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텃밭을 조금씩 가꾸고 거기에 많은 식물들을 심지만 텃밭 자체가 넓은 것은 아니다. 세걸음이면 끝나는 텃밭이라서 '텃밭을 가꿉니다!'라고 말하기도 조금 민망할 사이즈. 아마 도시에 살면서 주말 농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보다는 더 큰 텃밭을 가꾸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작은 텃밭에 참 이것 저것 많이도 심는다. 종류만 들으면 사람들은 '뭐야 땅이 그렇게 넓어?'라고 되묻기도 한다. 다품종 매우 소량 재배하는 텃밭러일 뿐인것을. 가뜩이나 자리도 없는데 여기에 꽃도 같이 심어두고 키운다. 처음에는 식물들이 더 다양하게 있으면 서로 자라는데 좋다고 해서였는데 이제는 그냥 꽃 자체로도 예뻐서.그래서 올해도 상추나 토마토 모종을 기를때 다른 모종판에 열심히 꽃씨를 심어 주었다. 그렇게 텃밭에서 함께 키웠던 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텃밭에 꽃 심기 / 텃밭에 꽃을 심으면 좋은 점 /텃밭에 심으면 좋은 꽃
1. 수레국화
생태 텃밭에 관해 배우면서 제일 심고 싶었던 꽃이었다. 양귀비와 함께 경관식물이자 녹비 식물로써 건조하고 영양분이 없는 황폐한 땅에서는 흙을 덮어 토양이 마르지 않게 해 주고 텃밭에서는 여름까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경관식물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여름 채소인 토마토, 오이, 호박 등이 한창 자랄 때가 되면 시들어서 생을 마감하는데 이때 수레국화를 베어내어 그 자리에 두면 줄기와 잎이 분해 되어 그동안 뿌리로 흡수 했던 영양분을 토양으로 다시 환원 시키는 녹비작물이 된다. 또한 꽃에서 떨어진 씨앗으로 인해 이듬해 그 자리에 새로운 수레 국화가 피게 된다.
텃밭에서는 보통 파란색의 꽃을 보기 힘든데 수레국화의 꽃 색은 파란색이라서 더 눈이 간다. 물론 종류에 따라서 흰색, 분홍색, 검은색의 수레 국화 꽃이 있기는 하지만 역시 수레 국화는 파란색이 제일 매력적인 것 같다.
2. 해바라기
해바라기를 텃밭에 심어서 얻는 이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우선 시원 시원한 큰 꽃이 피어 텃밭을 화사하게 꾸며준다. 이 크고 노란 꽃은 텃밭에 많은 익충들을 유인하는 역할도 하고 또 큰 잎으로 텃밭에 흙을 가려 토양이 마르지 않도록 한다. 잎과 줄기는 멀칭 재료로 활용하고 꽃은 경관작물로, 그리고 밀원 식물로 이용하며 씨앗은 겨울 간식으로 (또는 새들을 위한 먹이로) 사용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해바라기가 자라는 동안 그 아래 오이를 심어 오이가 감고 올라갈 수 있는 지주대로 활용하기도 했다.
3. 바위비누풀
바위 비누풀은 텃밭에 어떤 도움이 될까 하고 심은 것이 아니라 단순히 호기심에 심어 본 것이다. 올해 처음 심어 본 바위 비누풀. 줄기를 따서 물을 묻힌 뒤 비벼주면 신기하게도 비누처럼 거품이 난다고 해서 씨앗을 얻어 키워 보았다. 줄기를 꺾으려고 하면 꽃몽오리가 생기고, 줄기를 꺾으려고 하면 꽃이 피고 해서 '조금만 기다렸다 해보자'라고 미루다가 줄기 한번 꺾지 못하고 씨앗을 맺고 생을 마감한 바위 비누풀. 올해는 씨앗을 잘 받아 두는 것으로 만족하고 내년에는 정말로 줄기를 꺾어서 손을 씻어 봐야지.
4. 양귀비
초록초록이기만 한 텃밭이 좀 지루하다면 꽃 양귀비를 심어 볼 것을 추천한다. 초봄부터 꽃대가 올라와서 초여름까지 꽃을 피우고는 여름 작물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양귀비는 수레국화와 함께 심어주면 더더욱 예쁘다. 양귀비 역시 공터나 길가 버려진 땅에 토양을 피복하기 위해 심어주는 경관 작물로 텃밭에 심어 준다면 알록달록한 양귀비 꽃덕분에 텃밭이 화려해 질 것이다.
