을 것
고추 모종
이 화분에는 참 여러개의 씨앗을 심었다. 3월 즈음인가 고추 씨앗을 뿌렸는데 계속 발아가 안되고 있어서 중간에 다른 씨앗을 뿌리고 그게 싹이 나와 옮겨 심기까지 해 주었다. 한동안 흙만 있는 빈 자리였는데 6월 말이 되자 새로운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잎 모양을 보니 아무래도 고추인데, 고추는 3월에 심고 따로 심어 준 적이 없는데 왜 한참 있다가 지금에서야 나온건지 의문이다. 가끔 이런 것들이 있다. 파종한지 3~5개월만에 나온 씨앗들.
이 화분 뿐 아니라 다른 모종판에 있던 흙들도 다시 다 모아 한군데 두었는데 거기서도 얼마전 한련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릴때는 안나오더니 도대체 어떤 조건이 맞았던 걸까. 어쨋든 여기에 있는 고추는 어차피 시기가 늦었으니 조금 더 키워서 장마가 끝나면 옮겨 심어 주어야겠다.
천일홍
올해는 천일홍 발아가 유난히 잘 된다. 작년과 재작년에는 씨앗을 많이 뿌렸는데 몇립 나지 않았었는데 올해는 '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천일홍 씨앗을 뭉텅이로 흙에 섞어 놓았더니 꽤 많은 싹이 났다. 이미 일부를 옮겨 텃밭에 옮겨 심어 준 것인데 그 이후에 또 새로운 싹이 나온 것이다. 비가 그치면 이 아이들도 텃밭에 함께 옮겨 심어 주어야겠다. 이번에는 다 자줏빛 꽃을 피우는 천일홍이 나올 것 같다.
골든 스위트 - 콩
골든 스위트 콩 씨앗을 식물 커뮤니티에서 나눔 받게 되었다. 처음 키우는 씨앗이어서 설렘 반 기대 반으로 키우는 중이다. 처음에 작은 포트에 심었는데 발아율이 좋아서 모두 싹이 돋았다. 다른 애들은 장마 기간이 지나고 옮겨 심어 주거나 정리 할 예정이지만 골든 스위트는 어느정도 자라 있어서 장마 기간중엔데도 옮겨 심어 주었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 박테리아가 공기중의 질소를 토양 생물들이 흡수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주기 때문에 질소가 필요한 식물들 근처에 함께 심어 주면 좋다. 나는 오이를 심은 화분에 이 콩을 옮겨 심어 주었다. 오이는 질소가 부족하면 곧게 자라지 않고 둥글게 휘게 된다. 예전에는 이 사실을 모르고 키웠는데 작년에 오이 근처에 콩과 식물(크림슨 크로버, 제비콩)을 많이 심었더니 과연 곧은 오이를 수확 할 수 있었다.
수세미
올해 역시 수세미를 많이 심었다. 작년에 처음 키워본 수세미에 대한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 올해는 씨앗을 많이 뿌렸는데 발아 한 뒤 텃밭에 옮겨 심은 수세미가 잘 자라지 않고 하나 둘 사라졌다. 그래서 올해 수세미는 포기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싹이 하나 둘 씩 나온다. 마당 앞 작은 흙더미에서 싹이 나기도 하고 이렇게 발아가 되지 않은 포트의 흙을 한데 모아 둔 곳에서도 뜬금없이 이제 싹이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에 수세미 씨앗을 털면서 여기 저기 날아간 씨앗들이 발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아이도 장마가 끝난 뒤 텃밭을 좀 정리 한 다음 옮겨 심어 주어야겠다.
용과
올해는 개인적으로 소소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일명 '우리집에서 마트 키우기'라는 것으로 마트에서 파는 식물 키우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먹고 남은 용과 과육에서 씨앗을 채취해 심어 준 아이인데 제법 키가 자라고 있다. 계란 껍질 안에서 자라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으니 아 아이도 장마가 끝나면 조금 더 큰 화분으로 옮겨 줄 생각이다.
[참고 : 마트표 식물 키우기 포스팅]
- 마트표 샐러리 키우기 / 샐러리 물꽂이부터 뿌리내리기 까지
- 대파 키우기 / 채종씨앗으로 파종한 대파 / 대파 옮겨심기
- 마트표 딸기 키우기 / 킹스베리 채종부터 파종, 발아까지 / 딸기 새싹
- 마트표 타임 키우기 / 타임 물꽂이 후기 / 타임 물꽃이부터 화분에 정식까지
토마토 삽목 가지
장마가 오기 전 무성하게 자란 토마토 가지를 정리 해 주면서 튼튼한 줄기 몇개는 물꽂이 해 두었다. 뭐 토마토 뿐 아니라 블루베리, 사과 줄기도 함께 물꽂이 해 두었지만 토마토가 압도적으로 뿌리를 잘 내리고 있다. 토마토는 생각보다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물꽃이를 해 두어도 뿌리가 금방 나오고 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 줄기가 꺾여도 다시 붙여주면 잘 자라곤 한다. 작년에 폭풍으로 인해 설탕 방울 토마토 원줄기가 부러졌을때 위에 달린 토마토들이 아까워서 줄기를 이어 묶어 주었는데 시들지 않고 잘 연결되어(?) 가을까지 무사히 키울 수 있었다.
