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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1. 첫번째 텃밭(~2019)

나의 첫번째 정원 이야기 / 텃밭 정원의 시작 / 텃밭 1년차 이야기 /

by ▽_ 2020. 1. 3.

처음으로 텃밭 정원을 꾸미고 1년 농사(?)를 계획하게 되었다. 이곳은 전부터 살던 곳이였지만 그동안은 그저 살기만 했을 뿐 직접 텃밭을 가꾸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읽은 책 한권으로 텃밭을 꾸리기 시작 했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름 애정을 가지고 가꾸게 되었다. 처음으로 시작한 나의 작은 텃밭 이야기. 약 2평 남짓한 공간이였지만 그동안 지냈던 다른 어떤 시간보다 이 집을 좋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다. 


나의 첫번째 정원 이야기  / 텃밭 정원의 시작 / 텃밭 1년차 이야기


 텃밭의 시작

시작은 책 한권이였다. '가이아의 정원'. 그동안 '텃밭'이라고 하면 여름 내내 잡초와 싸우며 땀을 흘려야 하는 노동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태 텃밭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사람이 아닌 자연이 일하는 텃밭. 좋은 흙이 일하고 다양한 동식물이 일하는 텃밭 말이다. 그래서 부족하지만 하나 둘 시작 해 보게 되었다. 

가이아의 정원 - 텃밭에서 뒷산까지 퍼머컬쳐 생태 디자인

 

가이아의 정원 - 텃밭에서 뒷산까지 퍼머컬쳐 생태 디자인

'가이아의 정원'이라.. 제목만 봐도 자연적인 느낌의 정원을 말한다는 느낌이 훅 느껴졌다. 가이아가 누구인가 대지의 여신 아닌가? 대지를 관장하는 여신의 정원이라니, 참 아름다운 제목이고 또 정원이라는 말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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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만들기

이전까지 부모님은 얇고 긴 이랑을 만들어 획일적으로 작물을 심으셨지만 올해에 내가 텃밭을 관리하게 되면서 배치를 바꾸었다. 두둑을 조금 넓게 만들고 세 구역으로 나누었다. 기존의 땅을 파서 두둑에 쌓고 통로를 만들고 신문지를 덮고 겨울 동안 잘 말랐던 풀들 (대부분 잡초)를 베어와 그 위에 덮어 주었다. 두둑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이 조금 녹아야 했기에 3월 중순쯤 되어서야 밭을 갈 수 있었다. 두둑을 만들고 나뭇가지를 이용해 가장자리 경계를 지어내고 나니 얼추 밭의 모양이 갖추어 졌다. 

[퍼머컬쳐 가드닝 적용하기] 밭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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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 심기

밭을 만들고 약 1주일 후,  원래는 밭을 유기물로 채운 뒤 최소 한달에서 몇개월은 있어야 흙이 좋아 지지만 성격이 급한 나는 기다릴 수가 없어 인터넷으로 모종을 몇개 구입하여 3월 중순의 밭에 심어 주었다. 흙이 일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직 늦서리가 가시지 않아 야심차게 심었던 라넌큘러스, 골든볼 등이 냉해를 입게 되었다. 대부분 봄 파종 씨앗들의 설명서에 보면 '늦서리가 내린 후...'라고 되어 있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봄 작물과 허브의 노지 파종은 대부분 4월이나 되어야 어느정도 피해를 예방 할 수 있다는 것을 또 배우게 되었다.

모종 옮겨심기(미니장미/잉글리쉬라벤더/퍼플뮬리/골든볼/라넌큘러스)

 

모종 옮겨심기(미니장미/잉글리쉬라벤더/퍼플뮬리/골든볼/라넌큘러스)

전에 봄맞이로 준비했던 모종들을 심어주려고 했는데 날이 좀처럼 풀리지 않다가 요 며칠 날이 포근 해 졌다. 그래서 밭에 정식 해 주기로 하였다. 물론 화분에서 키워도 좋지만 꼭 화분에서 밖에 키울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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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의 피해를 입고 조급하지만 4월이 되기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4월이 되자마자 허브씨를 파종 하였다. 아직 과채류의 모종이 나오려면 멀었으므로 쌈채소와 꽃씨, 그리고 허브들을 밭에 뿌려 주었다. 직파를 하기만 하면 러스틱 가든처럼 자연스럽게 골고루 나오는 줄 알았지만 또 하나 배우게 된 것이 있다.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수량의 작물이 자라게 하려면 모종을 길러서 심어야 한다는 것. 4월에 직파한 꽃씨들은 새들이 먹어 버렸는지 재대로 나온 것이 거의 없었다. 또한 쌈채소는 줄파종 하였는데 너무 많이 심어 여름에 대부분 꽃대가 올라올 때 까지도 제대로 수확하지 못했다. 

잎채소 파종 - 상추/청겨자/청경채/신선초/샐러리/루꼴라/부추/치커리

 

잎채소 파종 - 상추/청겨자/청경채/신선초/샐러리/루꼴라/부추/치커리

밭을 가꾸는 목적중의 하나는 바로 싱싱한 채소! 요즘 유기농이다 뭐다 해도 말도 많고 문제도 많은데 이럴때 자기가 기른 싱싱하고 건강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비쁘지 않을까. 집 앞에 작은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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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자마자 모종상으로 달려가 토마토, 고추, 오이 모종을 사서 심었고 드디어 텃밭에서 본격적으로 작물들이 자라게 되었다. 봄에만 파종하고 거의 10월말까지 텃밭에 계속 파종을 하였다. 가장 마지막에 심었던 것은 10월의 시금치.

