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키우는 허브 중 애플민트와 레몬밤에게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지난 12월 이사하면서 허겁 지겁 뜯겨 온(?) 줄기 세네개로 물꽂이 한 것이 그들의 시작이였다. 지난 한 해 집 마당에서 잘 자라던 허브를 뿌리 째 뽑아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두가지 허브의 씨앗을 다시 구매 하자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삽목이 잘되는 식물인데 다시 씨앗부터 키우기는 시간과 돈이 조금 아까워 이사 할 때 눈 속에 조금 파 묻혔던 줄기 중에 그나마 싱싱해 보이는 줄기를 조금씩 잘라 왔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줄기를 잘라 물에 꽂아두면 뿌리가 잘 나는 식물들이지만 눈이 내린 상황이고 겉에 큰 잎들은 이미 냉해를 입었기 때문에 무사히 새로운 집에 정착까지 할 수 있을 지 조금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애플민트 삽목부터 노지정식까지 / 허브 활용 하는 방법 / 애플민트 물꽂이
1월의 애플민트 / 애플민트 물꽂이
오자마자 잘라온 허브 줄기를 물에 담가 주었다. 물꽂이 할 때에는 어두운 병에 물을 채운 후 물꽂이 해 주는 것이 좋다. 투명한 병은 이끼가 끼기 쉽고 또 식물의 뿌리는 어두운 곳에서 더 잘 나기 때문이다. 이때 분명히 페퍼민트까지 잘라 왔는데 너무 상한 줄기를 가져 왔는지 페퍼민트는 끝내 살지 못하고 레몬밤과 애플민트만 뿌리를 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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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애플민트 / 겨울에 애플민트가 자라는 속도
애플민트는 무작정 빨리, 무지막지하게 크는 식물인줄 알았다. 작년에 텃밭에 심어 주었을 때에 삽목한 애플민트를 심은 자리마다 무성하게 자랐기 때문이다. 그때를 생각하고 금방 클 줄 알았지만 계절과 온도를 생각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겨울에 삽목하여 베란다 같은 곳에 두는데 얼마나 빨리 자라겠는가. 애플민트를 물꽂이 한 화분은 집에서 그나마 햇빛이 가장 잘 들어 오는 곳(이지만 보일러가 돌지 않는 - 아파트에서는 베란다같은 곳)에 두었지만 1월에는 뿌리가 아주 천천히 자랐다. 물론 한겨울에 댕강 잘라와 물꽂이 한 아이이니 이렇게 자라는 것도 꽤 대견하였다.
겨울동안 천천히 뿌리를 내리던 애플민트는 2월이 되자 새 잎도 조금씩 나는게 티가 났고 뿌리도 건실히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애플민트를 물꽂이 한 지 약 2개월 만에 작은 화분에 따로 옮겨 심어 줄 수 있게 되었다.
참고. 지난해 노지에서 키우던 애플민트
3월의 애플민트
다시 한달이 지나 3월 초, 흙에 옮겨 심어 주었던 애플민트가 나름 외목대를 자랑하며 길게 자랐다. 하지만 나는 외목대로 키울 생각이 아니라 노지에서 좀 더 풍성하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다시 줄기를 댕강 잘라 주었다. 위를 쑥 잘라 버렸지만 아래 포기에서 제법 새 잎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 아이는 조금 더 자라면 왠지 바글바글 해 질 것 같은 느낌이였다. 자른 가지는 다시 물꽂이 화분에 꽂아 두었다. 날도 풀리고 있으니 물꽂이 한 애플민트도 뿌리가 금방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애플민트 줄기 자르기 - 줄기 물병에 꽂아두기 - 뿌리 나면 옮겨 심기 - 자라면 다시 자르기 - 물병에 꽂아두기'를 한번 더 반복한 셈이다. 덕분에 나중에 노지에 옮겨 심을 애플민트가 두포기가 되었다.