5. 금계국
노란색의 꽃을 피우는 금계국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외래종으로 번식력이 왕성하여 처음에는 생태 교란종이라고도 불리긴 했으나 이제는 그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 취급 한다. 지금 사는 곳에 이사 온 뒤 금잔화 씨앗이라고 하여 심었던 것이 자라나 금계국이 되었다 (???)
나에게 씨앗을 주셨던 분이 헷갈리셨는지 아무튼 그랬다. 덕분에 계획에 없던 꽃을 심게 되었고 초여름에 양귀비, 수레국화와 함께 내 텃밭을 예쁘게 장식 해 주었다. 금계국 특유의 쨍한 노란 색 덕분인지 유난히 금계국 주변에 벌들이 날아다녔다.
6. 스위트 알리숨(알리섬)
알리숨은 원래 텃밭이 아니라 화분에 키우려고 심었던 꽃이다. 화분에서 앙증맞게 피어난 꽃이 보고 싶어 처음에 화분에 심었다가 겨울이 지난 뒤 텃밭 옆에 화단을 만들어 옮겨 심어 주었다. 화단 한쪽을 차지하며 예쁘게 피길 바랬는데 웬걸, 아예 화단을 점령해 버린 스위트 알리숨이다. 이렇게 한가득 피니 바람이 조금 불면 근처만 가도 알리숨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역시 벌이나 날개 달린 작은 곤충들이 좋아하는 알리숨. 화분에 심어도, 텃밭에 심어도 좋을 식물이다.
7. 알리움
작년에 아이 얼굴만한 꽃이 피는 알리움 사진에 혹해 알리움 구근을 하나 구입해서 심어 주었다. 처음에는 구근을 거꾸로 심어서 촉이 올라오는데 한참이 걸리기도 했고 생각보다 작은 꽃이 피어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곤 구근을 캐내지 않고 텃밭에 그대로 두었는데 알아서 분구를 하더니 올해는 주먹만한 꽃을 두개 피워 주었다. 작년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도 썩지 않고 자구까지 만들어 준 기특한 아이이다.
화려한 꽃에 비해 향기는 덜한 것 같았는데 곤충들을 끄는 무언가는 있는 모양이다. 보라색의 큰 꽃이 사람의 시선도 끌었다. 옆에 다양한 꽃들(양귀비, 수레국화, 크림슨클로버, 스위트알리숨 등등)이 피었음에도 텃밭 근처를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이 꽃이 뭐냐고, 꼭 채종한걸 얻어가고 싶다고 하셨다. 다른 꽃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주목을 끌었던 꽃이다.
8.매발톱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는 매발톱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 사는 곳에서는 매발톱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데 엄마와 안면도를 다녀오던 길에 매발톱을 엄청 많이, 그리고 싸게 파는 곳이 있었다. 이 매발톱은 장미 매발톱으로 일반적으로 보는 하늘매발톱과는 조금 생김새가 다르다. 붉은색과 파란색 꽃이 피는 모종을 각각 하나씩 구매해서 심어 주었는데 약간 그늘지는 곳에 심어 주었더니 한차례 꽃이 지고도 다시 새 꽃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화려한 꽃만큼 향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이것도 다 자연의 섭리겠지 싶다.
9. 사계코스모스
숙근 식물에 대한 로망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어딜 가든 월동 하는 꽃들은 꼭 사고 싶어 한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이 바로 이 사계코스모스 한 포트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연보라색의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오래동안 피어 있는 꽃이다. 화려함 보다는 소박함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꽃. 사실 겉모습만 보자면 코스모스보다는 데이지 종류를 많이 닯았다. 일반 코스모스 보다 전체적인 높이도 낮고 꽃도 작아서 애기코스모스라고도 불리고 있다.
10.안개꽃
사실 안개꽃은 예전에 몇차례 심은 적이 있다. 모종으로도 시도 해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꽃이 피기 전에 모두 말라 죽어 버렸다. 꼭 텃밭 정원 한쪽에 안개꽃 무리를 보았으면 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모종 한포트를 구매해 심은 안개꽃은 꽤 풍성히 자라 주었다 5월에서 6월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만 꽃을 볼 수 있다. 물론 씨앗을 어느정도 기간을 두고 연속해서 뿌려주면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나기 때문에 더 오래 꽃을 볼 수 있기는 하다.
