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를 좋아해서 작년에 처음으로 밭을 바꾸게 되었을때 가장 먼저 파종하고, 모종을 산 것은 허브였다. 허브 파종의 계절 4월이 되자마자 허브 씨앗을 파종 했고 노지에서 번성하는 허브를 보며 무척 뿌듯해 했다. 허브 일부는 내한성이 높기 때문에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매년 나의 작은 텃밭 정원 한쪽에서 피고 지고 할 모습을 기대 하면서 말이다.
확실히 노지에서 키워 그런지 잎도 풍성하고 수확도 많았다. 이듬해 허브로 뒤덮일 밭을 기대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었다. 정말 마음같아서는 허브들을 뿌리채 뽑아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시 씨앗부터 키우자니 발아시간이 오래 걸리는 허브라서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짐 정리를 하고 나올 때 노지에 있던 허브 중 애플민트, 페퍼민트, 레몬밤 줄기를 조금씩 잘라 왔다. 비록 서리를 맞은 이후라 대부분 시들었지만 안쪽 줄기는 그런대로 생생한 것이 조금 있어서 다행이였다. 나의 두번째 작은 정원에서 뿌리내려줄 허브 용사들. 겨울이라 뿌리가 잘 내릴까 조금은 걱정 하였지만 '허브니까, 번식력이 워낙 좋은 아이들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물에 꽂아 두었다. 겨울로 달려가는 12월의 어느 날 말이다.
겨울철 허브 물꽂이 / 레몬밤, 페퍼민트, 애플민트 물꽂이 / 애플민트 삽목 / 허브 생명력
새로운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허브가 도중에 죽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충분이 물올림을 하지 않고 그냥 냅다 뜯어 왔기 때문에 건조한 차 안에서 말라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에 도착하자 마자 허브들을 들고 달려가 소주잔에 물을 채워 꽂아 두었다. 일단 안심. 겨울 노지에 있었던 아이들이라 잎이 작고 빳빳했으며 줄기 중 일부는 냉해를 입은 것 같았지만 왠지 죽을 것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 중 하나라도 뿌리를 내려 주겠지 하는 마음
허브 물꽂이 팁
허브는 생명력이 강해서 줄기를 잘라 흙에 꽂거나 물에 꽂아 두면 어느새 뿌리를 내린다. 너무 추운 계절, 혹은 너무 더운 계절에는 물론 다른때 보다는 힘들긴 하다. 하지만 워낙 생명력(=번식력)이 강해 경계 없이 밭에 심어 두면 어느새 다른 작물의 자리를 침범해 번식 할 정도이니 일정 구역 안에서만 허브를 기르고 싶다면 화분에 심거나 공간을 제한 해 주는 것이 좋다. 삽목과 물꽂이의 원리는 비슷하다. 허브 중 가는 줄기보다는 튼튼한 줄기를 잘라 맨 위의 잎 몇장만 남겨 두고 아랫 잎들을 정리 해 준다. 흙에 꽂을 때에도, 물꽂이를 할 때에도 잎 아랫마디를 잠기가 하는 것이 좋다. 그 부분에서 새로운 뿌리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흙에 꽂는다면 어차피 어두우니 상관 없지만 물에 꽂을 경우 새로운 뿌리가 빨리 나게 하기 위해서 병을 어둡게 해 주는 것이 좋다. 같은 조건에서 그냥 투명한 병에 뿌리를 내리를 속도와 어두운 병에서 뿌리를 내리는 속도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식물 삽목에 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조.
식물 삽목하기 / 삽목 가지 만들기 / 삽목 하는 법 / 삽목 시 주의사항/삽목하기 좋은 시기 / 삽목 A TO Z
한동안 소주잔에 양말을 씌워 두고 있었다가 마침 크기가 딱 좋은 작은 갈색병이 생겨 깨끗하게 씻은 후 물꽂이 중이였던 레몬밤, 페퍼민트, 애플민트를 꽂아 주었다. 물꽂이 한 지 약 2주 정도 되었는데 그 중 한 줄기에서 굵은 줄기가 나왔다. 다른 줄기들은 아직 뿌리가 나지 않았지만 잎들이 시들지 않은 것을 보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겨울철 물꽂이 2주 경과
물꽂이 병을 옮기면서 잠시 중간 점검. 6개의 줄기 중 3개에 뿌리가 났고 그 중 하나는 벌써 뿌리가 길게 내렸다. 겨울철임을 감안하면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맨 왼쪽의 애플민트 같은 경우는 줄기를 너무 짧게 잘라 뿌리가 나다 말았다. 허브들이 물을 흡수 하면서 저 짧은 가지에는 물이 도중에 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따로 조치를 취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줄기의 크기 차이가 너무 나서.