4월의 애플민트
불과 한달 사이에 애플민트가 많이 자랐다. 잎은 약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된다. 화분과 같이 제한된 환경에서 자랄 경우는 잎이 이정도까지 커지는 것 같다. 두번째로 순 칠때에 아래쪽 잎이 다글다글하더니 애플민트가 네줄기로 자라났다. 잎이 어느정도 커 졌기 때문에 이때부터 조금씩 잎을 수확해서 여러가지 용도로 활용 할 수 있다. 직접 여러가지 허브를 활용 해본 결과 나는 주로 허브를 방향제로 사용했고 가끔 장식용 리스나 허브 다발을 만들고 드믈게 차로 마신다. 선물용으로 여러가지 허브를 소금과 함께 갈아 허브 소금으로 만들어도 좋다. 만족도가 높았던 것은 천연 모기 퇴치제와 허브 소금, 허브 방향제(향초 대신 태우기), 허브 리스 만들기였다. 허브마다 각자 다른 향기가 난다. 예를 들어 로즈마리와 페퍼민트는 청량함을, 레몬밤과 로즈제라늄은 상큼한 레몬향을 내는데 그 중에서도 애플민트는 달달함을 담당하고 있다. 애플민트 잎을 태우면 달달한 향이 나고 물에 우리면 살짝 단 맛이 느껴진다.
참고 : 허브 차 외에 다양하게 허브 활용 하기
- [텃밭 레시피] 허브를 활용한 천연 모기퇴치제
- 허브다발 만들기 / 허브로 집안 꾸미기 / 천연 허브 방향제/ 허브 활용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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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온 집 대문 밖으로 집 벽을 따라 척박한 땅이 있다. 한동안 잡초만 자라던 곳으로 보이며 별다른 관리가 없어 흙이 딱딱 해진 곳이다. 호미로 흙을 파도 돌이 많이 나오는 곳. 이곳에는 무나 당근같은 뿌리 채소를 키우긴 힘들것이라 판단 해 척박한 곳에서 잘 자라는 해바라기와 옥수수, 쌈채소를 심는 텃밭에 심기엔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호박, 메론, 수세미, 목화 등을 심어 주었다. 여기에 애플민트와 레몬밤도 함께 정식 해 주었다. 두가지 허브는 노지에서 잘 자라며 알아서 번식도 잘 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아침에 해가 먼저 들고 오후에는 집 담벼락에 일찍 그늘이 지는 곳이다. 그래서 가장 끝자리 쪽 식물(가장 늦게까지 해를 받을 수 있는 식물)이 크게 자라는 곳이다. 내년에는 이쪽에 꽃 종류를 심고 반그늘에서 자라는 식물들 위주로 심어 주어야겠다.
6월의 애플민트 : 삽목 6개월 / 정식 2개월 후
역시 햇빛을 잘 받는 노지에서 잘 자란다. 더욱이 이 자리는 오후가 되면 그늘이 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애플민트가 자라기 좋은 환경인 것 같았다. 한 포기 심었는데 벌써 이렇게 무성해졌다. 올 가을쯤 되면 이보다 두배는 더 자리를 차지 할 것이다. 애플민트는 줄기를 뻗어가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린다. 번식력이 왕성한 식물이기 때문에 화단이나 텃밭 전체를 애플민트가 차지하게 하지 않으려면 화분에 심거나 일정하게 구역을 제한 해 주어야 한다. 나는 이 곳이 애플민트로 뒤덮히는것이 잡초가 자라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그냥 쭉쭉 뻗어 나가길 바라고 있다.
반대쪽에 심어 준 또 다른 애플 민트. 전에 윗 줄기를 잘라 다시 물꽂이 해 두었던 애플민트도 함께 정식 해 주었는데 돌이 많은 땅에서 잘 자라고 있다. 10cm 정도 되는 작은 화분에서 애플민트를 키울 때는 잎이 손가락 마디 크기였는데 노지에서 키우는 애플민트는 잎이 엄지손가락 만하다. 노지의 힘을 받아 그런지 줄기도 몰라보게 굵어 졌다. 이렇게 다년생 식물을 심을 때 마다 '텃밭이 있는 내 집을 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다. 내 땅과 내 집을 가지고 싶은건 모두의 꿈이려나. 지금도 물론 재미있게 식물을 키우지만 2년, 혹은 1년마다 이사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텃밭을 설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열심히 살아야 겠다. 텃밭 일이 힘들어 지기 전에 꿈을 이루어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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