11. 크림슨클로버
처음엔 지피 식물 겸 질소 고정 작물로 심었다가 5월에 피는 빨간 꽃에 반해 매년 심어주려고 계획중인 식물이다. 클로버는 콩과 식물로 공기중에 있는 질소를 뿌리혹 박테리아를 이용해 토양 생물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질소의 형태로 바꾸어 준다. 질소는 식물에게 필수로 필요한 영양소이지만 콩과 식물을 제외하고는 공기중의 질소를 이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콩과 식물이 밭에 없다면 따로 질소 비료를 넣어 주어야 한다.
오이의 경우 질소가 부족하면 구부러진 기형 형태의 오이가 자란다. 작년에는 오이를 심은 곳에 크림슨 클로버를 함께 심어 주었더니 별다른 비료 없이도 곧고 예쁘게 뻗은 오이를 수확 할 수 있었다. 나의 작은 텃밭 - '사람이 아닌 자연이 일하는 텃밭'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귀한 식물이다.
12. 끈끈이대나물
끈끈이 대나물을 심었던 이유는 그때 당시 사과 나무를 심은 화분위에 멀칭할 마땅한 식물이 없었기 때문이고 또 꽃이 예쁘게 핀다고 해서 그걸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덤으로 이름 앞에 붙은 '끈끈이'가 제대로 활약한다면 화학 제품 없이도 날파리나 진딧물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한번 발아하면 씨방에 씨앗이 맺히는데 이 씨앗들은 정말 너무나도 쉽게 떨어진다. 잘 마른 꽃 줄기를 손에 들고 통에 쏟으면 씨앗이 후두둑. 씨앗이 잘 떨어지니 올해에는 따로 심어주지도 않았는데 작년에 떨어진 씨앗이 알아서 자라 주었다. 특이사항이라면 마디마다 갈색의 점액이 묻어 있어 신기하게도 날파리들이 붙어 있다는 점. 날파리가 고민인 사람이라면 끈끈이 대나물 한번 심어 보시길.
13. 천일홍
가장 좋아하는 꽃, 매년 심고 싶은 꽃을 하나 꼽으라면 아마도 나는 천일홍을 꼽을 것이다. 물론 다른 좋아하는 꽃들도 많지만 우선 키우기 쉽고, 오래 피고, 또 줄기를 잘라낸 뒤에 꽃을 드라이플라워로도 활용 할 수 있다. 거의 여름부터 서리 오기 전까지 피어 있기 때문에 곤충들의 수정이 필요한 작물을 키우는 텃밭에서 함께 키우면 더 없이 좋을 꽃이다. 피어 있는 천일홍에 잠시 놀러왔다가 온 김에 텃밭에 여기 저기 있는 식물들을 돌아 다니면서 열심히 수정할 곤충들이 있을 테니까.
14. 백일홍
크고 다양한 색의 꽃을 피우는 백일홍, 그리고 피는 꽃마다 모양도 조금씩 달라서 작년까지는 매년 심었는데 올해에는 뭘하느라고 심지도 않고 있었을까. 겹꽃, 홀꽃 할 것 없이 일단 백일홍은 예쁘다. 꺾어서 물명에 꽂아 두어도 오래 가는 꽃이다. 화분에서 키울때도 그렇지만 백일홍을 노지에서 키울때에는 특히 쑥쑥 자라는 키에 당황 할 수도 있다. 백일홍 역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백일동안 붉은 꽃 빛깔을 간직한다고 이름 붙을 정도로 한번 꽃이 피면 오래간다. 그래서 천일홍과 함께 텃밭에 심어 주면 텃밭도 예쁘고 또 작물들의 꽃들을 수정해 줄 곤충 일꾼들을 열심히 불러 모을 것이다.
작년의 텃밭 모습. 사실 올해에는 이정도까지 꽃을 심지는 못했다. 작년에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파종 한 뒤 옮겨 심어서였는지 한꺼번에 꽃이 피어서 텃밭임에도 꽃밭으로 보일 지경이었는데 올해는 또 다른 모습이다. 포기 채 겨울을 났던 금계국은 홀로 너무 일찍 피었고 양귀비와 수레국와는 한창 비었다가 이제 시들어 가고 있으며 금잔화는 이제 막 꽃대를 올리고 있다. 시기가 조금씩 다를 뿐 여전히 내 텃밭에는 꽃들이 피어 있다. 이 아이들은 나에게는 눈호강을, 다른 텃밭 작물들에는 수정을 도와줄 곤충 친구들을, 곤충들에게는 배를 채울 먹거리와 쉼터를 제공 해 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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