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월도 절반이 지나갔다. 이제 슬슬 텃밭도 정리 할 것은 정리하고 겨울과 내년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텃밭을 시작 할때만 하더라도 10월이 되면 작물에 단풍이 지고 하나씩 메말라갈 것이라고만 생각 했는데 아직 채 익지 않은 열매 투성이이다. 작은 텃밭이라 '몇 가지 조금 심다 보면 금방 자리 차겠지'라고 생각 했는데 마법의 상자처럼 자꾸 자리가 난다...는 아니고 없는 자리를 만들며 이것 저것 심다보니 올해 꽤 다양한 작물이 자라게 되었다.
10월 중순 텃밭 근황 / 가을토마토 / 노지의 유칼립투스 /
10월 방울토마토 / 작은데 별게 다 있는 텃밭 / 다양성 실험의 장
[열매 채소구역]
제일 먼저 파프리카. 올 여름에는 열매 몇개 맺지 못하더니 이제와서 열매를 하나 둘 맺어 가고 있다. 크기도 손가락에 올려 둘 크기로 아직 다 크지 않은 모습이다. 역시 처음 생육 조건이 중요하다. 한창 클 시기인 여름에 왕성하게 자라는 바질과 토마토에 가려 제대로 크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부지런히 토마토와 바질 가지치기를 해 주었어야 했다. 그래도 '일반 노지에서 파프리카는 안돼'라고 말씀하시던 부모님께 파프리카 열매가 달려있는 모습을 모여 드리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파프리카 정식/파프리카키우기/파프리카 키울때 주의사항 - 포스팅 바로가기
함께 자라며 익어가는 고추와 방울토마토. 토마토는 굉장히 잘 자라고 열매도 많이 맺었기 때문에 올 여름부터 줄기차게 수확 해 먹었다. 노란 방울토마토와 빨간 방울 토마토 모종을 사다가 심었었는데 한동안 텃밭의 무법자로 있었다. 방울토마토 정글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고 말이다.
처음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땅에 심겨 있다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던 고추는 토마토 옆으로 옮겨 심어 준 후 착실히 자라 주었고 늦여름부터 왕성하게 열매를 맺었다. 고추와 방울 토마토는 실컷 먹은 한해였다.
고추와 토마토는 모두 가지과의 식물로서 비슷한 병충해를 가지고 또한 연작 장애가 있어 다음해에는 가지과 식물을 심지 않았던 밭에 심어 주어야 하기 때문에 한 두둑에 같이 심어 주면 관리 하기도 쉽고 텃밭도 효율적으로 활용 할 수 있다.
포도처럼 주렁 주렁 달린 방울 토마토. 8월 말쯤 다시 꽃이 피고 9월 초 열매가 자라길래 지인들을 초대하여 맛보게 하고 싶었다. 대충 방울 토마토가 익는 시간을 계산하여 9월말 지인들을 초대 했는데 긴 태풍과 장마 때문이였는지 방울 토마토가 익지 않아 지인들은 초록색으로 가득 달린 방울 토마토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열린 방울 토마토를 10월의 반이 지나가는 지금 하나 둘씩 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후에 달린 토마토들은 아직도 이렇게 초록이 무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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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이렇게 반짝이는 열매를 맺는 아이였던가? 어떻게 된 일인지 올 여름에는 한번도 수확하지 못해던 토마토인데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더니 가을이 되니 제법 토마토의 모양과 크기를 갖추었다. 10월까지는 수확 할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서리 맞을 때까지도 익지 않으면 .. 최대한 버텨 보고 수확하여 후숙 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후숙이 되는 작물이니 다행이다)
에메랄드빛으로 예쁘게 열린 토마토가 있는 있는 반면 한쪽에서는 풋초록빛으로 커가는 토마토가 있다. 생각 해보니 일반 토마토 모종을 밭에 심었었고 나눔 받은 블랙러시안 크림토마토를 밭에 정식했는데 블랙러시안 크림토마토 줄기를 부러뜨려버리는 바람에 부러진 가지를 밭에 꽂아 두고 잊어 버렸는데 혹시 그건가 싶다. (왜냐하면 심은 토마토 종류는 그 두가지 밖에 없으니 말이다) 위치상으로 보아서는 오른쪽의 풋초록빛이 모종으로 구입한 토마토, 그리고 영롱한 초록빛의 아이가 블랙크림러시안토마토.