허브의 번식력 (레몬밤, 애플민트, 페퍼민트)
대체적으로 위의 아이들(레몬밤, 페퍼민트, 애플민트)은 번식력이 왕성한 아이들이지만 키워 보니 속도와 수세에 조금씩 차이가 났다. 가장 빠르게 번식하는 것은 셋 중에 애플민트였다. 노지에 심었을 때에도 금방 금방 뿌리 내리고 번식을 하였다. 잎이 작아 별로 티가 안났지만 작년 중간에 한번 애플 민트가 어릴 때 자리를 한번 옮겨 주면서 잘린 줄기를 원래 있던 자리에 막 꽂아 두었는데 그곳에 모두 애플민트가 자랐다. 잘라도 잘라도 끝이 없는 느낌을 주었던 애플민트.
애플민트 키우기 / 애플민트 꽃 피다 / 허브 잘 키우는 법
그리고 수세사 가장 강했던것은 레몬밤이였다. 노지에서 자라서 잎도 굉장히 컸고 자리도 제일 많이 차지했다. 기대 이상의 성장이랄까. 물론 번식도 잘 하긴 했는데 워낙 수세가 강해 따로 삽목 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딱 1립 발아 했던 레몬밤인데.. 파종했던 씨앗이 모두 발아했더라면 큰일날 뻔(?)했을 것 같다.
레몬밤 키우기 / 레몬밤 삽목하기 / 레몬밤 활용하기 /레몬밤 건조
의외였던것은 페퍼민트였다. 물론 페퍼민트 역시 번식력이 왕성해 여름 - 가을 내내 줄기를 뻗어가며 번식했지만 애플민트 보다는 얌전하고 레몬밤보다는 수세가 약했다. 주변에 애플민트나 레몬밤이 없었다면 '오. 페퍼민트 번식력 진짜 짱이다. 어떻게 이렇게 줄기를 뻗어가며 번식을 하지?' 라고 생각했을텐데 페퍼민트 입장에선 경쟁자들이 너무 강해 아쉬웠을 것 같다. 하지만 파종부터 수확까지 한사이클 모두를 경험하게 했던 소중한 허브이다.
페퍼민트 파종부터 수확까지 / 페퍼민트 활용 / 페퍼민트 차 만들기 / 키우기 쉬운 허브 / 페퍼민트 번식력
그냥 갈색 병에 허브들을 다시 꽂아 주었을 뿐인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래서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예쁜 화병을 찾고 예쁜 화분을 구하나보다. 이 아이들은 뿌리가 왕성하게 자라나면 4월 쯤 노지에 정식 해 줄 것이다. 이번엔 4월 파종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니 조금 더 빠르게 풍성한 허브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신난다.
줄기가 너무 짧아 뿌리가 나다 말았던 애플민트는 따로 흙에 심어 주기로 했다. 계속 물속에 줄기가 닿아 있었다면 뿌리가 훨씬 더 많이 나왔을 텐데. 뜯어 올 때만 하더라도 줄기를 너무 짧게 잘라 와서 '뿌리가 내릴 수 있을까?' 라며 걱정을 했지만 역시 애플민트였다. 줄기에 물이 닿는 대로 보란듯이 뿌리를 내려 주었으니 말이다.
아직은 크기가 작기 때문에 작은 페트병을 잘라 만든 임시 화분에 옮겨 주었다. 상토에 계란 껍질도 부셔 넣어 주었다. 물론... 저정도로 크게 자른다면 계란 껍질의 탄산칼슙이 흙에 충분히 녹아 들지 않는다. 저건 장식용밖에 되지 않는다. 흙에 탄산칸슘을 보충 해 주고 싶다면 계란 껍질을 곱게 갈아 흙에 뿌려 주거나 물에 섞어 침전 시킨 후 그 물을 뿌려주는 것이 좋다.
삽목을 마친 애플민트는 낮에 볕이 잘 들어 오는 복도에 걸어 주었다. 막 새싹을 보여준 크림슨클로버 옆에 말이다. 실내이지만 아직은 기온이 낮다. 눈과 서리를 피하는 정도. 기온이 낮아 성장 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건조하고 자연 빛이 조금밖에 들어 오지 않는 방보다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해가 들어오는 이곳이 식물들에게 더 적합할 것 같아 이곳에 식물 들을 두었다. 부디 월동하는 마음으로 이 겨울을 버텨 주길.
크림슨크로버 파종하기 / 밭에 질소를 공급하는 식물 / 지피식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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