블랙크림 러시안 토마토 노지 정식/파종 후 2달 경과/토마토 씨앗부터 키우기

 

블랙크림 러시안 토마토 노지 정식/파종 후 2달 경과/토마토 씨앗부터 키우기

원래 방울토마토는 밭에 심을 계획이였지만 큰 토마토는 우연한 기회에 심게 되었다. 바로 씨앗을 나눔 받은 것이다. 방울토마토를 포함해서 토마토 종류를 씨앗부터 키워 본적이 없어서 사실 조금 걱정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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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시금치 씨앗 - 농가 소엽 시금치 / 사계절 시금치 /월동 가능한 시금치 / 农家小叶菠菜 / 수시로시금치

 

중국의 시금치 씨앗 - 농가 소엽 시금치 / 사계절 시금치 /월동 가능한 시금치 / 农家小叶菠菜 / 수시로시금치

농가 소엽 시금치라고 해서 처음에는 '음 농촌에서 키우는 시금치인가보다' 라고 생각하며 반 야생 시금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가 파종하면서 정보를 찾아 보고 있었는데 농가소엽시금치는 중국 시금치였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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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하기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시작 하였다. 수확의 기쁨을 가장 크게 느끼도록 해 준 작물은 단연 토마토/방울 토마토이다. 그 외에도 상추, 루꼴라등의 쌈채소와 호박, 고추, 깻잎, 허브류(바질, 레몬밤, 애플민트, 페퍼민트) 등을 많이 수확했고 천일홍, 캐모마일 등의 꽃도 많이 수확해 집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물론 모든 작물이 잘 된 것은 아니였다. 오이는 1~2개를 제외하고는 열매가 계속 말랐고 보라무와 수박무는 너무 늦게 심어 제대로 크지 못한 채 수확을 하였다. 그래도 처음으로 무 종류를 키워 보았고 나름 재미가 있었다.


텃밭&집 꾸미기

첫번째 텃밭은 예쁘게 꾸며보고 싶은 욕심에 몇가지 텃밭 소품들도 만들었고 텃밭에 심었던 꽃을 수확해 집안 여기 저기를 장식하기도 했다. 초봄 밭을 정리하다가 버릴까 말까 고민했던 부러진 외발수레, 마당 테이블에 걸어 놓을 가렌다, 초여름 캐모마일과 여러가지 꽃들을 수확해 만들었던 향기로운 캐모마일 리스, 여름 내내 무성하게 자라 주었던 허브들을 수확해 만든 허브 다발, 가을 무렵 꽃들이 시들어 가는 시기에도 변하지 않고 예쁜 색을 보여준 천일홍을 활용해 만든 천일홍 리스 등. 텃밭 정원에서 자라는 것들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것이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였다. 


1년간의 텃밭, 그리고 겨울, 그리고 이사

봄에는 열심히 파종하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여름철엔 거의 잡초를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잡초 같은 경우 일부러 뿌리를 뽑지 않고 계속 베어내기만 하였다. 베어낸 잡초를 그 자리에 두어 멀칭을 해 주기 위해서였다. 잡초가 길어질 때마다 잘라내어 멀칭을 해 주니 흙이 쉽게 마르지 않는 효과가 있었다. 한 여름 낮에 멀칭한 풀들을 걷어 내고 흙을 파 보았는데 보송보송 했달까. 그 후로는 잡초가 싫지 않고 오히려 얼른 자라주길 바랬을 정도이다.

환삼초/잡초활용/퇴비만들기/앵두나무 구출하기

 

환삼초/잡초활용/퇴비만들기/앵두나무 구출하기

우리집엔 전설이 있었다. 뒤뜰에 앵두 나무가 있었더라는.. 부모님은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여러가지 과실 나무를 심으셨는데 그중에 앵두 나무가 있었더란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나는 앵두나무를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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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까지 열심히 파종과 수확을 반복하였는데 11월 들어 텃밭에 별로 할 일이 없어졌다. 서리가 내리고 난 후에는 서리에 상한 작물들을 치웠던게 고작이다. 봄에서 가을까지의 텃밭은 생기가 넘치는데 겨울의 텃밭은 너무 황량해 보인다. 그래서 내년 겨울 텃밭에는 색을 입히기 위해 월동되는 작물들의 씨앗을 모으고 있는 중이였다

서리 맞고 버티는 작물들/ 서리 맞고 죽은 작물들 / 서리 오기 전에 정리 해야 할 작물들/일년 텃밭 마무리하기

 

서리 맞고 버티는 작물들/ 서리 맞고 죽은 작물들 / 서리 오기 전에 정리 해야 할 작물들/일년 텃밭 마무리하기

분명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괜찮았는데 지난 밤 기온이 조금 더 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늘 아침에 텃밭에 서리가 내렸다. 추운 기온에도 잘 버티고 있었던 작물들이 서리 한번에 잎이 얼었다가 녹아 축 처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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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갑작스럽게 진행된 이사로 지난 1년간 애정을 쏟았던 텃밭을 정리하지 못하고 나오게 되었다. 내년을 기대하며 허브들도 잔뜩 심어 두었는데 말이다. 봄에 새로 나길 기다리며 옮겨 심었던 구근 식물들도 너무 아쉽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종료된 나의 첫번째 텃밭 정원. 실수도 많고 좋은 기억도 많으니 텃밭이 가장 예뻤던 모습으로 기억 해야겠다. 새로운 곳에서 또 새롭게 시작하면 될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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