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블랙 크림 러시안 토마토라고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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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일했던 호박. 10월 중순인 지금도 한창 자라고 있다. 항상 땅에서 기어가며 자라게 해 주었는데 올해는 지지대를 만들어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게 하며 키웠더니 호박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부모님은 올해 유독 호박 농사가 잘 되었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은 올해는 호박이 울타리에 걸려 있어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씨앗을 뿌리지 않아도 매년 밭에서 호박이 난다. 아마도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그동안 호박잎 속에 가려진 호박을 발견하지 못하고 밭에 묵혀 버린 호박이 썪어 씨앗이 땅에 들어가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자랄 때까지 발견 되지 못하다가 어느날 클대로 커진 모습을 삭 드러내기도 한다. 이렇게 된 호박을 어떻게 먹을지 알 수 없어서 그냥 밭에 휙 던져 버렸더니 매년 심지 않고도 나는 호박의 마법의 시작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몇개 빼고는 거의 잘 수확 하였기 때문에 내년에는 호박이 저절로 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딱 모종 3개 심었던 꺳잎. 이제는 꽃대가 올라와 깨를 수확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유난히 향이 깊었고 유난히 맛이 좋았던 깻잎이다. 다른 쌈채소에 비해 3개밖에 심지 않아 부족할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풍성하게 자라 주었다. 약을 치지 않고 가꾼 깻잎인것에 비하면 잎이 깨끗하다. 주변에 하도 이것 저것 심어 두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농약을 사는 대신 다른 종류의 씨앗을 하나 더 사면 된다)
토마토 뒤에서 자라고 있는 유칼립투스. 너무 썡뚱맞은 배치이다. 토마토를 심기 전 유칼립투스 작은 모종을 해가 가장 잘 드는 자리에 심어 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토마토, 고추 등의 모종을 구입하였는데 이 작물들 역시 햇빛을 가장 많이 받는 자리에서 키워야 하다보니 이렇게 한 구역에서 같이 자라게 되었다.
유칼립투스 노지정식 /유칼립투스 파종에서 정식까지 / 유칼립투스 파종 후 두달 경과 / 실버드롭 키우기 - 포스팅 바로가기
방울 토마토와 함께 무법자 양대 산맥이였던 바질. 토마토와 동반식물이기 때문에 토마토 사이사이 바질을 심어 주었다. 한 구역에 토마토, 바질, 유칼립투스, 깻잎, 고추, 방울토마토들이 함께 자란 것이다. 이 조합은 매우 만족할 만할 결과를 주었다. 벌이 바질 꽃을 좋아 하는데 바질 꽃이 피는 시기와 호박, 방울토마토 꽃이 피는 시기가 엇비슷하여 수정이 매우 잘 되었다. 곤충들이 매우 열심히 일한 덕분에 꽃이피는 자리는 빠짐없이 열매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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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구역]
꽃 구역에 제일 먼저 심은 작물은 딸기였다. 겨우내 작고 차가운 화분에서 월동한 딸기였다. 꽃구역은 텃밭에서 가장 먼저 아침해를 받지만 가장 먼저 그늘이 지는 곳이기에 딸기가 자라기 적합한 곳이다. 지금은 날이 추워져 많이 진정 되었지만 봄과 여름에는 정말 사방 팔방으로 런너를 내는 바람에 주변 잡초와 함께 한무더기 뽑기도 하였다. 런너 정리를 제대로 못해 올해 맛본 딸기는 달랑 1개. 내년 봄에는 가차 없이 런너 정리를 해 줄 것이다. 또한 내년에 다른 딸기 모종을 하나 구입하여 옆에 심어주어야겠다.
딸기 모종 만들기 / 딸기 런너 정리하기/다이소딸기의 생애/텃밭에서 딸기 키우기
노란 꽃 색이 너무 예뻐 구입 한 후 노지 정식해준 미니장미도 10월 중순에 여전히 꽃 봉오리를 키우고 있다. 날이 추워질 수록 붉은 빛이 깊어 간다. 지금은 비록 노란색이 아니지만 내년 봄이나 여름에는 다시 노란색 꽃이 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미니장미는 가시가 없어 가지를 자르거나 꽃을 딸때 장갑을 끼지 않아도 되서 좋다. 주변에 몇개 삽목을 해 주었는데 아무래도 시기가 조금 늦은 것 같으니 내년 봄에 한번 더 삽목을 시도 해 보아야겠다.