이번에 물꽂이로 뿌리 내린 토마토는 텃밭 풀 정리 후 빈 자리에 옮겨 심어 주어야겠다.
핫립세이지
포트 채 구매했던 핫립 세이지가 생각보다 크게 자라고 있다. 줄기를 사방으로 뻗는다기 보다는 일렬로 곧게 키만 자라고 있는 중이라 이 아이도 조만간 짧게 정리를 해 주어야겠다. (사실 자르기만 하면 되지만 모든 일을 장마 이후로 미루고 있는 중)
핫립 세이지는 향이 꽤 강하다. 자른 줄기를 말려서 걸어 두어도 방향 용도로 사용 할 수 있을 것 같다. 꽃이 흰색 / 붉은색 / 혹은 흰색과 붉은색 반반으로 피어 굉장히 예쁜데
상한 잎 정리
신선초는 특유의 향이 있어서 벌레의 피해가 얼마 없을 것 같았는데 의외로 나방 애벌레가 이 잎을 잘 갉아 먹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마리당 잎사귀 한장을 갉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장마 끝나면 정리 해 줄 잎이라 그냥 먹으라고 두고 있었는데 처음엔 손가락 한마디 만했던 애벌레 두마리에서 검지손가락만한 애벌레 네마리로 늘어났다. 각자 자신이 정착했던 잎을 거의 다 갉아 먹었길래 새로운 잎으로 옮겨 가기 전에 줄기를 아예 잘라 정리 해 주었다. 애벌레와 함께.
포도 잎사귀
포도 잎사귀의 색이 변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잎 색이 옅어지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질소 부족이 이유라고 한다. 그동안 오이 주변에만 콩을 심어 주었는데 포도 화분에도 질소 고정 식물을 함께 심어 주어야겠다. 다행히많은 잎들에 산발적으로 나타난게 아니라 아직 몇 몇 잎만 색이 변했기 상한 잎만 잘라 내고 조만간 질소 보충을 해주면 괜찮아 지지 않을까.
대파 잎 정리
지금 텃밭에 있는 대파는 지난 겨울을 보내고 현재까지 자라는 중이다. 오랫동안 텃밭에 자리 잡고 있는데 오래된 잎이 조금씩 시들기 시작했다. 장마철에는 특히 병충해가 심해 지는데 장마가 시작 되기 전 일부 잎을 정리 해 주었더니 안쪽에서 새 잎을 내고 있다. 텃밭 혹은 화분에 한번 심어 두면 꽤 오랫동안 수확하며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작은 공간만 있다면 꼭 한번 키워 볼 것을 추천하는 작물이다. 필요한 만큼 잘라 쓰면 단면에서 새로운 잎이 난다. 작은 화분에서 키울 경우 3~4회까지 수확 할 수 있지만 텃밭에서 키우게 되면 화분에서 보다 훨씬 새 잎을 많이 내기 때문에 넉넉히 수확 할 수 있다.
토마토
올해는 토마토를 많이 심었다. 텃밭에서도 키우지만 화분에 심어 키우는 중이기도 하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잎 정리를 별로 해 주지 않았더니 잎이 무성해졌다. 잎이 이렇게 무성해지면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해충이 발생하기 쉽다. 아니나 다를까 잎에 굴파리의 흔적이 많이 생겼다. 일단 눈에 보이는 잎 가지만 조금씩 잘라 내 주었다. 이 역시 장마가 끝나면 싹 잘라 주어야겠다.
잎과 줄기를 정리 해 주면 줄기 사이에 공간이 생기기 때문에 통풍이 원활하게 되고 또 안쪽에 잎들도 골고루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토마토나 허브처럼 잎이 금방 무성해지는 식물들은 틈틈히 줄기 및 잎사귀 정리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오이
오이의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렸을때 종종 열매 낙과 현상이 발생한다. 올해 심은 오이가 '주렁주렁 오이'인지 '다다기 오이'인지 조금 헷갈리는데 어쨋든 암꽃이 엄청 많이 피었고 열매도 다닥 다닥 열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오 작은 줄기에서 이렇게 많이 달리다니 ! 올해는 오이 풍년이네'라고 생각했는데 제일 크게 자라는 오이 열매 주변의 작은 열매들이 스스로 시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열매는 계속 달고 있어봤자 영양분만 뺏어 가기 때문에 부지런히 잘라 주는 것이 좋다.
올 봄에 비가 꽤 많이 왔고, 또 작년 장마철에도 많은 비가 와서 올해 장마철에도 비가 많이 올 줄 알았는데 오히려 봄에 보다 적게 왔다. 장마라기 보다는 소나기 두어번 내린 정도. 물론 비가 많이 온 지역도 있긴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비가 거의 오지 않았다. 장마 대비라는 것이 좀 무색하게 되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장마보다는 게릴라성 폭우가 내리는 경우가 많아질 테니 다음 장마도 올해처럼 지나갈 가능성이 많다.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 시작이니 위에 적었던 내용들을 슬슬 시작 해야겠다. 아침 저녁으로 잎을 정리하고 풀을 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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