장미 꽃 색이 변하는 이유 / 노란 장미가 분홍 장미로 변했다 /미니장미 꽃 색깔변화 - 포스팅 바로가기
가을에 한창 꽃을 보기 위해 코스모스를 심은 것인데 아직 꽃 망울을 터뜨리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서리가 내릴때 코스모스를 볼 수 있을것 같다. 봄에 한꺼번에 뿌려준 씨앗은 다 어디갔는지 없고 올 가을에 모종으로 만들어 심은 것과 주변에 직파한 코스모스만 몇개 보인다. (그것도 잎만). 여러가지 색으로 피어 가을 화단을 채워 줄 줄 알았는데 아직 푸릇푸릇하기만 한 화단이다.
코스모스 파종 2달 경과 / 꽃망울이 올라오는 중 / 늦가을까지 피는 꽃 / 8월, 9월 코스모스 파종
천일홍은 정말 매년 화단에 심어야 할 작물이다. 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서늘한 바람이 부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꽃을 보여주고 있다. 천일홍은 이 텃밭에서 그나마 이곳이 화단임을 알려주는 이정표같은 존재라고 할까? 내년에는 자주색 천일홍과 함께 붉은색, 분홍색, 흰색의 천일홍을 함께 심어 색색의 꽃이 피어나는 화단을 만들 예정이다. 씨앗도 이미 준비 완료.
얼마 전 정식 해준 딜도 화단에서 자라고 있다. 화분에서 자랄때는 곧 쓰러질듯 하더니 노지에 있으니 제법 줄기도 굵어지고 꼿꼿하게 서 있다. 원래는 다시 화분에 심어 월동 시킬 생각이였는데 그냥 조금 더 자라기를 기다린 후 수확해야겠다. 올 봄엔 발아에 실패 했지만 다행히 가을 파종에 성공하여 키우고 있는 작물이다.
딜 키우기 / 가을에 딜 키우기/ 딜 여름 파종하기 /딜 폭풍 성장기 - 포스팅 바로가기
[허브구역]
북향의 경사면이 있다. 이곳은 매년 잡초가 자라는 곳인데 잡초 보다는 차라리 허브가 자라는 것에 낫겠다 싶어 허브를 하나하나 심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니 제법 잡초 보다는 허브가 눈에 보일 정도로 풍성해졌다. 왼쪽 위에부터 시계방향으로 레몬밤, 캣닢, 페퍼민트, 장미허브,애플민트, 로즈제라늄. 텃밭에 허브가 있으니 시시때떄로 수확하여 향신료를 만들거나 소품을 만들거나 삽목 가지로 키워 지인에게 선물 할 수 있었다. 모두 노지 월동이 가능한 허브이니 내년에는 훨씬 풍성해 질것이다. 잡초를 누르고 완전한 허브 구역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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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분에서 자랄때와 잎의 크기가 완전히 다르다. 로즈제라늄과 레몬밤이 여전히 초록의 빛을 내며 잘 자라주고 있다. 허브들은 월동하지만 겨울동안 지상부는 시들기 때문에 잎을 수확할 예정이라면 서리가 내리기 전, 추위로 시들어 가기 전 수확 해 주는 것이 좋다. 올 겨울에는 허브를 왕창 말려 두어야겠다.
[쌈채소 구역]
열매채소 구역 반대편에는 작게 쌈채소 구역이 있다. 왼쪽은 여름 장마 이후 새로 파종한 쌈채소들인데 이제 거의 끝물이다. 반면 9월에 파종한 상추는 지금 한창 자라고 있다. 상추는 호냉성 식물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서늘한 기후에도 잘 자라 주기 때문에 9월에 노지 파종 하였다. 11월 까지 먹을 양식. 반려견의 뒷발 구르기로 인해 6개중에 2개만 남아있지만 그래도 이마저도 가을에 텃밭에서는 참 감사하다.
상추 6종 정식하기 / 흑알로에 상추 / 담배상추 / 흑로메인 / 청상추 / 꽃상추 / 적상추 / 가을 작물 쌈채소 - 포스팅 바로가기
날씨는 가을인데 텃밭만 보면 아직 늦여름 같다. 그나마 계절을 실감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수세가 약해진 잡초. 텃밭에 잡초가 덜 자라는 것을 보면서 '날이 추워지긴 했구나' 라고 생각한다. 식물 킬러인 내가 이렇게 모종을 키우고 열매를 수확 하고 있다는게 신기하다. 항상 텃밭은 부모님의 몫이며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왜 진작 시작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작물을 키우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는데 그것들은 앞으로 차차 글로 풀어낼 예정이다. 여전히 나를 풍성하게 해주고 배부르게 해 주는 10월의 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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